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 15년 차인 박모(46·안양 호계동)씨는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잦은 음주, 불규칙한 식사 습관 등으로 늘 피곤에 지쳐 있었다. 그래서 최근 큰맘 먹고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관절이 벌겋게 부어오르기 시작하더니 참을 수 없는 통증까지 찾아왔다. 박씨는 “운동을 무리하게 해서 생긴 단순 관절통이라 생각하고 무심코 넘겼다”면서 “1주일 정도 지나니 증상이 가라앉았다가 또다시 통증과 부종이 나타나 한의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박씨의 병명은 ‘통풍’이었다. 이렇게 통풍은 초기 증상이 미미해 많은 사람들이 방치하기 쉽다. 그래서 더욱 세심한 관찰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본 한의원’우비룡 원장은 말한다.
관절에 요산 결정 달라붙어 발생
통풍은 요산나트륨 결정이 관절 조직에 달라붙어 발생하는데, 관절액에서 이 결정이 관찰되면 통풍으로 진단한다. 요산은 체내 대사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산물로, 혈액내 요산 수치가 높을 경우 대개 발병한다. 그러나 그 원인을 밝힐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체중 증가가 고요산혈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학설도 있고, 요산 수치가 낮더라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밖에 식생활과 식습관이 원인인 경우도 많고, 과도한 운동도 영향을 끼치며 유전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어 ‘소리 없는 질병’으로 불리기도 한다.
양방 치료법은 첫째 요산 수치를 낮추는 양약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양약은 요산량을 조절만 할 뿐 요산 자체를 제거할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다. 또한 양약 자체로 인해 통풍이 유발될 수 있으며 만약 중간에 약을 중단하면 다시 통풍이 생길 수 있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평생 먹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둘째는 요산 배설 촉진제를 사용해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법이 있다. 우 원장은 “하루 요산 배출량을 측정해 일정량에 못 미치면 이런 양약을 사용해 배출을 유도하는데 이 방법은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고 이 때문에 신장 결석, 요로 결석이 생길 수 있다”고 말한다. 또 “급성 통풍 때 쓰는 약은 독성이 강하고 환자가 복용법을 잘못 이해해 약을 섭취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양방에서도 양약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고 충고한다.
기혈 순환 돕는 한약 및 염증 제거 약침 효과 탁월
한방에서는 한약을 사용해 통풍을 치료한다. 하지만 양약과 다르게 몸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둔다. 몸의 정기를 북돋워 병을 스스로 내쫒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우 원장은 “대개 통풍 환자는 스트레스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몸의 균형이 흐트러져 있다”며 “한방에선 한약을 통해 오장육부의 기혈 순환을 도와 요산 등 체내 노폐물을 잘 배출할 수 있도록 하며, 약침을 함께 써 염증 및 통증을 가라앉힌다”고 말한다.
통풍은 평소 식생활로도 예방할 수도 있다고 한다. 요산 생성 물질인 퓨린체 섭취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요산은 우리 몸에서 70%가 생성되고 나머지 30%는 음식물로 형성될 수 있어 퓨린체가 적게 들어간 음식을 주의해서 먹는 게 중요하다. 생과일과 채소를 주로 섭취하고, 육류와 튀김류, 구운 견과류, 케이크와 파이와 같은 흰 밀가루 음식, 설탕 제품도 피해야 한다. 술은 가장 피해야 할 식품이다. 요산 생성을 촉진하고 요산 배출을 감소시켜 통풍 발작을 유발하므로 섭취하지 않아야 한다. 소주는 퓨린체가 없어 괜찮다고 하는 환자도 있지만, 모든 술은 분해 과정에서 요산을 생성하므로 피하는 게 상책이다.
통풍은 주로 남성에게 발생하는데, 이는 남성의 요산 제거 능력이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기 때문이다. 여성은 폐경 이전까지는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요산 제거 능력이 유지된다. 최근에는 스트레스를 받는 젊은층에서도 발병해 차츰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 원장은 “대부분의 환자가 전조 증상이 없어 잠을 자다가 새벽에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돼야 한의원에 내원한다”며 “통풍이 심해지면 엄지발가락, 발목, 무릎 등의 통증으로 시작해 증상이 몸 곳곳에서 다발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통풍은 단순한 발적, 통증 등의 증상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심한 경우 신장이 손상되기까지 한다. 한번 망가진 신장은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통풍 신호가 몸에서 감지되면 바로 통풍 전문 한의사를 찾아가 상담해야 한다.
통풍에 걸리면 아무리 식생활을 잘해도 면역력이 떨어지면 재발하기 쉽다. 따라서 꾸준한 운동과 규칙적인 식사, 올바른 식생활을 유지하면서 정기적으로 통풍 전문 한의원에 내원해 치료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우 원장은 특히 강조한다.
이민경 리포터 mk4961@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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