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주인공 리즈(쥴리아로버츠)는 어느 날 ‘정말 자신이 원했던 삶은 무엇인가’라는 화두 앞에 선다. 안정된 생활을 뒤로하고 흔들리는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며 훌쩍 여행을 떠난다. 첫 번째 여행지는 이탈리아. 저녁에 샤워를 하며 음식 칼로리를 계산하는 대신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지쳤던 자신의 몸과 마음을 충전한다. 리즈는 음식을 통해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일상의 즐거움과 행복을 깨닫게 된다. 이야기꾼인 소설가 성석제씨는 우리가 날마다 먹는 끼니를 ‘하루 세 번의 여행’이라고 표현했다. 바쁜 일상에 쫓겨 여행과도 같은 끼니를 ‘먹어치우는 일’로 치부하고 사는 우리네 일상을 돌아보게 하는 표현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에 영양과 휴식, 위로와 행복을 주는 음식, 그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누려고 한다. 일산내일신문이 전하는 ‘맛있는 이야기’, 그 첫 번째 주인공은 ‘필스피쩨리아’의 주성윤씨다.
아빠의 마음으로 만들어요
저동초등학교와 낮은 담장을 두고 이웃한 ‘필스피쩨리아’는 필삼형제의 아빠 주성윤씨가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필립(9세) 필홍(7세) 필원(5세), 이 필삼형제는 모두 아빠의 음식점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필립은 아빠가 일하고 있는 곳 바로 옆에 위치한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고, 필홍과 필원은 맞은편 어린이 집에 다닌다. 학교나 어린이 집이 끝난 후 아이들은 아빠가 만들어준 피자나 파스타가 먹고 싶을 때면 언제든 아빠를 찾는다. 아빠가 만들어주는 피자는 필삼형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아이들을 위해 피자와 파스타를 만드는 아빠의 마음은 필스피쩨리아에서 선보이는 모든 음식에도 담겨있다.
“아이들이 아빠가 만든 음식이 먹고 싶다고 하면 언제든 매장에서 만들어 주지요. 내 아이들이 먹는 것과 고객들에게 선보이는 음식이 다를 수가 없어요. 우리 아이들이 먹는다고 생각하면 식재료 하나를 선택하더라도 더 좋은 것을 선택하게 되지요. 그게 아빠의 마음 같아요.”
주성윤씨는 이탈리아 요리를 배우기 전 커피를 배웠다. 아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배우며 창업을 계획하던 중 문득 커피에 대한 회의가 생겼다. 커피는 누군가와 나눠 먹기 힘든 음식이란 생각이 든 것이다. 작은 빵 한 조각이라도 나눠 먹는 것이 음식을 먹는 즐거움인데 커피는 지극히 개인적인 음식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침 우연히 맛보게 된 나폴리식 피자 맛에 빠져있던 그는 하나를 시켜도 나눠 먹을 수 있는 피자의 매력을 보게 됐다. 그리고 이탈리아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불현듯 커피에서 이탈리아 요리로 방향을 전환한 남편을 아내는 묵묵히 기다려주었다.
“아내는 수학교사입니다. 수학 문제는 어느 한 순간에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하나하나 거쳐야 답이 나오지요. 그 과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에요. 레스토랑을 오픈할 수 있도록 가장 많이 도와주고 기다려주었지요. 저를 믿고 기다려준 아내와 필삼형제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입니다.”
지역사회에 도움 주는 공간되길
필스피쩨리아에서는 나폴리식 피자를 선보인다. 피자는 미국식 피자와 로마식 피자, 나폴리식 피자가 있는데 나폴리식 피자는 480도의 고온에서 단시간 구워 내는 피자로, 도우 끝이 쫄깃하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도우에는 물과 밀가루, 올리브유와 설탕만 들어가고, 도우는 밀대를 사용하지 않고 반드시 손으로 펴야 한다. 또한 고온에서 단시간에 구워지기 때문에 식재료의 신선함과 자연스러운 맛을 최대한 살려내는 장점이 있다. 나폴리식 피자는 배우기가 쉽지 않다. 일단은 배울 곳이 많지 않고, 배우더라도 무수히 많은 실패를 겪어야 한다. 얇게 손으로만 빚어야 하는 도우는 찢어지기 십상이고 자칫 한순간을 놓치면 타버리게 된다. 반죽을 하고 토핑을 올려 화덕에 넣으면 50초 안에 모든 것이 결정된다. 이제는 능숙한 솜씨로 피자를 완성해 내는 주성윤씨. 결국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 끝에 몸으로 체득해야 제대로 된 나폴리식 피자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나폴리식 피자는 드셔본 손님 90% 이상이 맛있다고 할 만큼 매력적입니다. 특히 도우의 촉촉함과 쫄깃함에 반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도우의 맛을 느껴보실 수 있도록 손님들에게 식전 빵으로 도우를 살짝 구워드리고 있는데 반응이 좋습니다.”
‘맛있는 이야기’가 무르익어갈 무렵 그는 경주 최부자집 이야기를 꺼냈다. 3백여년간 12대에 걸쳐 부를 유지해온 경주 최부자집의 가훈은 이렇다.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등이다. 그는 경주 최부자집처럼 이웃과 더불어 살며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바로 옆 학교와 맞은편 어린이 집에 아이들을 보내고 일을 하다보면 내가 이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아이를 키우고, 일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필스피쩨리아 또한 지역에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공간으로, 저 또한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함께하고 싶네요.”
1월의 ‘맛있는 이야기’는 이렇게 따끈따끈 끝났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사진 이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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