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스쿠버다이빙동호회 ‘스쿠바데이’

바다의 아픔, 바다의 기쁨 헤아리는 속 깊은 사람들

지역내일 2012-01-01 (수정 2012-01-01 오후 9:34:27)

“바다가 허옇게 죽어가고 있어요. 이미 동해는 백화현상으로 환경이 많이 바뀌었죠. 물속 생물들 자체가 줄어들었어요. 수온도 높아졌지만 사람들이 막 버리는 쓰레기 탓도 커요. 바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쓰레기장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예요.”
고양지역 스킨스쿠버다이빙 동호회 ‘스쿠바데이’ 총무 신중택 씨의 말이다. 옆에 선 회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바다 속 현실을 생생하게 지켜보기 때문에 바다의 아픔도 잘 알고 있다. 자연이 주는 기쁨을 더 잘 누리기 위해 기꺼이 정화 봉사활동을 나선다. 올해 전국체전을 앞두고 호수공원의 쓰레기를 500kg 가까이 치운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불가사리잡기대회 들어 보셨나요
스쿠바데이는 새해 첫날이면 동해에 모여 신년 다이빙을 한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불가사리 건지기 대회다. 가까운 바다를 잠식하고 있는 불가사리 때문에 해양 환경이 점차 나빠지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잡은 사람에게는 50만원 상당의 상품을 준다. 자비를 들여 스포츠를 즐기러 온 회원들의 시간을 뺏는 일이라 미안하고, 바다에는 한시적인 일회성 행사라 쑥스럽지만 그것마저 그만둘 수는 없다. 바다에서 받은 기쁨을 되돌려 줄 최소한의 예의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말 호수공원 정화 활동에 나선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처음 제안한 것은 회원이면서 고양시청에 근무하는 한철수 씨였다.
“호수공원 바닥의 침전물을 해마다 청소하고 있어요. 큰 쓰레기는 건져내기 어렵거든요. 전국체전에 외부 손님들이 많이 오는데 정비를 해놓으면 좋은 인상을 줄 거라 생각해 제안했어요.”
급하게 일정을 정하고 문자 메시지로 회원들에게 연락했다. 15명 가까운 인원이 자발적으로 참가했다. ‘우리 동네일인데 당연히 해야 된다’는 것이 회원들의 생각이었다. 연차를 내고 온 사람도 있을 만큼 적극적인 참여에 운영진도 놀랐다.




고양시의 얼굴, 호수공원을 청소하다
상황은 심각했다. 술병 핸드폰 비닐쓰레기에서 온갖 잡다한 쓰레기들이 가득했다. 깊은 곳까지는 어려웠지만, 사람들이 서서 볼 수 있는 구역의 쓰레기 500kg을 치우니 한결 깨끗한 느낌이 들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 했지만 회원들은 보람 있는 일이었다며 뿌듯해 했다.
“호수공원은 전국에서 다 구경 오는 고양시의 얼굴인데 시민들이 깨끗하게 사용했으면 좋겠고, 호수공원에는 쓰레기통을 더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장석진 회장의 말이다.
정화 의뢰를 하면 언제든 달려가겠다는 스쿠바데이 회원들. 떠들썩하지는 않지만 힘이 닿는 한 바다나 하천 정화 활동을 하려 노력하는 이들에게서 자연을 대하는 겸손함을 엿볼 수 있었다.




함께 하고나면 사이 돈독해져
스쿠바데이는 2001년에 생긴 동호회다. 신중택 씨가 스쿠버다이빙 용품점을 열면서 다이버들이 모였고, 가족이나 친구들을 통해 알음알음 퍼져나갔다. 현재 20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한 달에 두 번 꼴로 다이빙을 한다. 해마다 한 번씩은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바비큐와 조개구이 파티를 연다. 복날이면 모여 수박에 삼계탕을 먹으며 돈독한 시간을 갖는다. 동호회를 운영하는 원칙은 하나, 가족적인 분위기를 깨면 무조건 강제 탈퇴다.
스킨스쿠버다이빙에서 협동심과 배려는 필수다. 생명이 걸려 있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바다에 들어갈 때는 공기탱크를 메야 한다. 공기탱크에는 산소 질소 등 호흡에 필요한 기체가 압축되어 들어 있다. 대기에서 마시는 공기와 달라서, 잠수를 한번 하고나면 체내에 잔류 질소가 쌓인다. 게다가 바다 속으로 들어가면 수심 10미터마다 1기압씩 높아지는 압력을 견뎌내야 한다. 말을 할 수 없기에 서로의 움직임을 예민하게 살펴야 한다. 그래서 함께 다이빙을 하고 나면 사이가 돈독해 진다.




경쟁없는 스포츠 스쿠버다이빙
“돈 내기하고 경쟁하는 운동보다 다이빙이 좋아요. 모르는 사람을 만나도 바다 한번 다녀오면 친해질 수 있는 것이 매력이죠. 친구들 사이 우정이나 단합에도 좋아요.”
장진석 회장의 말이다. 그는 “남들이 강원도에 바다 구경하러 갈 때 다이버들은 한 가지 목표를 더 갖고 떠나니 좋다”면서 “다이빙하러 가서 보는 바다는 밖에서 볼 때와 완전 다르다”고 자랑했다.
유희진 씨도 “남들이 볼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는 것이 다이빙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짝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스포츠로, 가족이나 부부가 서로의 생명도 지켜줄 수 있는 스포츠라는 것이 매력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은 꼭 많은 말을 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보다. 말없이 바다 속을 여행하고 나면 어느 때보다 함께 한 사람과 가까워질 수 있다니 말이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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