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15일 사상 초유의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평년을 웃도는 기온과 정부의 빗나간 전력 수요 예측이 빚어낸 현실이기도 했지만 무분별하게 과용되는 에너지 소비의 한 측면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제대로 알면 실천한다
세 아이의 엄마인 주부 최혜연 씨는 천안시 한 아파트 부녀회 총무다. 그가 1600여 세대의 살림을 도맡아 하는 동안 그곳은 2년 연속 녹색 아파트에 선정됐다. 2010년엔 에너지 절약 모범 사례로 선정돼 시에서 600만 원 상당의 지원을 받기도 했다.
최씨는 “입주민들의 에너지 절약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역 환경 단체와 함께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벼룩시장을 열었다”며 “또한 정부와 지자체가 시행하는 ‘탄소포인트제’를 맨 먼저 알렸다”고 한다.
탄소포인트제를 통해 내 가정에서 내가 아껴 쓴 에너지가 돈이 되어 돌아오는 경험을 한 입주민들은 스스로 고무되었다. 녹색소비자연대 ‘플러그를 뽑는 사람들’ 모임의 회원으로 최씨가 느끼고 가정에서 실천해 온 노하우가 ‘누구든 실천하면 된다’는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낸 순간이었다.
최혜연씨는 주로 인터넷 주문을 통해 물건을 구입한다. 최씨는 “내가 차를 갖고 마트를 가면 우리 집 장바구니 하나를 채울 수 있지만 마트에서 물건을 배달하면 여러 집 물건을 한 번에 실어올 수 있다”며 “차 여러 대가 움직여 낭비되는 에너지를 한 대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소개한다.
지난해 냉장고가 고장 나면서 그도 여느 집처럼 김치 냉장고까지 하나 더 사볼까 고민했다. 하지만 냉장고가 커지면 많이 채워 넣게 되리라는 데 생각이 미처 마음을 비웠다. 물론 냉장고는 일주일 발품을 팔며 꼼꼼히 따져 소비효율이 가장 높은 제품을 구매했다.
대가를 치르지 않는 선택
앞으로 전 세계는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600개에 이르는 화력 발전소와 200개가 넘는 원자력 발전소를 갖춰야 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선택하는 대안은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큰 불편을 감수해야 할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내복입기, 멀티탭 사용하기, 빨래 색깔별로 모아서 하기, 아파트 외출 시 외출설정하기 등 당장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새해에 에너지 절약을 결심한 분이 있다면 본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것 하나를 선택해 실천해 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작은 성공 경험이 쌓이다보면 어느 날 내 생활에 들어와 있는 게 에너지 절약이니까요.”
한 과학자는 ‘우리는 모든 것이 켜져 있는 세상에 진입했다''고 표현했다. 모든 것이 열려있는 이 시간, 우리도 잠시 최혜연씨처럼 플러그를 뽑는 손이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지남주 리포터 biskette@naver.com
* 탄소포인트제란?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실시하는 에너지 절약 및 온실가스 감축 프로그램. 가정 내 전기, 가스 ,수도 등의 사용량 절감에 따라 포인트를 발급, 이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제도. 탄소포인트 홈페이지나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가입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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