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에 앞서 이건희군의 자기소개서를 이메일로 받았다. 자신의 진로 설계, 초등학교 시절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활동이 5장 분량에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학생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대학 입학 이후 창업까지 인생 로드맵 설계
신재생에너지 기업의 CEO. 이군의 장래 꿈이다. “지난해 이과, 문과 진로 선택을 놓고 고민이 컸어요. 에너지를 학문으로 연구하는 과학자의 길로 갈 것인가 아니면 경영인이 될 것인가? 고심 끝에 ‘실험실 보다는 사람들 속에서 힘을 얻는’ 내 적성을 살려 경영학과로 진로를 정했습니다.”
왜 에너지가 인생의 화두가 되었는지 궁금했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를 인상 깊게 보았어요. 세종이 한글이란 ‘표현의 무기’를 백성에게 주었던 것처럼 나는 에너지로 우리나라는 물론 아프리카에도 힘을 주고 싶어요.” 경영학과에 진학한 이후에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신기술을 축적한 중국으로 유학한 뒤에 미국에서 이공계 경영 MBA 과정인 PSM을 마친 후 창업하겠다며 자신이 인생 로드맵을 세세하게 들려준다.
이를 위해 몇 달 전부터는 중국어도 배우고 있다고 덧붙인다. 뿐만 아니라 진로와 관련된 깊이 있는 자료를 수집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교내 진로 설계 콘테스트나 서울대에서 열린 국제 청소년 과학캠프에도 참여했다. “한국 대표로 캠프에 참여했어요. 14개 나라에서 온 청소년들과 14일 동안 세미나를 열고 실험을 했어요. 피부색이 달라도 과학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또래들을 만나는 행운을 얻었고 이를 계기로 엔지니어링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
영어 말하기는 자신감의 원천
건희군은 영어를 무척 좋아한다. 초등학교 시절 캐나다로 혼자 어학연수를 다녀온 뒤로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한국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곳으로 갔는데 무척 심심했어요. 정규 수업을 마친 후에는 홈스테이 집에 머무르며 혼자 토플책 보며 공부했어요. 계획표를 짜서 하루 15페이지씩 꼬박꼬박. 그러면서 실력이 늘었어요.” 중학교 때에는 임진왜란을 소재로 한 자작소설을 영어로 썼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영어 말하기, 에세이 쓰기 대회를 비롯한 교내외 각종 대회에 도전했다. 1학년 때는 송파·강동 지구별 말하기 대회에서 장려상, 2학년 때는 최우수상을 탔다. “청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충실한 원고를 준비해 발표하는 노하우를 배웠어요. 참가 횟수가 많아질수록 실력이 느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었죠.”
실패 통해 얻은 ‘스스로 학습’ 노하우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자신만의 인생 스케줄대로 살고 있는 이군에게도 실패의 경험이 있는지 궁금했다. “중 3때 민사고 입시에서 떨어졌어요. 좌절이 컸고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지요. 실패 요인을 분석하다가 ‘자기주도학습’의 중요성에 눈뜨게 되었어요.” 중학생 시절 이군은 토플, 영어 토론, 수학 KMO 등 온갖 종류의 학원을 다녔다고 한다. “다른 사람이 아는 걸 내가 다 아는 것이 아니라는 간단한 진리를 당시엔 몰랐어요. 시험장은 결국 나 혼자 들어가는 건데. 배운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답이 헷갈렸어요.” 고교 입학 후 자신만의 공부법을 터득해 나갔다. 학교 시험을 앞두고 영어는 시험 범위 내 모든 지문을 달달 외웠고 수학은 교과서부터 고난위도 문제집까지 총 9번을 반복해서 풀며 문제유형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국어는 이 군 역시 고전을 많이 한 과목. 하지만 지독히 노력한 덕분에 징크스를 극복했다고 털어놓는다. “교과서, 노트필기, 참고서, 문제집을 샅샅이 훑으며 나만의 교과서를 만들어요. 약 50페이지 분량이 되요. 그럴 반복해서 공부하니까 맥이 잡히고 출제 예상문제가 보였어요.” 공부법을 터득한 뒤로는 학원도 꼭 필요한 분야만 골라 다니며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가지려고 애쓰고 있다.
2학년 학급 반장이었던 이 군은 반 내신 성적을 높이기 위해 색다른 시도를 한다. “반 친구들과 선생님을 설득해 과목별로 10분 퀴즈제를 도입했어요. 40분 수업을 한 뒤 퀴즈를 풀며 반 전체가 중요 부분을 복습하는 시간을 가졌죠. 비호의적인 친구들은 1:1로 만나 설득해 참여를 유도했고 점차 수업 분위기가 좋아졌어요.” 진정성 담긴 ‘리더십’을 고민하다 낸 아이디어였고 뚝심 있게 실천해 얻어낸 작은 성과였다. 야구광인 건희 군은 동북 야구부도 새로 만들었다. 사고 위험이 많다고 만류하는 선생님을 설득하는 한편 야구용품과 연습장소를 마련했다. 2년간 주장으로서 야구부의 초석을 다지면서 많은 걸 경험했다.
“다수의 행복, 삶과 죽음 이런 주제에 관심이 많아요. 친구들은 내가 너무 진지해 재미없다고 말하지만요.(웃음) ‘눈부신 너와 나’라는 좌우명을 가슴에 새기며 나 혼자 잘 먹고 잘사는 게 아니라 모두 승자가 되는 ‘행복한 CEO''가 꼭 되고 싶습니다.” 이 군이 듬직해 보였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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