“요즘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어.” 아이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아이들의 세상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어른들이 쉽게 하는 말이다. 부모 세대와는 다른 시선 다른 생각으로 오늘을 사는 우리 아이들. 그 아이들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바로 지호 예은 지후 선영 준희 지현이가 준비한 미술전 ‘마주보다’전(展)이다. 마주보다는 2월10일(금)까지 정글북 아트 갤러리에서 열린다. 13살부터 15살까지의 십대 청소년들이 보여주는 작품은 아름답고 따뜻하고 희망적이다. 또 기발하지만 어른들의 마음을 뜨끔하게 해주는 일침이 담긴 작품도 있다. 이번 전시회를 준비한 여섯 명의 주인공들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나를 보다
지호 예은 지후 선영 준희 지현은 아동미술연구소인 ‘코뿔소(전영실 원장)’에서 잔뼈가 굵은 아이들이다. 코뿔소에서 미술로 자신을 표현하고, 미술을 즐기는 활동을 해왔다. 지난 여름방학, 누군가의 입에서 전시회를 열어보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왔다. 한 편으론 솔깃하고 한편으론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야기였다. “그럼, 전시회 주제는 무엇으로 하지?” 아이들은 화두를 던지며 답을 찾아갔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나’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 자신의 몸과 마음, 생각, 자신을 둘러 싼 관계 속에서 나를 관찰하고 표현해 내기로 했다. 선영이는 “평소 나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어서 고민이 많이 됐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를 통해 나의 내면을 찾으려고 연습하고 시도하다 보니 자신을 알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됐다”며 “나라는 존재는 알수록 재미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고 전했다.
“나에 대해 생각하며 자화상을 그렸어요. 내가 즐거웠을 때, 힘들었을 때, 화가 났을 때 등을 돌아보며 자신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지요. 모든 사람들이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를 통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테니까요.”(준희)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했다. 자신을 아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영원한 화두일지 모른다. 아이들은 전시회를 통해 스스로를 살피고 돌아보며 자신의 존재에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아동미술연구소 코뿔소의 전영실 원장은 “나를 보지 못하면 계속 남의 이야기만 하며 살게 된다”며 “나를 탐색하고, 내가 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진정한 삶의 주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전했다.
마주보다
전시된 작품을 들여다보면 아이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줄에 매달린 나무 인형 작품에는 누군가 자신을 조종하는 듯했던 경험이 담겨 있다. 두통이란 작품에는 아이들이 겪고 있는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담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에게만 대답을 하는 선생님의 모습, 지금 우리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는 교실 안 풍경 등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지현이는 “이번 전시회는 열여섯의 내가 느낀 것에 대한 이야기”라며 “나의 열여섯은 상처를 주고받기도 한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들은 나를 조금 더 성장시켰고 조금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지후는 “그동안 내가 느껴왔던 부정적인 느낌을 잘 들여다 본 후 이를 날려버리고 싶은 마음을 작품에 담았다”며 “모든 것을 예민하게 받아들였던 나의 사춘기가 조금은 가볍게 지나갈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마주보며 스스로를 치유해내기도 했다. 지호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 로봇처럼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에게 미술은 자유와 휴식을 준다”며 “그림을 그리면서 내가 갖고 있었던 아픈 기억들이 조금씩 희미해졌다”고 전했다. 전영실 원장은 “전시회를 준비하며 자신의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경험을 한 아이들도 있다”며 “나를 꺼내본다는 것은 상처와 아픔도 함께 꺼내보는 것으로 그 자체만으로도 큰 치유의 힘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마주보다전은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 우리들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해 본 전시회입니다. 우리들이 무엇을 보고 느끼고 있는지 함께 마주보기 하실 분은 누구나 환영합니다. 우리들의 고민과 애환, 즐거움과 열정이 담긴 작품 많이 보러 오세요.”(예은)
마주보다展 참여작가 : 문화초 6학년 박지호, 성저초 6학년 신준희, 하나인학교 6학년 김지후, 백석중 1학년 정선영, 다산학교 중2 김예은, 하나인학교 9학년 김지현
문의 031-922-5000 주엽동 뉴서울프라자 B1 정글북아트갤러리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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