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낳고 딸 낳으면 백점, 딸 낳고 아들 낳으면 이백점이라는 말은 누가 만들어 낸 걸까. 생명에는 점수를 매길 수 없다. 하지만 퀴즈대회라면 다르다. 여기 만점짜리 아빠가 있다. 지난해 12월 8일, 전국보육정보센터협의회에서 개최한 ‘제3회 아빠육아골든벨대회’에서 만점으로 대상인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은 오재영 씨다.
아이 눈높이에서 놀이 즐기는 아빠
인터뷰는 초반부터 난항으로 흘렀다. 50분 안에 50문항의 육아 상식 문제를 다 푼, 그것도 만점을 받은 ‘훌륭한 아빠’를 취재하겠다는 것이 애초 의도였지만, 아이가 놓아주지 않았다. 올 4월이면 두 돌이 되는 오재영 씨의 딸 윤서다.
빨간 유모차에서 내린 윤서는 아빠의 품에 안기더니 이내 인터뷰 장소를 탐색하러 나섰다. 뒤따라 나선 사람은 아빠 오재영 씨다. 엄마가 과자를 꺼내 주의를 돌렸지만 윤서는 먹는 대신 아빠 입에 넣는 ‘놀이’를 택했다.
그것도 잠시, 이내 아빠 품에서 내려 2층으로 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계단오르내리기는 요즘 윤서가 무척 좋아하는 놀이다. 오재영 씨는 윤서를 뒤에서 안고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기를 반복했다.
까르르 까르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놀이를 만난 듯, 윤서는 입이 함박 만 해 졌다. 두 돌짜리 아이를 동반한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아빠를 부르면 차 마시는 것도 이야기 나누는 것도 모두 멈춰야 했다.
곁에서 지켜본 ‘만점 아빠''의 육아는 그다지 특별한 것은 없어 보였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눈높이에서 속도에 맞게 함께 한다는 것이 비결이랄까.
아이의 어린 시절 공유하는 즐거움
자신에게 엄마와 아빠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아이는 부모도 그러기를 바란다. 나만을 바라보라는 듯 아이는 엄마 아빠를 소리쳐 부른다. 졸음이 밀려와 머리가 땅에 닿아도 부모는 아이를 재워야 잠들 수 있다. 배고파 울면 새벽이라도 일어나 젖을 물리고, 오줌똥 눈 기저귀는 뽀송한 것으로 갈아 주어야 한다. 무한한 헌신과 사랑을 필요로 하는 육아, 어쩌면 아기를 낳아 키우는 일은 인간이 아닌 신의 영역인지 모른다.
“힘들죠. 피곤하고. 그래도 이 순간이 조금 더 길었으면 좋겠어요. 이 귀여울 때 예쁜 짓 하는 걸 보면 말이에요.”
오재영 씨는 아침 일찍 출근해 저녁 늦게 퇴근한다. 아이의 얼굴을 못보고 집을 나서는 것은 여느 아빠와 다를 바 없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 같이 있는 시간을 적극 활용한다.
그가 선택한 것은 스킨십이다. 자주 안고 몸으로 놀아준다. 요즘 즐겨하는 놀이는 물건 숨기기다. 그래서인지 윤서는 아빠가 오는 저녁 시간이면 컨디션이 급상승한다. 주말이면 호수공원에 자주 간다. 달리고 걸으며 많이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윤서는 아빠와 함께 하는 바깥나들이를 좋아한다.
“남편은 아이 성향을 잘 파악해요. 상대방의 기분이나 원하는 것을 잘 알아차려요. 아이가 원하는 것이 뭐고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신기하게도 다 알아요. 아이도 자기 예뻐하는 것을 기가 막히게 아는 것 같아요.”
아이의 웃음이 가장 큰 즐거움
불과 사오년 전만 해도 아버지들의 육아 참여가 이렇게 활발하지는 않았다. 요즘은 다르다. 오재영 씨 뿐 아니라 3~40대 아버지들은 육아와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다.
오재영 씨도 “출산부터 양육까지 아내와 함께 아이를 키웠다”고 말한다. 아빠육아골든벨 대회에 참여한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일산 장난감도서관 회원인 그는 대회 개최를 알리는 문자를 받고 참여했다.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 온라인으로 문제를 푸는 대회라, 윤서가 잠들면 참가하고 깨어있으면 못하겠거니 생각하며 무심하게 신청했다.
문제는 아동 발달, 심리, 육아 상식부터 보육 행정 분야까지 다양했다.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아이를 키우며 쌓은 상식으로 어렵지 않게 풀었다. 50분에 50문제를 푸는 동안 고맙게도 윤서는 낮잠을 잤다. 한참 후 만점 소식이 전해졌다. 대상을 받아 뿌듯할 만도 하건만 오 씨 부부는 별다른 기색이 없다.
“아이에게 바라는 것은 많이 뛰어 놀고 건강했으면 하는 거죠. 그것이 최고의 소망이에요.”
이렇게 말하는 오재영 씨에게도 작은 바람은 있다. 아이가 크면 무선RC카 조종을 함께 하며 노는 것이다. 미루었던 취미 활동도 아이와 함께 하고 싶을 만큼, 그는 육아를 즐기고 있었다.
“지금 이 시기는 다시 오지 않잖아요.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힘들어도 아이랑 이 시간을 공유하는 거죠. 아이의 눈빛, 웃음소리, 먹는 모습, 그런 것들이 가장 큰 즐거움이에요.”
만점 아빠 오재영 씨의 관심은 아이와 함께 하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저 출산 시대 가족의 중요성 일깨우는 ‘아빠육아골든벨 대회’
전국보육정보센터는 해마다 영유아 자녀를 둔 아버지들을 대상으로 ‘아빠육아골든벨 대회’를 연다. 아버지들을 자녀 양육에 적극 참여 시키고, 저 출산 시대 가족의 중요성을 일깨우려는 취지로 시작했다. 2009년에 처음 치러진 이 대회는 해마다 전국 약 2천여 명의 아버지들이 참여해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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