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학년도 입시를 기점으로 수시가 대입의 실질적인 중심축이 되었다. 그동안 수시모집 정원이 전체 모집의 60%가 넘었지만 수시 미등록으로 인한 정시 이월 인원이 많아서 실제로는 정시 합격생 비율이 55% 이상 되었다. 하지만 올해 수시 추가합격 제도가 시행되면서 이 비율이 역전되었다. 또한 수능 만점자 1% 정책이 정착되고 서울대가 수시 모집정원을 80%까지 올린 데다 수시지원 횟수마저 6회로 제한되면서 ‘대입은 수시다’라는 공식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정시를 대입의 본게임으로 생각하고 수시는 소신지원이라는 명분하에 본게임 이전에 마음껏 호기를 부려보는 연습게임으로 생각해 왔다. 하지만 더 이상 본게임에서는 베스트 11을 총동원해도(언어, 수리, 외국어영역 중 1등급 2개를 받아도) 월드컵 16강(서울 상위 16개 대학) 진출도 쉽지 않게 되었다. 한 두 문제 실수로 틀리면 2등급으로 내려가고 본선 32강(서울소재 32개 대학)에도 못 드는 현실 앞에 수험생들은 좌절하고 있다.
2013년 서울대 정시 모집정원이 643명이다. 연세대와 고려대까지 포함하면 총 2,800명 정도 된다. 이 인원을 언/수/외 백분위로 따지면 3개 영역 전부다 0.45% 이내에 들어야 한다. 만점자를 1%에 맞춘다고 하니 무조건 만점을 받아야 한다. 수시합격으로 일부가 빠져 나간다고 쳐도 수시전형 특성상 그 인원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수능은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 게임 인 것이다.
반면 수시는 이러한 ‘한 문제라도 절대 실수안하기 고사’, ‘소수점까지 따져야만 당락이 결정되는 고사’라는 수능의 경쟁방식과는 패러다임이 다르다. 수시 전형 중 일부(특기자 전형)는 수능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요구하는 전형(입학사정관, 논술전형)들도 서울소재 상위권 대학 기준으로 2개 영역에서 2등급 정도면 된다.
논술전형이 수능최저학력 기준을 가장 높게 책정하고 있는데 보통 2개 영역에서 1~2등급을 요구하고 있다. 즉 수시에서는 수능 1등급(백분위 4%~5%) 안에 들면 최상위권 대학이라도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한다. 백분위 4%대에 해당하는 인원은 영역별로 무려 3만명에 달한다. 결국 수시전형을 지원하는 학생에게는 수능 만점을 받아서 전국 1등을 하건 1등급 커트라인에 걸려서 3만등을 하건 수능 동점처리가 된다는 데 수시 지원전략의 포인트가 있는 것이다.
PAGODA교육그룹 PlanB 수시전문학원 전일훈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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