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명문대로 이어지는 길이 성공인생’이라는 우리 사회의 통념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특목고 대신 특성화고를, 명문대 대신 취업의 길로 미래를 열어가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대학대신 취업을 선택한 학생들을 만나러 특성화고등학교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만난, 자신의 길을 찾아 취업으로 내일을 열어가는 옹골진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인천국제공항공사 합격 관광경영학과 김건희 학생
“내신관리와 자격증 취득으로 취업의 문을 열었어요”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최종합격한 김건희 학생은 처음부터 취업을 목표로 입학했다. 1학년 때부터 내신관리와 자격증 공부를 하며 취업을 위한 준비를 했다. 컴퓨터활용능력과 조주기능사 등 다섯 개 이상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2학년 때는 몽골로 7박8일간 해외자원봉사활동을 다녀왔고, 학교 청결도우미로 활동하며 교내 봉사활동도 펼쳤다. 교내 컴퓨터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컴퓨터 서버운영 경진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김건희 학생은 3년간의 고교시절을 취업을 위한 준비기간으로 보고, 스펙을 차곡차곡 쌓아왔다고 한다.
“특성화고는 취업을 위한 교육이 기본인 만큼 본인이 조금만 노력한다면 취업의 문을 쉽게 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문계고등학교에 비해 내신관리도 수월한 편이고, 다양한 동아리 활동도 여유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께서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꼼꼼히 챙겨주시고, 다양한 취업 준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어 한눈팔지 않고 내 길을 찾아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김건희 학생은 3학년이 되자 ‘대학에 진학해볼까’하는 마음이 잠깐 들기도 했단다. 하지만 취업 관련 공고가 지속적으로 나면서 이내 마음을 다잡고 취업 준비에 집중했다. 대기업과 공기업 등에 입사지원을 했고, 가장 먼저 인천국제공항공사로부터 최종합격자 통보를 받았다. 아직 최종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기업이 두 곳이나 된다. 김건희 학생은 “중국어와 영어 실력을 키워 해외관련 업무를 해보고 싶다”며 “필요하다면 직장생활을 하다가 대학에 진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취업을 위해 물심양면 지원해주신 임혜란 담임 선생님과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 합격 관광경영학과 이소희 학생
“대학보단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고 싶어요”
이소희 학생은 일찌감치 3학년 1학기에 LG디스플레이로부터 최종합격자 통지를 받았다. 학교 입학당시에는 대학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대학생인 언니를 보면서 취업을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언니가 대학생인데 취업과 미래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해요. 대학에서 공부는 하지만 앞으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해 하더라구요. 언니랑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하면 대학가서도 버티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대학보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고 싶어요.”
이소희 학생은 쇼핑몰을 운영하는 CEO가 꿈이다. 취업을 해서 쇼핑몰 운영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열심히 돈을 벌어 디자이너가 꿈인 동생을 후원해주고 싶단다. 이소희 학생은 “남들보다 일찍 취업하는 만큼 성실히 일하고 알뜰하게 저축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한 토대를 탄탄히 다져가고 싶다”며 “내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 자수성가한 CEO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또한 “취업정보를 챙겨주신 전상현 취업담당 선생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국정책금융공사 1차 합격한 정보처리학과 정은지 학생
“취업과 대학, 두가지 준비를 함께 했어요”
정보처리학과 정은지 학생은 중학교 때 성적이 우수한 편이었다고 한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해 대학을 목표로 공부할 수 있었지만 실용적인 공부가 하고 싶어 특성화고를 선택했다. “부모님을 설득해 특성화고에 진학했어요. 진로를 결정했을 때 많은 분들이 특성화고에 대한 편견으로 걱정을 하셨지요. 하지만 방향이 좀 다를 뿐, 저희들도 공부할 땐 열심히 공부하고, 미래를 위한 취업 준비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취업과 대학, 두가지 준비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성화고의 장점 같아요.”
정은지 학생은 대학진학을 목표로 성신여대와 숙명여대 수시모집에 지원했다. 수능시험에서 만족할만한 성적을 얻어 최종합격자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또한 한국정책금융공사에 입사지원을 해놓은 상태로 1차 합격에 이어 취업 전형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에서 회계원리와 상업관련 수업을 들었는데 정확하고 딱 떨어지는 것을 좋아하는 제 성격과 잘 맞는다는 것을 알았어요. 진로적성검사 결과도 금융계가 나왔지요. 대학에서 경제나 경영을 공부하고 싶었는데 마침 금융계 취업의뢰가 들어와 지원하게 됐어요.”
정은지 학생은 특성화고에서 자신의 적성을 찾고, 취업과 대학에 동시 도전했다. 이는 특성화고의 장점을 잘 활용한 경우다. 정은지 학생은 “길이 하나뿐인 인문계고등학교에 비해 특성화고는 공부면 공부, 취업이면 취업 두가지 목표를 함께 잡고 갈 수 있어 좋다”며 “자신의 선택을 믿고 기다려준 부모님과 황진영 담임선생님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컨벤션 산업 인재를 양성하는 곳 <일산국제컨벤션고등학교>
“학생들의 꿈과 비전을 적극 후원합니다”
일산국제컨벤션고(임봉규 교장)는 일산정보산업고등학교에서 교명을 변경했다. 지난해 경기도교육감 지정 특성화학교로 지정되면서 컨벤션 경영과, 컨벤션 관광과, 컨벤션 비즈니스과, 컨벤션 광고디자인과 등으로 학과를 개편했다. 국가의 전략산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컨벤션 산업에 관련된 인재들을 기르며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특기에 맞춰 취업과 진학,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일산국제컨벤션고 임봉규 교장은 “선취업 후진학을 위한 취업교육과정과 적성을 고려한 진학교육과정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비전을 찾고, 이를 이루기 위해 도전할 수 있도록 적극 후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산국제컨벤션고에서는 국제적인 컨벤션 인재 양성을 위해 일본, 중국 등의 현지 학교와 학생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산업체와의 산학협약으로 컨벤션 관련 분야의 교육을 전문적으로 진행한다. 국가기술자격 취득을 위한 집중교육으로 자격증 취득률이 3학년 기준 73%에 이른다.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유학반과 미술 분야의 특기능력 개발을 위한 창조미술반,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는 자기주도학습반 등도 운영하고 있다. 2011학년도 대학진학률은 4년제와 2년제 대학 포함 73%였고, 졸업을 앞둔 고3 학생들의 경우 11월 기준 취업률이 40%를 넘어 섰다. 신한은행과 새마을금고, LG디스플레이, 인천공항공사, 김포공항면세점 등에 취업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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