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사람들> ‘후앙''제과점 송영광 쉐프

“빵 냄새가 밴 하얀 유니폼, 제 인생 그 자체죠”

지역내일 2012-01-15

 후앙(Rouen)은 프랑스 노르망디에 위치한 도시 이름이다. 관광객들에게는 전통미가 살아있는 건축물들과 함께 한적한 프랑스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송영광 쉐프에게 후앙은 관광지를 넘어 조금은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장소다. 단순히 먹을거리를 넘어서 문화적 가치를 지니는 ‘빵’의 본고장 프랑스. 그 빵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고, 배움의 열정을 불태웠던 추억의 프랑스 후앙. 그 때 빠져버린 프랑스 전통 빵의 매력, 건강한 빵의 진수를 그대로 전달하고 싶다는 우리 동네 사람. 송영광 쉐프를 프랑스가 아닌 마두동, 그의‘후앙’에서 만났다.


 18세, 홀로서기 인생의 시작, 빵과 연을 맺다
  “지금 돌아봤을 때 ‘하면 된다’라는 말이 딱 어울리네요”  그에게 빵 입문기를 물었더니, 이렇게 먼저 운을 뗀다. 빵을 만들어 본 적도 없고, 좋아해 본 적도 없었다. 처음엔 그저 생계를 위해 시작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의고 시골에서 혼자 생활을 시작하게 된 그는 1988년, 18살이 되던 해 무작정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서울로 왔다. 그러다 우연히 당시 남영동의 ‘파리제과’에 붙인 ‘남자 아르바이트 구함’이라는 전단을 본 것이 앞으로 펼쳐질 ‘빵 인생’의 시작이었다.
 “서빙 일을 하다가 공장장이 빵 만드는 기술을 익혀보지 않겠냐고 하더군요. 낮에는 매장에서, 밤에는 공장일. 힘들었지만, 그 덕에 남들보다 더 빨리 기술을 익힐 수 있었죠”
 한 달에 10만원도 되지 않는 월급이었지만, 순수함과 열정으로 가득했던 시절. 돈을 위해 일했지만, 열심히 일하고 손에 익다보니 ‘빵’ 제조에 슬슬 재미도 붙어 일 욕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돈암동의 ‘태극당’으로 자리를 옮긴다. 여기서도 그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책을 펴는 노력으로 검정고시를 1년 만에 패스하는 저력(?)을 발휘한다. 참 열심히도, 지독히도 일했다. 하지만 그 어려운 시절을 슬기롭게 이겨낸 점이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는 그. ‘안 되는 건 없다''며 노력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먼저 운을 뗐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우연으로 시작된 그의 빵 인생이었지만, 결국엔 눈물과 노력, 그리고 열정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인생인 셈이다.


건강한 빵에 눈을 뜨다! 몸은 어느새 프랑스행 비행기에
  열심히 일하던 제과점의 한 청년은 2002년 대한민국 최연소 제과기능장에 합격하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당시만 해도 대한민국 제과기능장이라고 하면 ‘하늘의 선택을 받은 자’라고 불릴 정도로 알아주던 자리. 특히나 이 쪽 업계에서도 흔히 말하는 ‘라인’이 중요하던 때라, 아무 연고도 인맥도 없는 그가 제과기능장에 합격했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때부터 그에게 업계의 ‘러브콜’은 쏟아졌다.
 하지만 제과기능장에 합격하고, 소위 말해 ‘몸 값’ 높은 쉐프로 잘 나가던 때.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유학을 위해 프랑스 행 비행기에 오른다. 주변에선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쉬운 길을 놔두고 떠나는 그를 두고 흔히 말하는 ‘미친X''라고도 했다. 하지만 그는 국내 제과제빵 업계의 미래를 생각했다고 한다.
 “앞으로의 제빵 업계의 화두는 ‘건강한 빵’이라고 생각했죠. 단순히 맛있고, 보기 좋은 빵이 아닌, 식문화로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그런 빵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무조건 배워야 했죠”
  어학테스트를 떨어져 재수를 하면서도 끝내 그는 프랑스 국립제과제빵학교(INBP, Institut National de la Boulangerie Patisserie)에 최고점수로 합격하고 만다. 지금의 그의 피앙세도 그 곳에서 만났다고 하니 프랑스는 여러모로 그에게 선물을 준 셈이다. 마두동 ''후앙’ 매장은 함께 공부했던 동료이자 선배인 그의 부인이 함께 운영한다.
 “부부가 함께 일하다 보면 대화가 끊이질 않는 게 좋죠. 가게운영에서부터 제품 개발 모든 부분을 아내와 함께 하니 시간가는 줄도 몰라요” (웃음)  고소한 빵 냄새가 가득한 후앙. 사랑스런 아이, 최고의 조력자인 아내. 모든 것을 갖춰 행복하다는 남자 송영광 쉐프다.
송쉐프의‘후앙''은 유학을 결심했던 그 초심을 그대로 담아 ’건강한 빵‘을 모토로 삼고 있다. 유화제나 향신료 같은 첨가물이 들어간 마가린, 쇼트닝 대신에 우유버터를 사용하고, 유지방만을 농축해서 만든 천연 생크림만 고집한다. 특히 그는 이스트가 아닌 자연 효모균을 이용해 만든 ’천연 효모빵‘ 예찬론자다. 일부 프랜차이즈 매장들처럼 반제품, 완제품으로 배송되는 냉동빵은 이스트가 많이 들어가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되지 않기도 하지만, 천연 효모빵은 못생기고 거칠지만 그만큼 건강에 좋다.
 “프랑스에서 ‘빵’이라고 하면 밀가루, 소금, 물, 효모로 만든 것을 말하죠. 다른 첨가물이 들어가면 부드럽고 맛이 있지만, ‘빵’이 아닌 ‘비엔느와제리’로 구분됩니다”
 진짜 ‘빵’이 무엇인지 한참 설명하는 송 쉐프의 모습에서 젊은 시절 얼마나 열정적으로 일에 몰두했었는지, 자신의 꿈을 좇으며 살아왔는지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늘 도전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나’
 그는 항상 바쁘다. 가게운영도 신경 써야 하고, 시장 조사에서부터 신제품 개발까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다. 대한민국 제과기능장, 유학파의 알아주는 실력, 어엿한 자신만의 가게. 이제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는 것 같지만 그는 또 도전을 꿈꾼다.
 “제과업계의 최연소 명장이 되고 싶어요. 10명도 안 되는 국내 명장들이 있는데, 최연소로 명장이 되어 보는 것. 틈틈이 준비하고 있는데 잘 될지 모르겠네요. 하하”
가장 편한 옷차림은 앞으로도 쭉 하얀 제빵 가운이 될 것 같다는 송영광 쉐프. 이제 조금은 여유를 가져보라고 하고 싶지만, 최연소 명장이 됐다는 반가운 소식을 어서 빨리 들려주었으면 한다.
남지연 리포터 lamanua@naver.com


<He is>
1988 제과입문
1999. 빠나미 기술부장 
2002. 한국제과기능장 취득
2008. 프랑스 국립제과제빵학교(INBP)졸업,
2009. 세계 제빵대회 한국 국가대표로 4위
2009 미국 캘리포니아 건포도 대회 금상
2009 미국제빵요리학교 연수
2010 한국 관광대 외래교수
2010 노동부 장관상 수상(중소기업 우수 기능인)
2010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상 수상(제1회 프랑스빵 챔피온십 우승)
현(現) 한국제과제빵 국가기술자격증 심사위원
       대한민국 제과기능장 심사위원 등
저서:  송쉐프의 쉬운 프랑스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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