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탐방 ‘애니골 주막집’

정성과 맛 담은 건강한 밥상, 보약이 따로 없네

지역내일 2012-01-15

식약동원(食藥同源). 음식과 약은 뿌리가 같다는 말이다. 특별한 보약 한 첩 해먹는 것보다 하루 세 끼 건강한 밥상을 차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옛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나 보다. 요즘은 ‘네가 먹는 것이 곧 너 자신’이라는 말도 회자된다. 평범하게 먹는 나날의 음식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주는 말이다. 좀 더 자극적이고 독특하고 화려한 음식을 찾아 헤매는 현대인에게 ‘음식의 기본, 밥상의 기본’을 선보이는 밥집이 있어 찾아가 보았다. 풍동 애니골에 자리한 ‘애니골주막집’이다.


조미료 없이 맛 낸 소박한 밥상
‘애니골주막집’은 지난 11월 말 자리를 옮겼다. 애니골 초입에서 안쪽으로 50m가량 들어가 조금 더 넉넉한 곳에 터를 잡았다. 예전이 전통적인 주막 분위기였다면 옮긴 곳은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다. 독립된 방과 50인 이상 모임 가능한 대형 홀도 갖추고 있다. 맛과 정성은 그대로다. 조미료 없이 소박하게 재료의 맛을 살리는 것도 변함없다.
식사 메뉴는 옛날보리밥, 시래기털레기, 옛날국밥이다. 일품 메뉴로 녹두전, 도토리묵, 제육볶음과 주꾸미 볶음, 코다리찜이 있다.
옛날보리밥에는 알알이 씹히는 보리밥에 매일 아침 직접 만드는 10여 가지의 맛깔스러운 나물이 곁들여 나온다. 취나물 고사리나물 무나물 등 집에서 손수 해먹기에는 번거로운 나물들을 보리밥 위에 올리고 빨간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는다.
경남 사천에서 주 1회 주문하는 참기름은 이 집의 자랑거리다. 모든 나물과 요리에 이 참기름을 사용한다. 주인장의 사촌형님이 직접 짜서 바로 보낸다는데 묵은 내 나지 않는 고소한 맛이 제대로다.
마지막으로 볶은 깨를 갈아 넣는다. 깨는 직접 절구에 갈아 넣을 수 있도록 준비된다. 볶은 깨 역시 경남에서 공수한 것으로 고소한 맛이 살아 있다. 단 맛에는 매실엑기스를 사용하는 등 좋은 재료를 아끼지 않는 것이 이 집 맛의 비결이다.
 
배불러 못 먹고 값 싸서 놀라는 집
된장찌개는 2시간 동안 두 가지 멸치에 갖은 야채와 된장을 끓인 후, 손님상에 내기 전 야채와 된장을 넣어 한소끔 더 끓인다. 길어야 10분 정도 끓여 먹는 집 된장찌개와 맛이 다를 수밖에 없다. 모든 음식에는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아 맛이 깔끔하다.
“집에서 찌개 하나 맛있게 끓여서 한 그릇 뚝딱 먹고도 맛있어서 좀 더 먹을까 망설일 때 있죠. 그렇게 집 밥이 맛있게 됐을 때를 흉내 내려고 노력해요. 집 밥이 가장 맛있잖아요.”
주인장의 말이다. 집 밥이라고 하기에는 정성이 듬뿍 들어간 음식들이지만, 그는 “음식이 마음대로 다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식당 음식은 무엇보다 맛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푸짐하게 차려지는 옛날보리밥 1인분 가격은 7천원이다. 단품으로 나오는 녹두전과 제육볶음 주꾸미볶음 코다리볶음도 혼자서 먹기에는 벅찬 양이다. 모든 음식은 1만 원 안팎으로 저렴하다. 가격은 싸지만 맛은 수준급이다.


맛의 비결은 제대로 된 식재료
녹두전에는 국산녹두를 국밥에 한우소고기를 넣는 등 좋은 재료만을 쓴다. 주인장 부부는 식재료를 배달받지 않고 도매시장을 찾아가 직접 고른다. 그때그때 시세에 따라 신선하고 질 좋은 재료를 구매하기 위해 노력한다. 손님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기꺼이 발품을 파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주방에는 저온 창고를 지어 재료를 싱싱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재료값을 아끼려고 궁리하다 보니 농가와 직접 계약을 해 농산물을 싸게 구입하는 방법도 찾아냈다. 취나물은 직접 말려 재료비를 아꼈다.
“싸고 질 낮은 재료를 쓰면 음식 맛이 강해집니다. 재료에서 맛을 내기 어려우니 양념을 강하게 하고 조미료를 넣는 거죠.”
이 집 음식은 하나같이 부드럽다. 건강한 음식에 온화한 성질의 연잎차를 함께 마시니 배불리 먹고 나도 속이 편안하다. 연잎차는 정신안정과 불면증, 특히 갱년기 여성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양심 지키니 손님이 행복한 밥집
제대로 된 재료만을 사용하며, 한 번 쓴 반찬은 재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킨다. 지난해 채소 값이 폭등했을 때, 손님들은 상추를 보며 비싼 것을 아끼지 않고 내준다고 고마워하기까지 했다. 한 달에 참기름 값만 150여 만 원이 든다. 큰돈이지만 음식 맛을 위해 투자를 계속할 생각이다.
“천재지변 아니라면 가격을 동결하려고 해요.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면 거기서 남겨야죠. 인건비나 재료비에서 돈을 아끼는 대신 저희 몸을 조금 수고하면 되거든요.”
건강하고 맑은 마음으로 만든 음식은 먹는 이들에게 약이 된다. 좋은 재료로 맛있게 만들고 싸게 팔겠다는 신념은, 좋은 음식을 싸게 먹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바람과 기분 좋게 맞물린다. ‘애니골 주막집’이 애니골 맛집으로 등극한 비결이다.


문의 031-908-5694,  903-6363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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