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얘기 잘못했다간 울그락불그락

지역내일 2012-01-20 (수정 2012-01-20 오후 3:40:43)
계층·세대 양극화 확산, 생각의 차이 커져
실업 물가 부채 '3대 주제', 이념논쟁 확산
20대 취업, 30대 보육, 40~50대 일자리 관심
정보 교류로 '소통의 시간' 만들어볼만

설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둘러앉은 가족들, 경제 얘기가 빠질 수 없다. 글로벌금융위기 여파가 유럽의 재정위기로 옮겨 붙으면서 만 4년째 접어들고 있다. 모두가 어렵다. 희망 섞인 얘기보다는 절망에 빠진 한탄이 터져 나올 법 하다.

명절인데 한숨만 쉴 순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장밋빛 경제지표를 들먹이며 큰 소리 쳤다간 '왕따'되기 일쑤다. 지혜로운 '대화법'이 필요하다.




◆피해갈 수 없는 '절망의 경제' = 현재 경제상황을 보면 너무 어둡다. 전문가들은 "예측 불가능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표현했다. '불확실성'은 모두의 적이다. 투자도 할 수 없고 소비도 위축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처럼 안갯 속에서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길을 찾아가면서 운전을 잘 하는 게 중요하다. 서민들의 삶은 출구가 없어 보인다. 고달플 수밖에 없다.

청년뿐만 아니라 베이비부머 세대들마저 일자리에 걱정이 태산이다. 주부들은 가계소득은 줄어드는 데 반해 물가만 올라 걱정이다. 여성은 30대 중반부터 자녀양육이나 가사를 위해 경력단절에 들어간다. 일단 직장을 그만두고 나면 재진입은 하늘에 별따기다. 40~50대로 넘어가면 부채, 자녀양육, 부모부양 등 '3박자'가 쏟아져 내려온다. 은퇴준비가 안된 고령층은 '장수의 고통'을 걱정하면서 한편으로는 고생하는 자녀들을 안쓰럽게 봐야 한다.

◆정부의 정책실패, 도마 위로 = 경제위기의 폐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고달픈 삶을 토로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정부의 정책실패를 비판하게 된다.

'이명박 정부'는 '금융위기 정부'다. 2008년 2월에 '747공약(7% 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 진입'을 호기롭게 펼치며 야심차게 출발했다. 6개월을 갓 넘긴 같은 해 9월 15일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했다. 글로벌금융위기가 시작했음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2009년 경제성장률이 0.3%를 기록한 후 2010년에 6.2%로 '브이자' 회복으로 올라섰다. '금융위기가 끝났다'는 공식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일본에 이어 유럽의 재정위기가 따라왔다. 애초 국가재정이 어려웠던 데다 글로벌금융위기를 메우느라 대규모 재정을 쏟아놓은 부작용까지 겹치 탓이다.

유가는 오르고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PIIGS 국가들이 곤경에 빠졌다. 지난해 성장률은 3.8%, 물가는 4.0%를 기록했다. 물가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유일한 정권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연초부터 악재가 쏟아졌다. 프랑스에 이어 독일도 위험하다. 이란발 유가상승이 우려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김정은 체제가 아직 공고하지 않다. 성장률 전망치 3.7%마저 아슬아슬하다.

수출대기업중심의 환율정책, 서민이 아닌 부자위주의 세금·부동산 정책, 성장주의에 밀린 물가정책, 부채공화국 만든 저금리정책, 공기업 부채 키운 4대강 정책 등 정부정책들의 실정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공공의 적'이 되는 셈이다.

◆세대별 관심거리를 올려라 = 얘기의 주제가 너무 무거우면 일부 식자들의 잔치가 될 수 있다. 오히려 따분해지거나 공감대에서 벗어나 누군가가 TV 리모콘을 만지작거릴지 모른다.

세대별 관심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떤 것에 관심이 많을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회조사결과 '향후 늘려야 하는 공공시설'로 보건의료시설(23.9%) 사회복지시설(20.8%) 국공립 어린이집(13.5%) 공원유원지(11.2%) 공영주차시설(10.0%) 등이 꼽혔고 10대는 공원 유원지(19.6%), 20대와 30대는 국공립어린이집(17.6%, 29.1%)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40대와 50대는 보건의료시설(26.2%, 32.0%), 60세 이상은 사회복지시설(38.3%)을 가장 많이 요구했다.

'향후 늘려야 하는 복지시설'을 묻는 문항에서는 39.2%가 건강서비스를 짚었고 일자리지원(17.7%) 노인돌봄(16.6%) 아동양육(16.0%)이 뒤를 이었다.

건강관리 및 건강증진서비스는 3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이 찾은 복지시설이다. 아동양육서비스를 주문하는 목소리는 20대(21.1%)와 30대(35.3%)가 많았고 40대와 50대는 일자리지원서비스(20.3%, 21.8%), 60세이상은 노인돌봄서비스(33.7%)를 요청했다. 부모부양을 걱정하는 40대와 50대 15.5%, 17.5%도 노인돌봄서비스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모두의 관심은 역시 '건강'이다. 부모부양과 자녀 양육도 중요한 주제다. 10대는 엔터테인먼트, 20대는 취업, 30대와 40대는 양육, 50세이상은 노후관리에 관심이 많다.

◆정보를 나누라 = 불만과 불평은 끝이 없다.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기 쉽다. 논쟁이 붙거나 자존심을 상하게 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험악해 진다. 서로의 관심사에 대한 얘기를 좀 더 넓혀 정보를 교환해 보자.

올해 새롭게 도입되는 제도들을 건강, 취업, 양육, 노후관리 등 세대별 관심거리와 연결시키면 안성맞춤이다. 기획재정부 홈페이지에 가면 '2012년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 책자를 e북형식으로 볼 수 있다.

최근의 경제정보를 나누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국세청이나 납세자연맹 홈페이지에 가면 소득공제를 통해 '13개월째 월급'을 더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소개돼 있다. 기부금이나 신용카드, 부모부양 등에 따라 달라지는 공제혜택을 확인할 수 있다.

금융 쪽에서는 증시추락과 저금리, 부동산경기 악화 등으로 재테크가 사실상 논의의 대상에 오르기 어려운 만큼 오히려 노후에 연금처럼 받는 '주택연금(주택금융공사)'이나 올해부터 의무화된 '퇴직연금(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 대한 정보에 관심을 가질 만 하다. 관련 기관이나 연구소 사이트를 방문하면 솔깃한 것들을 건질 수 있다.

◆민감한 부분은 건드리지 마라 = 경제의 어려움을 얘기하다보면 그러나 서로 다른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을 잊어버리기 쉽다. 글로벌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모두 어렵지만 계층, 세대간 양극화가 확산되면서 이해관계가 크게 달라진 부분도 적지 않다. 취업, 소득, 자산, 은퇴 등을 잘못 얘기했다가는 얼굴 붉히기 십상이다.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1995년 0.251에서 2010년에는 0.289로 뛰었다. 상위소득자 20%와 하위 소득자 20%의 소득격차인 소득 5분위배율은 3.85배에서 6.02배로 확대됐고 상대적 빈곤율 역시 7.7%에서 12.5%로 상승했다. 대기업의 64.5%였던 대기업 임금은 51.7%로 쪼그라들었다. 소득, 연봉, 사교육비, 취업 등으로 이야기 주제가 넘어가면 위화감을 자극하기 쉬워 가급적 피하는 게 상책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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