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가본 분당선 죽전~기흥 개통ㆍ시승식

지역내일 2012-01-02 (수정 2012-01-02 오후 2:09:08)

집 앞에 펼쳐진 전철시대, 기대와 흥분으로 고고싱~!





때는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시점.
늘 오가던 보정역 주변은 차선이 변경되면서까지 급하게 땅을 파고 있었다.
“12월까지 완공하겠습니다.” 역 주변 공사장 곳곳에 나붙은 현수막.
하지만 믿지 않았다. 땅을 연신 파내고 붉은 흙더미가 여기저기 쌓여있는데 무슨 수로 12월에. 아마도 내년 봄이라야 대충 마무리가 되겠지.
개통식을 하루 앞둔 상황, 땅을 파고 보도블록을 깔고 미장 공사로 정신 사나운 역 주변을 보면서 아이들과 ‘개통식 연기’에 당당히 500원을 걸었다.
그리고 12월 28일 개통식 당일. 아이들과 확인을 위해 기흥 역으로 향했다. 그런데 신갈 역 주변부터 몰려든 취재진과 구경나온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여전히 외벽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던 기흥역사를 보며 반신반의 하던 차, 역사 안에서는 이미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미진한 외부 공사와 달리 정돈된 역사 내부는 호응 높아



용인시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던 전철 개통, 그 의미는 이날 모인 사람들의 얼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림잡아 200명은 족히 넘는 시민들이 호기심과 기대를 안고 기흥 역 대합실에 모여 있었다. 아이와 함께 온 주부부터, 연세가 지긋한 시니어,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의 청년들까지… 용인 전철 개통의 기념비적 행사에 참여하고 있었던 것.
한국철도시설공단 수도권지역본부가 주최한 개통식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김학규 용인시장을 비롯한 다수의 관계자들이 참석해 용인 전철 개통의 의미를 분주히 전하고 있었다.
행사장을 찾은 신갈동의 김동현(57)씨는 “그동안 전철이 안다녀 조금은 낙후된 지역으로 불려 왔는데 서울이나 분당으로 나갈 때도 편해지고 남들에게도 전철이 다니는 동네라고 자랑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직접 전철을 타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리포터도 아이들과 함께 표를 끊어 승강장으로 내려갔다. 밖에서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상당히 훌륭한 승강장. 선로 안전문이 4개역 모두에 설치돼 있었고 환하고 밝은 느낌의 분위기, 음료수 자판기와 편의시설 등도 고르게 갖춰져 있었다. 함께 전철을 기다리던 사람들도 내심 놀라워하는 눈치.
몇 분이 되지 않아 곧 기차가 도착했고 문이 열림과 동시에 아이들과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때 연합뉴스의 사진 기자가 플래시를 터뜨리며 아이들을 집중해 찍었고 집에 돌아와 인터넷 뉴스를 확인하니 아이들의 시승사진이 고스란히 올라와 있었다. 색다른 경험을 추가한 순간.




서울 강남까지 30분대, 다소 외진 위치의 구성 역은 아쉬워 



기흥 역을 출발해 신갈과 구성, 보정 역을 거쳐 죽전 역에서 내린 아이들과 리포터.
다시 행선지를 유턴해 리포터의 집 앞인 구성 역에서 하차했다. 그런데 다른 역과 달리 탄천을 건너 대로변에서도 한참을 들어가 위치한 구성 역은 많은 아쉬움을 주는 대목이었다.
마을버스가 역까지 다닌다고는 하지만 구성역의 썰렁한 위치에 “왜 이렇게 논밭 한 가운데에 역을 만들어 놓은 거냐”며 아이들도 곤란한 질문을 해댄다.
역시나 구성 역 개통이 궁금해 나와 봤다는 박만철(66ㆍ마북동)씨도 리포터와 같은 의견을 전해주었다.
“마북동 연원마을 사람들이 구성 역까지 오려면 마을버스를 타고 와야 할 거리입니다. 서울 나갈 땐 집 앞에서 마을버스 타고 오리역에서 전철을 타곤 했는데 구성 역이 이런 위치에 생뚱맞게 자리 잡으니 예전과 달라질 게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집 앞에 전철역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심적인 뿌듯함은 크다는 주민들의 공통된 의견. 리포터 역시 그동안 기다리던 구성역이 완공되자 당장엔 반가움이 더 크다.
아직은 주차장을 비롯해 미진한 공사 마무리가 남았지만 역 내부는 완벽에 가까울 만큼 고르게 갖춰져 있던 구성 역. 그중 유독 눈에 띄는 대목은 유아들을 위한 전용 개찰구다. 조그만 아치형으로 만든 개찰구는 표가 따로 없는 6세 미만 유아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앙증맞게 마련돼 있었다.
이어 주부와 엄마의 시선으로 역사를 살펴보니 세심한 손길이 미친 것에 점수를 주게 된다. 대합실에 마련된 수유실은 난방은 물론,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까지 마련돼 있어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음을 엿볼 수 있었다.
갤러리 같이 모던하고 화사하게 꾸며진 화장실도 점수 추가, 정말 개통될까 싶었던 심란한 외부 공사와는 달리 역사 내부는 완벽에 가까운 디테일을 뽐내고 있었던 것.
“한국 사람들의 건설, 토목 공사 능력은 가히 불가사의한 수준이야.” 다시 한 번 감탄하며 돌아온 하루. 비록 500원 내기에서 아이들에게 졌지만 500원의 10배도 아깝지 않은 유쾌한 시승 체험이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 알아봅시다 - 분당선 죽전~기흥역 개통은?
 


분당선 연장 전철 죽전~기흥 구간이 12월 28일 개통됐다. 7년여의 대공사를 거쳐 개통한 분당선 연장선은 용인시 죽전에서 기흥 구간까지 총5.1㎞다. 기흥, 신갈, 구성, 보정 등 4개 역사가 위치하며 열차 운행은 출근 시 6분, 평시엔 13.9분의 배차 간격으로 운행된다. 
용인시는 분당선 연장 복선전철 건설 사업에 시비 1620억 원을 투입하고 추가 역 3개소 설치를 추진했으며, 2년의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추가사업비 196억 원을 투입하는 등 조기 개통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로써 지난 10월 개통된 신분당선 강남~정자 복선전철과 연계되어 서울 강남권으로의 통행시간이 크게 단축됐다.
기흥에서 선릉역까지는 53분이 걸리고 신분당선 정자역 환승을 이용할 경우 기흥에서 강남역까지 30분대면 이동이 가능하게 된 것. 분당선 연장선은 이번 죽전~기흥 구간 개통을 시작으로 2012년 기흥~방죽과 왕십리~선릉, 2013년에는 방죽~수원 구간을 단계별로 개통하게 된다. 2013년 전 구간이 개통되면 수원에서 서울 선릉, 왕십리까지 환승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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