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아산 주5일제 수업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주중 수업 늘고 방학 줄어든다

내년 3월부터 시행 … 구체적 계획 없어

지역내일 2011-12-23

2012년 천안·아산 지역 모든 초·중·고등학교가 주5일수업제를 실시하게 된다.
천안교육지원청 김정희 장학사는 “지난달 주5일수업제 시행에 대한 학부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천안은 전 학교가 주5일 수업 시행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13일 현재 수업일수 승인 여부가 충남교육청에 올라갔다”라고 말했다. 아산도 같은 상황이다.
이어 충남교육청은 15일 천안·아산 학교에 주5일수업제에 따른 190일 수업일수를 승인했다.
당장 일선 학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3월부터 주5일수업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수업일수, 수업시수, 교육과정 등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내야 한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 운영 계획은 1월 말까지 계획을 세워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치게 되는데 해마다 교육청에서 12월 말 지침이 내려오면 그에 따라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다”며 “내년 수업제가 바뀜에 따라 별도 준비가 필요한데도 학사일정 계획은 그대로라 갑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주5일수업제 시범학교로 운영된 광덕초등학교에서 진행한 교실 밖 도예체험교실. 토요프로그램은 맞벌이 가정 자녀를 위한 보호를 넘어서 교과목과 연계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사진제공 광덕초등학교>


“학부모가 원하지 않으면 주5일수업제 안 해?”

초등학생과 중학생 형제를 둔 학부모 김윤경(42·불당동)씨는 지난달 설문조사의 황당함을 토로했다. 김씨는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아이가 용지를 꺼내들더니 사인해달라고 하더라”며 “자세히 읽어보니 주5일수업제에 찬성하느냐를 묻는 설문지였다”고 말했다.
“설문은 주5일수업제의 전면실시, 격주실시, 반대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설문에서 주5일수업제에 반대하는 학부모 의견이 높으면 그 학교만 토요일 수업을 하게 되는 건가요? 게다가 주5일수업제 실시로 무엇이 달라지는 지 전혀 알리지 않은 상태에 무조건 의견을 물으니 앞뒤가 바뀌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지난해 6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주5일수업제 전면 자율 도입계획’을 발표하며 지난달 25일 주5일수업제에 따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5조를 개정했다.
개정된 교육법에 따르면 주5일수업제의 권한은 학교장이 갖게 된다. 실시 여부는 학교장이 최종 결정하게 되는 것. 이 내용대로라면 형제가 초등·중등인 경우 한 명은 토요일 수업을 하고 한 명은 안하게 되는 극단적인 상황도 나타날 수 있었다. ‘토요일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과 폭 넓은 체험활동을 경험하도록 하기 위해’라는 당초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업일수는 줄고 수업시수는 그대로 


교과부에서는 주5일수업제 전면시행일 경우 190일 이상의 수업일수를 최소단위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충남교육청은 195일 이상이 바람직하다고 권장, 학교마다 학교장 재량에 따라 195~197일의 수업일수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격주 주5일 수업이 실시된 올해의 경우 205일의 수업일수가 최소단위였다. 내년은 올해에 비해 8일~15일의 수업일수가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른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수업일수가 주는데, 수업시수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결국 토요일에 쉬는 만큼 평일에 더 많은 수업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주중 수업이 늘어날 예정. 방학기간도 줄어든다.
실제로 주5일수업제 시범학교로 선정되어 9월부터 운영해온 광덕초등학교의 경우 1·2학년은 주2회 5교시·3회 4교시 수업을, 3·4학년은 주2회 6교시·3회 5교시 수업을, 5·6학년은 주5회 6교시 수업을 실시했다. 중학교의 경우 교육과정운영에 더욱 난황을 표했다. 5일 동안의 시간표가 교과수업으로 꽉 차고 수업부담도 늘어나게 된 것. 천안새샘중학교는 주5일수업제 시범 운영을 하며 매일 6시간 진행하던 수업을 주3일 7교시로 확대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내용은 각 학교에서 재량으로 준비해야 한다. 주5일수업제 시행에 교과부는 정책만 제시, 구체적 계획과 운영에 대한 모든 책임은 학교가 떠맡고 있는 셈이다.


계획 세워야 하는데 아직 예산 배정도 안 해


주5일수업제에 따른 우선과제는 맞벌이가정의 아이들이다. 토요일 아이들을 어떻게 보살펴야 하는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교육업체에서는 토요일까지 수업을 확대하는 등 발 따르게 대처하고 있다. 자칫 사교육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 조짐도 보인다.
이를 위해 교과부는 토요프로그램 마련, 토요돌봄교실 등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토요 돌봄교실을 확대하겠다는 방침. 숫자도 내년 3000개로 늘릴 계획이다. 각 학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아이들 체험활동으로 연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현재 학교에서는 운영계획만 세울 뿐 확실한 결정은 내리지 못하고 있다. 토요프로그램 운영을 위해서는 외부강사지원, 프로그램 운영비 등이 필요한데 이에 따른 예산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 ‘스포츠강사를 늘려 나가겠다’ ‘지역기부·재능기부를 활용하라’는 식의 지침만 내려올 뿐 계획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은 세워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몇몇 학교는 자체 예산을 운용, 내년 수업제에 따른 토요 프로그램을 준비하기도 한다.
올해 주5일수업제 시범학교로 선정, 운영기간을 거친 새샘중학교 유승복 부장교사는 “새샘중학교는 내년 계획으로 예총이 지원하는 문화예술프로그램과 스포츠강사를 활용한 토요스포츠데이를 잡고 있다”면서 “하지만 스포츠강사가 어떻게 배치될지 확실한 계획이 잡히지 않아 내년 운영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육청의 빠른 계획과 지침이 있어야 내년 교육과정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는 김은영(가명·35·용곡동)씨는 주5일수업제와 함께 걱정이 생겼다. 근무하는 토요일에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토요일 학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아이를 보내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필요 경비는 아직 미지수다. 예산이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인지 결정되지 않아 학교에서도 속 시원한 해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면 개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에 김씨는 “토요일에 비용을 부담하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 하는 거라면 주5일수업제 실시로 가정의 부담은  늘어나게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 가족 간 정을 돈독하게 하겠다.” “아이들이 토요일을 활용해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주5일수업제 실시. 취지는 장대했다. 충분한 여가를 활용해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많은 가정에서 반기는 장점이다. 하지만 지금 학교도, 가정도 그에 따른 변화 앞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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