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이 밝았다. 올해는 임진년, 용의 해이다. 그것도 60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흑룡의 해. 예부터 용꿈은 최고의 꿈으로 손꼽혀왔다. 그래서 용꿈은 뭔가 좋은 일을 기대하며 하루를 보내는 활력소가 되곤 했다. 새해를 맞아 구체적인 목표나 꿈을 정했다면 그 목표나 꿈은 2012년 한 해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용의 해에 꾸는 ‘용꿈’이다. 거대한 자신만의 용꿈을 간직하고 있는 주부들을 만났다. 남편이나 자식을 위한 꿈이 아닌 주부 자신들을 위한 꿈.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승천하는 용처럼 곧 거세게 날아올라 현실이 될 그들의 꿈과 계획을 소개한다.
박지윤 오미정 김소정 리포터
창업으로 경제적 자립 이루고파
고승민(41·잠실동)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나 자신’의 전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아울러 사회적 참여에 대한 열망도 높아졌다. 2011년 송파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MICE(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이벤트와 전시Events & Exhibition) 산업관련 전문가 교육과정을 들었다. 강의를 들으며 저절로 동기부여가 됐고, 전시와 컨벤션에 특히 큰 관심이 생겼다. 배운 것들을 토대로 2012년에는 MICE 관련 많은 경험을 쌓고 창업까지 도전해보고자 한다. 창업으로 경제적 자립까지 이루는 것이 나의 2012년 목표.
교육을 함께 이수한 동료들과 같이 창업을 계획 중이다. 인적 네트워킹을 최대환 활용하고 각자의 강점을 살려 영업, 수익구조 모델을 창출할 구체적 계획까지 세웠다. 어느 정도 노하우가 축적되면 아이템을 점점 확장해나가고 싶다. Exciting women for the future!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주변을 탓하는 것은 나에 대한 방치이다. 일단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으니 움직이는 자에게 기회는 온다고 믿을 뿐이다.
‘SNS 전문가’ 꿈을 향하여
김보경 (32·능동)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요즘 뜨고 있는 핫 아이템인 SNS와 지난 1년 내내 ‘행복한 씨름’을 하며 살았다. 전업 주부로 6살, 5살 연년생 남매를 키우며 정신없이 살다보니 내 이름은 ‘민식 엄마’로 굳어져 있었다. 결혼 전 타고난 친화력으로 직장에서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았던 ‘김보경’이라는 이름 석 자는 어느덧 색이 바래있었다.
두 아이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할 즈음 나는 광진구에 있는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의 SNS 강의에 등록했다. 블로그 방문자수 늘이는 법부터 사진과 동영상 편집하기, 페이스북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요령까지 온라인 세상의 매력에 푹 빠졌다. 수업시간에 나를 눈여겨 보던 강사 선생님이 보조 강사직을 제안했고 나는 여성인력개발센터 인턴강사로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2012년 나는 ‘김보경 선생님’으로 더욱 더 나를 업그레이드 하고 싶다. SNS 분야는 ‘빛의 속도’로 진화하기 때문에 늘 공부해야 한다. 책을 통한 이론 공부와 함께 전문가 스터디 모임을 찾아다니며 ‘신지식’을 흡수하며 탄탄한 실력을 쌓고 싶다. 관련 자격증도 차근차근 딸 예정이다. 덧붙여 요즘 바쁘다는 핑계로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는 내 블로그에도 열심히 포스팅해야겠다. 일 방문자수 1500명의 종전 최고 기록을 사뿐히 넘을 수 있도록.
10년의 스토리를 기록으로 남기다
정미경(43·문정동)
10년 전. 우리 부부는 큰 아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자연과 벗하며 또래와 뛰놀고 공부 보다는 품성이 반듯한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발품 팔아 가며 여러 학교를 알아보다가 남한산초등학교를 알게 되었다. 아이 입학과 함께 학부모회에도 열심히 참여해 학생-교사-학부모 세 그룹이 똘똘 뭉쳐 교육의 시너지를 내는 현장에 늘 함께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동하는 외부 강사를 초빙해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꼭 필요한 특강을 열었고 독서 지도 명예교사로도 활동했다. 혁신학교인 남한산초등학교가 TV 등 미디어에 자주 소개된 뒤로 대안 교육에 관심 많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질문 세례를 자주 받고 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둘째 아들도 곧 졸업을 앞두고 있다. 나는 그동안 두 아이를 남한산초등학교에 보내면서 겪었던 10년의 스토리를 꼼꼼히 기록해 두었다. 2012년 올해 나는 그동안 꽁꽁 숨겨두었던 희노애락이 교차하는 10년의 학교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내 책으로 엮어 보려고 한다.
청소년들에게 든든한 인생의 멘토 되어주고파
김현정(43·방이동)
‘주부’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주부’라서, ‘아줌마’라서, 또 ‘엄마’라서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된다. 나의 2012년 목표는 청소년 상담사가 되어 미래의 희망인 청소년들에게 이러한 든든한 인생의 멘토가 되어 주는 것이다.
경력 단절된 주부로서 자신감과 자존감을 잃고 살다가 우연히 취업상담을 하게 됐고, 또 내게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들으며 주부로서가 아닌 꿈이 있는 한 여성으로서의 인생을 생각하게 됐다. 아이가 아닌 나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탐색하게 된 것이다.
청소년 상담사로서 학생들이 당면하는 진학 및 직업 선택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진로 정보를 제공해 주고 학생들 스스로가 이런 과정을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청소년의 심리 발달, 정신 분석 및 심리 상담 이론, 인지 행동 상담, 상담 기법 이해와 훈련, 상담자로서의 태도 및 기술, 진로와 관련된 정보, 대상별 상담, 심성 계발 프로그램 연구 등의 교육을 먼저 이수할 계획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도전하고 열망하면 꿈은 반드시 이루어 질 것이라 확신한다.
여럿이 동행하며 인생2막을 만들고 싶다
윤영애(50·송파동)
지난해 나는 뜻이 잘 맞는 다양한 연령대의 ‘친구들’을 여러 명 사귀었다. 뿐만 아니라 매월 그들과 함께 인생의 귀인(貴人)을 만났다. IT업계 CEO로 분초를 쪼개가며 치열하게 사는 벤처기업 대표, 우리나라 1세대 마임이스트로 꼿꼿한 인생철학과 예술가로서의 자존심을 보여준 초로의 아티스트, 음악을 사랑하는 치과의사, 미학의 과점으로 숲과 공원을 새롭게 해석한 조경학자.... 그 사람들과 마주하며 나는 ‘자기 삶의 기획’이라는 화두를 떠올렸다. 얼마 전 참석한 강연회에서는 시니어부머 1세대로서 앞으로 50대를 주목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많이 설레기도 했다.
독서 · 논술 강사로 지낸 15년의 세월을 토대로 2012년에는 본격적으로 내 인생의 2막을 열어보려고 한다. ‘가치롭고 재미있으면서 수입도 얻을 수 있는 일’, 내가 이 세상을 아름답게 살았다는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시니어부머의 모범을 보일 수 있는 그런 일을 꼭 찾고 싶다.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물론 지금보다 훨씬 더 밀도 있는 공부가 필요하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신발끈을 조여 매 본다.
사이버대학 진학 고심 중
김선정(38·송파동)
작년 1년은 나에게 많은 변화를 안겨준 해였다. 둘째를 유치원에 입학시켰기에 나의 앞날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평소에 관심 있었던 미술치료, 심리치료 분야를 대학부설 사회교육원에서 공부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누구 엄마가 아닌 내 이름을 걸고 학교를 다니는 재미가 쏠쏠했다. 관심 있었던 분야였기에 공부도 재밌었고 내가 가지고 있던 마음의 상처도 차츰 치유됨을 느꼈다. 사실 1년여의 남편 실직을 곁에서 지켜봐왔던 터라 내 마음은 몹시 불안정한 상태였다.
공부를 하면서 이왕이면 전공을 살려서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치유해주는 미술학원을 운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가을에 미술학원을 개원했다. 내 아이들은 어리지만 나 스스로가 뭔가 피드백 받고 있는 지금 내 미래를 위해 일을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사이버대학 상담심리학과나 미술치료학과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이 분야를 공부해볼까 고민하고 있다. 공부를 할수록 재미있고 앞으로도 이런 분야가 전망이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미래를 위해 한 가지씩 토대를 만들어 가다보면 지금은 힘들지만 구체적인 길이 보일것이라고 생각한다.
늦깎이 대학생, 창업 도전하다
최점숙(44·가락동)
고등학생 딸 둘과 초등 5학년 아들을 둔 엄마로 늦깎이 대학생이자 재무설계사로 일하고 있다. 나이 마흔을 기점으로 시작된 나의 사회활동은 해마다 활동반경이 넓어져 새해가 되기 전이면 나를 위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이제 습관이 됐다.
사실 4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남편과 아이 뒷바라지만 하는 평범한 아줌마였다. 그러던 어느 날, 더 늦기 전에 내 인생을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방송통신대에 입학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미뤄왔던 배움의 욕구를 ‘여건은 만들면 된다’고 생각을 바꿔 도전한 것이다. 경영학과를 선택한 나는 남편 사업에 도움을 주려는 생각이었다.
공부는 재미있었다. 작년에는 학과대표까지 맡아 능력 발휘도 했다. 지난 12월에는 방송통신대 서울지역 총학생회장에 출마까지 했다. 20여일의 선거운동 기간 동안 내 이름을 걸고 부지런히 온오프라인을 통해 선거운동도 펼쳤다. 당선에는 실패했지만 몸무게가 6kg이나 빠졌을 만큼 열심히 했다. 나는 180도 달라진 내 모습이 자랑스럽다.
사람은 누구나 노력하는 만큼 성장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학교에 다니면서 꿈이 구체화됐고 올 2~3월에는 내 사업장을 오픈할 생각이다. 따라서 새해 나의 도전과제는 공부한 것을 기반으로 사업장을 잘 운영하는 것이다.
전공 관련 번역서 출간을 위해
신민경(49·명일동)
대학 강사로 일하고 있는 나는 예비 고3 아들과 대학생 아들을 둔 한창 입시전쟁 중인 엄마다. 작년에는 고3 뒷바라지, 논문 준비, 프로젝트 진행, 강의하느라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든 한 해였다. 다행히 아들이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에 합격해 좋은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유학으로 이별, 학비 조달 등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긴 것이 사실이다.
올해 나의 도전과제는 전공에 관련된 번역서를 내놓는 것이다. 10년째 강의를 하고 있지만 내 일에 자꾸 안일해지는 것 같아서 일찌감치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뒀다. 번역에 앞서 茶書원전(중국다엽역사자료선집)의 타이핑 작업은 마무리했다.
로마인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는 매일 아침 정확한 시간에 자신의 작업장에 나와 하루에 5~6페이지를 쓰고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의 인터뷰 글을 읽으며 모든 것은 하루에 몰아서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나도 타이핑한 원전에 대한 번역을 하루에 5~6페이지씩 정리하면 올해 안에 결실을 맺을 것이라 생각한다. 작년에도 고3 엄마로 바빴지만 다시 수험생 엄마로 고3 아들과 함께 열심히 공부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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