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 수 있을까” “난 기계와 친하지 않은데, 내가 어떻게...” “늘 관심은 많았고, 좋은 기회인데 한 번 용기를 내봐?” 고양영상미디어센터에서 실시한 제1기 주부영상미디어 교육을 받기 전 그녀들의 마음은 이랬다.
하지만 지난 8월부터 시작해 3개월이 지난 지금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했던 그녀들이 변했다. “TV는 뭐고 AV는 뭐야?”란 지극히 기초적인 질문으로 시작한 강의가 출사, 은유, 패러디, 아이러니, 감정이입, 영향, 유머, 놀이, 자기탐색, 관찰, 직관 등 창의적인 예술가가 되기 위한 주제를 탐구하고 본격적인 영화촬영실습과 컷을 이어 콘티 구성하기, 붐마이크 사용법과 동시녹음 등을 익히는 총 24번의 강의가 끝난 지금. 수료 후 개별 5컷 영상작업이 한창인 그들은 한결같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한다.
-평범한 주부의 일상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었던 시간
고양영상미디어센터에서는 지난 8월 영상미디어에 관심이 있고 보다 창조적인 삶을 원하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사진 촬영 및 영상편집, 녹음, 5컷 영화제작 등 다양한 미디어를 접하고 배울 수 있는 12주간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주부영상동아리(http://cafe.naver.com/gymczubu)는 이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부들이 의기투합, 앞으로 미디어를 이용해 생활 속 창작과 표현의 즐거움을 함께 공유하고자 만든 모임. 제1기 주부영상동아리 회원은 김은주 김봉미 김미화 김정숙 계나연 박은위 박종분 장민지 조은경 최윤희 홍미숙 씨 등 11명이다. “처음엔 이렇게 푹 빠지게 될 줄 몰랐는데, 강의가 진행되면서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좀 알게 되니까 영상이란 것이 이런 매력이 있구나 싶더라”는 그들은 “각자 나이도 다르고 이력도 다르고, 성격도 다른 사람들이 좋은 강의가 있으니 배워볼까 했었는데 서로 이렇게 친하게 될 줄 생각도 못했고 또 동아리를 만들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고양영상미디어 홍보담당 김수란 씨는 “강좌를 처음 시작했을 때 걱정이 많았다. 컴퓨터는 요즘 웬만큼 다 익숙하다고 하지만 편집이나 동시녹음 등 강의내용이 기계와 익숙지 않은 주부들에겐 좀 벅차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집안의 대소사가 있을 때 부득이 빠진 경우를 제외하면 결석도 거의 없을 정도로 열의가 대단했다”고. 매 시간 강의에 몰입하고 담당 강사들에게 질문공세가 이어지는 등 성실하고 진지한 강의가 이어졌단다. 1기는 시범적으로 무료로 교육이 이뤄졌지만 2기 부터는 실비의 교육비로 진행될 예정이다.
동아리 회원들도 “처음엔 무료로 진행되는 교육이 그저 그러려니 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한다. 하지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펼치는 심도 있는 강의와 잘 갖춰진 첨단 장비, 그리고 실습까지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고. 12주의 교육을 통해 “평범한 주부의 일상에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그들은 또 새로운 꿈을 꾼다. 새롭게 발견한 자신을 이제 영상미디어라는 매체를 통해 드러내고 표현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은 꿈.
-짧지만 그 안에 강렬한 메시지 담은 멋진 영상, 함께 만들어 나갈 계획
장민지 씨(43세)는 “영상동아리 강좌를 듣게 된 것은 강좌의 내용이 여느 문화센터 등에서 하는 것과는 다른 내용이었기 때문에 끌렸다”고 한다. 주부들도 자신 나름의 표현 욕구가 있지만 그것을 묻어두고 살아갈 뿐인데 영상동아리 강좌는 그 욕망을 끄집어내게 만든 계기가 됐다고. 하지만 컴맹 수준(?)이었던 터라 편집기술을 소화시키기 버거워 힘들었다고 한다. “지금도 여전히 실수를 하고 배웠던 것들 모두 다 까먹기도 하고, 같은 걸 여러 번 묻고 반복한다”는 그는 지금 준비하는 개별 작품이 초짜에게 상당히 버거운 작업이지만 할수록 욕심이 난단다. 앞으로 더 잘, 더 섬세하게, 더 울림 있게 표현하고 싶은 것이 희망사항이라고.
홍미숙 씨(37세)는 뇌성마비와 척추손상으로 남들보다 배우는 과정이 더 어려웠다. 특히 어깨통증이 심해 카메라나 캠코더 작업이 몇 배나 힘들었지만 늘 웃는 얼굴로 주위를 밝게 만들었던 인물. 건강이 안 좋아 직장을 잠시 쉬고 있던 차에 무언가 새롭게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찾다가 주부영상동아리에 지원하게 됐다고 한다. 그가 지금 작업 중인 5컷 영상은 “슬픔에 잠겨 있는 사람 앞에 그 사람보다 더 안 좋은 상태에 있는 사람이 나타나 자신의 슬픔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스토리”라고. 그의 꿈은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들을 글과 영상으로 담아내는 것, 또 먹는 것에 관심이 많아 요리를 영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김은주 씨(41세)는 영화나 영상에 관심이 많았지만 그저 감상하는 수준이었다고. 고양영상미디어센터에서 매주 상영하는 영화를 보러왔다가, 우연히 정지용 감독의 ‘영화의 역사’란 강의를 듣게 됐단다. 강의가 끝나고 나오다 우연히 ‘영상동아리’ 모집 공고를 보게 된 것이 영상동아리에 합류하게 된 계기. “그저 감상하던 것에서 실제 영화를 만들어보니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그는 ‘창의적 작가되기’를 통해 글쓰기 작업을 하면서 살아온 40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아직도 파이널 컷이나 영상편집 등 전반적인 과정이 힘들고 어렵지만 자신이 할 수 있을 것이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들을 하나씩 해 낼 때 희열이 대단하단다. 한 편의 영상이 만들어지기 까지 과정 중에 ‘편집’에 매력을 느낀다는 그는 앞으로 좀 더 공부를 해볼 생각이다. 또 주부영상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단편영화를 만들어 공모전에도 나가보고 싶다고.
계나연 씨(37세)는 고양영상미디어센터 홈페이지에서 방학 중에 아이에게 보여 줄 영화를 찾다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고. 영상물에 관심이 있던 터에 프로그램이 알차고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마음에 들었단다. 역시 “카메라나 캠코더는 찍어봤지만 하나의 주제로 의미를 담은 영화작업을 한다는 젓이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지금은 12월에 발표할 개별 작품을 만들고 있는데 함께 모여 작업을 하는 일이 많다고. 시나리오부터 콘티, 촬영, 동시녹음, 편집 등 회원들끼리 서로서로 스탭이 되어주고 품앗이를 해주지 않으면 혼자 하기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이란다. 작업을 하면서 어렵기도 하지만 “나도 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기고 창의적인 작업에 매력을 느낀다고. 앞으로 역량을 키워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남기는 독립영화도 만들어 볼 계획이다. 주부영상동아리 문의 031-960-9752(고양영상미디어센터 창작지원 담당)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