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불경기에 장사 잘되는 곳은 ‘반찬가게’뿐이라는 농담이 있을 만큼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아파트 상가마다 반찬가게가 성업중이다.
“솔직히 퇴근하고 오면 꼼짝도 하기 싫어요. 너무 피곤하고 지쳐서 저녁 준비할 만한 에너지도 없고요. 또 늦게 퇴근해서 부랴부랴 저녁준비하고 치우다 보면 아이와 이야기 할 시간조차 부족해요. 그러다보니 외식을 자주 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꺼림칙하죠. 조미료도 걱정스럽고 싸구려 식재료도 신경 쓰이고요. 아파트 상가 내 반찬가게를 자주 이용하는데 더 믿을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어요.” 일하는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정순희 씨의 말이다.
인천여성회 연수구지회 ‘여성경제공동체’가 직장여성, 맞벌이가정 등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언니네 반찬’ 가게를 운영한다. ‘언니네 반찬’은 조미료를 넣지 않고, 집에서 직접 만든 것과 똑같은 엄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안심반찬이다.
반찬 만드는 일은 인천여성회 회원들의 재능나눔으로 진행된다.
“활동하면서 친하게 지내다 보니 함께 식사할 기회가 많았어요. 돌아가면서 음식을 나눠먹는데 유달리 음식 솜씨가 좋은 회원들이 있었죠. 이야기하다 솜씨 좋은 엄마들이 반찬을 만들어 나눠 먹으면 어떨까 아이디어를 낸 거죠.” 수요일 반찬을 맡고 있는 이미경 사무국장과 심혜경 회원의 설명이다.
그렇게 시작한 언니네 반찬은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두 번 반찬을 만든다. 요일마다 두 종류 반찬을 준비해 일주일에 4가지 반찬을 제공한다. 연수구 내 거주하는 주민들에 한해 배달을 하기도 하고, 이동이 가능한 회원은 청학동에 자리한 짱뚱이어린이도서관으로 가 직접 반찬을 가져다 먹기도 한다.
반찬가격은 주1회 두 종류의 반찬을 신청하면 4만원, 주2회 두 종류의 반찬을 신청하면 8만원이다. 반찬 하나당 5천원인 셈이다.
“일을 시작하면서 시장조사를 많이 했어요. 보통 반찬가게에서는 100g~150g 기준으로 2000원 내지 3000원을 받더라고요. 우리는 반찬 한 개 당 500g 정도를 담으니까 양 대비 가격 면에서는 경쟁력이 있죠.”
회원들에게는 한 달 간격으로 메뉴를 공지하고, 온라인카페를 통해 맛과 메뉴에 대한 피드백도 이뤄진다.
“시중에서 파는 반찬들은 간이 센 편이에요. 아무래도 싱거우면 맛을 내기가 어려우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집에서 만드는 것과 똑같이 했더니 처음엔 싱겁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하지만 파는 음식에 길들여졌던 아이들의 입맛을 건강하게 되돌리는 게 우리의 목표니까 지금도 첨가물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나트륨 함량을 낮추기 위해서 음식을 싱겁게 하려고 해요. 다행히 1~2주만 지나도 아이들은 음식의 건강한 맛에 익숙해집니다.”
“아무리 솜씨 좋다고 해도 막상 돈을 받고 팔게 되니까 엄청 신경이 쓰였어요. 인터넷이나 책을 보면서 메뉴나 조리법도 공부하고 미리 집에서 해보기도 하고, 만들고 난 후에는 시식품평회도 하면서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도 회원들이 집에서 엄마가 만들어 준 것과 똑같다며 좋아해주니까 보람이 있죠. 보통 사먹는 반찬은 첫 날은 맛있어도 하루 이틀만 지나면 기름기가 돌면서 맛이 이상해지잖아요. 하지만 우리가 만든 반찬은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고 멸치나 다시마 같은 천연조미료만 쓰거든요. 그러니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죠.”
언니네 반찬은 지난 11월 사업을 시작해 아직 초창기다. 현재는 회원이 많지 않아 식재료는 재래시장과 대형마트에서 구입하고, 된장, 간장, 고추장 등의 장류와 양념류만 생협에서 공급받는다. 회원 수가 늘어나면 식재료까지 생협 유기농 제품을 사용할 예정이다. 또 현재는 플라스틱 용기를 쓰고 있지만 추후 스테인리스 용기로 바꿀 예정이다.
장경선 리포터 sunny0822@hanmail.net
문의 : 010-9170-2021 / cafe.daum.net/icwayeonsu(연수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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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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