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과 불면증의 중년 여성화가

지역내일 2012-01-29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01년 4월경, 클리닉을 천안으로 옮겨 개설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리따운 중년 여성이 진료실 문을 두드렸다.
화사해 보이는 봄옷을 입고 들어선 여성의 얼굴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다. 다소곳이 시선을 내리깔고 앉아 있는 여성의 모습에서 어떤 심리적인 문제가 있음을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저자는 조용히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지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한숨을 한번 ‘훅’ 쉬고 난 뒤 이 여성은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원장님, 저 사실은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가 멀리 건물 옥탑에 ‘이영준한의원’이라는 간판이 보여 마지막으로 한번 상담 받고 싶어 찾아 왔습니다. 저는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날마다 죽고 싶다는 생각만 드는지 모르겠어요. 세상이 싫어요. 살고 싶은 의욕이 없어요. 왜 사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제가 이 세상에서 없어지면 모든 것이 다 깨끗해지고 편안해질 것만 같아요.”
저자는 이 여성에게 “아니 이 좋은 세상에 왜 그런 생각만 하고 사세요? 무슨 고민이 있어요?”라고 물었다. 그런데 여성은 저자의 질문을 듣고 그저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니 천정만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는 “글쎄 저도 모르겠어요. 세상이 귀찮아요. 그냥 싫어요”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마치 사랑에 실패한 여인의 독백처럼 들렸다. 그런 후 다시 이어진 뜻밖의 이야기에 저자는 귀를 쫑긋 곧추세웠다.
“원장님, 사실은 오늘 자실을 결심하고 자살여행을 떠날 마음으로 무작정 시내버스를 올라탔거든요. 시내를 한 바퀴 돌다가 우연히 차창 밖을 바라보게 되었어요. 아주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한의원 간판이 눈에 들어왔는데 문득 저 한의원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오게 되었어요”라며 서울 말씨(표준말)로 또박또박 이야기 하는 그 여성을 보면서 어떤 말 못할 심적 고통을 겪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영준한의원 이영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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