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 모든 것을 거는 시대?

이웃과 공동체를 유익하게 하고, 역사 발전에 공헌하는 인재 양성해야

지역내일 2011-11-28

‘공부’가 우리 사회에서,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무게는 대단한 것처럼 보인다. 공부 잘하는 학생은 마치 다른 것도 잘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공부 잘하는 학생을 가진 부모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공부 못하는 학생을 가진 부모는 어깨가 쳐져 있다. 공부 잘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주가는 치솟고, 공부 잘하는 비법이라면 눈이 똥그래진다. 오죽하면 ‘공부의 신’ 드라마가 나오고, 공신맘 프로젝트란 말이 생겼겠는가? 심지어는 교회까지 수능시험 때가 되면 중요한 기도제목이 되고 기도 소리가 높아진다.


사회 분위기가 이러다보니 공부와 관련해 먹고 사는 사람들도 참 많아진 것 같다. 사교육 시장만 족히 20조가 넘는다고 한다. 정부에선 서민 생계의 발목을 잡는 주범이 사교육 시장이라고 하지만 어떤 의미에선 고용창출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공부는 우리 삶에서 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주제가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도대체 공부가 뭐길래 우리 삶에서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 아이러니하게도 부모들에게서 왜 그렇게 공부에 목을 매는지, 왜 학교에 보내고 학원에 보내는지 시원스런 답을 듣기는 쉽지가 않다. “다른 아이들에게 뒤떨어지면 안 되니까.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잘 살테니까.” 그저 이런 정도의 대답이다. 자녀들이 잘살기를 바라는 마음은 인지상정이고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공부 잘하는 것이 우리 아이가 잘되고 잘사는 것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인가?


여기서 우리는 한 번 더 물어야 할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무엇이 정말 잘사는 삶인가? 우리 자녀들이 어떻게 살아야 정말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바른 답을 얻을 때 정말 잘사는 그 삶을 위해 공부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공부해야 하는 진짜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보통 잘 산다고 할 때 우리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높은 연봉을 받고, 좋은 환경에서 건강하게 탈 없이 장수하고 남들이 알아주고 부러워하는 삶을 사는 모습을 떠올린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정도의 삶을 꿈꾸며 기대하고 있지만 진정으로 잘산다는 것은 그 이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역사 속에 정말 인생을 잘 살았던 사람들을 보면 그들 가운데는 부자도 있었고 가난한 사람도 있었고, 지위가 높은 사람도 낮은 사람도 있었고, 유명한 사람도 무명한 사람도 있었고, 건강한 사람도 병약한 사람도 있었고, 장수한 사람도 단명한 사람도 있었다. 인간적으로 보면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돈이 많고, 지위가 높고, 유명해지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 이런 것들은 진정으로 잘 사는 삶의 본질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정말 인생을 잘살았던 이들에게 한결같은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이들 모두가 자신의 존재의 목적을 알고, 자신에게 주어진 본분 내지 소명적 역할을 완수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자녀들이 그저 그렇게 잘사는 삶을 살게 할 것인지, 차원이 다르게 정말 잘사는 삶을 살게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맥아더 장군의 ‘아버지의 기도’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원하옵나니 그를 평탄하고 안이한 길로 인도하지 마옵시고, 고난과 도전에 직면하여 분투 항거할 줄 알도록 인도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폭풍우 속에서 용감히 싸울 줄 알고…” 우리 역시 자녀를 향해 이런 기대와 기도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진정으로 잘 사는 삶이란 자신이 행복하고 성공할 뿐만 아니라 이웃과 공동체를 유익하게 하고, 역사의 발전에 공헌하며, 궁극적으로 창조주의 목적에까지 기여하는 삶이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인생의 중요한 주제이며 가치들이다. 그런데 이 모든 인생의 소중한 가치들을 함께 이룰 수 있는 길이 있을까?


오케스트라 각 단원이 지휘자가 나눠준 악보를 따라 각자에게 배정된 음을 충실하게 연주할 때 그것이 곧 이웃 단원의 연주를 돕는 것으로 연결되고, 오케스트라 전체의 목적인 심포니에 기여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또 지휘자를 흡족하게 하는 것으로 연결될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영광과 보상이 돌아가는 것으로까지 연결된다. 이 모든 것의 시작과 연결과 성취가 각 단원이 자신에게 배정된 소리를 충실하게 내는 것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공동체, 교회공동체에도 이와 같은 지혜로운 시스템적인 설계가 존재한다. 이와 같은 지혜로운 설계 속에 배정된 ‘각 사람의 소명적 역할’은 개인의 참된 행복과 성공을 보장하고, 이웃과 공동체와 역사에 기여하며, 창조주를 영화롭게 하는 인생의 모든 주제들을 하나로 엮어낼 수 있는 인생의 키워드가 된다.


이러한 이유에서 각 사람에게 주어진 소명적 역할을 발견하여 그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그것을 완수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연마하고 구비하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가질 때 왜 공부해야 하는지,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답을 얻게 될 것이다.


글 정승인 목사 (Focus On the Calling 대표, 글로벌리더스국제학교 교장)
문의 1644-4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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