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신나고 엄마는 편안하고
#1 인터폰이 울린다. 가슴이 답답해진다. ‘받지 말까?’ 들을 소리도 할 소리도 뻔하다. 그러나 별 도리가 없다. “네. 네. 죄송합니다.” 관리실에서 온 인터폰의 내용인 즉 아래층 학생이 곧 기말고사니 아이들 좀 조용히 시켜달라는 것.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5살, 7살 두 아들에게 눈을 흘긴다. “한창 몸으로 놀 나이고 보니 무조건 가만히 있으라고만 할 수도 없어요. 그래도 밖에서 놀 던 얼마 전 까지는 좀 덜했는데. 추워지면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인터폰도 더 자주 울리네요. 긴 겨울 날 일이 벌써부터 걱정이에요.” 정자동의 김모 주부는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2 일주일 내내 회식이다 모임이다 자정을 넘겨 귀가하던 남편이 미안했는지 외식을 제안했다. 모처럼 내 손에 물 안 묻히고 밥 한번 먹어보리라 기대하며 음식점에 들어선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아들의 활약(?)으로 음식은 다 나오기도 전 이건만 이미 테이블 위는 난장판이고 주위사람들의 눈치는 점점 사나워진다.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허겁지겁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본전 생각에 속만 쓰리다. 아이 키우는 주부라면 누구나 겪어보았을 이런 일들이 실내놀이터를 찾게 되는 이유이다. 요즘은 키즈카페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공간마다 개성과 놀잇감이 다양화 되어가는 추세. 우리 지역 내 입소문 꽤나 난 곳들을 아이와 함께 다녀왔다.
■동판교 ‘호기심 모래 놀이터’
물 없이 뭉쳐지는 모래 안심이네
성별과 연령을 불문하고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가 모래놀이. 하지만 요즘 아이들에겐 이도 쉽지만은 않다. 우선 놀이터 바닥을 아이들의 안전이나 관리의 편리성을 이유로 우레탄으로 처리하는 곳이 많아져 흙 구경이 쉽지 않다. 따로 모래놀이장을 마련해 둔 곳도 있긴 하지만 길고양이나 애완견의 분뇨, 방사능 비, 석면으로부터 안전한지 등을 생각하면 모래놀이 하겠다는 아이를 말릴 수밖에 없다. 이런 세태를 반영해 생겨나고 있는 곳이 모래놀이터. 물이 없이도 조물거리면 쉽게 뭉쳐져 가지고 놀기 쉽고 항균코팅으로 피부에 닿아도 걱정 없는 인공모래를 사용해 놀이 공간을 만든 것이다. 처음 갔을 때는 여느 키즈카페들과 비교해 규모가 작고 다른 놀잇감이 보이지 않아 실망스러웠지만 아이들은 엄마도 찾지 않고 두 시간을 꼬박 모래위에서 뒹굴었다. 또 놀이공간과 엄마들을 위한 공간이 가까워 아이들을 살피기 쉬워 마음이 편했다. 모래놀이장 안에는 원목 미끄럼틀과 자석 낚시놀이가 있고 모래 놀이용 장난감도 비치되어 있으며 바로 앞에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도 마련되어 있다. 무엇보다 아예 맨발로 모래놀이장에 앉아 함께 놀아주는 놀이씨터 덕분에 함께 간 엄마들도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판매하는 먹거리도 간단한 빵과 음료 외에 볶음밥과 덮밥종류도 마련되어 있는데 맛도 좋아 한 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었다.
간단 이용 tip
엄마 입장료 음식 주문 시 무료
외부음식 반입 불가
지하 주차장 시간제한 없음
문의 070-4100-2277
■동백 중동 ‘아이의 뜰’
레스토랑이야? 키즈카페야?
키즈카페에 가면 엄마는 맛없는 음식을 의무적으로 먹어야 한다? 그런 편견은 버려도 좋은 곳이 아이의뜰이다. 찾게 된 계기부터가 주인장이 직접 구워주는 화덕피자로 유명하다는 소문 때문. 처음 이곳에 들어서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널찍한 테라스였다. 상가건물 9층에 있기 때문에 가보기 전에는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테라스 출입문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고 천정이 높아 밝고 환한 느낌이었다.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 탓에 나가지는 못했지만 개방 할 경우 놀이씨터가 함께 나가 아이들을 돌봐 준다고. 테라스 놀이를 위해 준비된 깜장고무신이 귀여웠다. 테라스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토마스 기차가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이 들어가 노는 곳인 가 했더니 음식 조리를 위한 가마란다. 소문의 진상 확인을 위해 주문한 피자는 어지간한 이태리 식당에 버금 갈 맛이었고 스파게티는 4살 딸아이와 먹어도 좋을 만큼 담백했다. 엄마들이 식도락을 즐기는 동안 아이들은 블록, 소꿉놀이, 짐(gym)의 테마로 나뉜 공간에서 놀이를 즐겼다. 아이들이 노는 공간이 분리 되어 있지만 공간별로 놀이씨터가 배치되어 있었고 블록과 소꿉놀이 공간은 유리로 밖에서 아이의 움직임을 볼 수 있도록 되어있어 별걱정 없었다. 다만 짐 시설의 경우 홀에서 보이지 않는 안쪽에 들어가 있어 중간중간 들여다 봐야하는 점은 다소 신경이 쓰였다.
간단 이용 tip
엄마 입장료 무료
외부음식 반입 불가
지하주차장 두 시간 무료(시간 초과 시 요금 부과)
문의 031-275-9960
■용인 신갈 ‘해피트리’
방마다 열리는 즐거움
아이들이 몸 부대고 노는 곳이다 보니 시설의 좋고 나쁨 뿐 아니라 청결과 관리 상태까지 신경이 쓰이는 것이 엄마의 마음. 이런 엄마의 마음 높이와 아이들의 눈높이 모두를 만족 시켜주는 곳이라는 얘기에 가본 곳이 해피트리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별도의 출입문 없이 바로 키즈카페 실내로 이어지는데 그럼에도 산만하지 않고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짐 시설과 보호자 좌석을 제외한 놀잇감을 각각의 주제별로 방에 분리해 놓은 공간 활용 때문인 듯. 각종 소꿉놀이 도구가 갖추어진 소꿉방, 기차놀이 테이블과 다양한 크기의 블록을 모아놓은 블록방, 인형과 공주드레스, 스파이더 맨 옷 등등이 준비되어 있는 장난감방이 있다. 듣던 대로 각 방의 장난감들은 망가지거나 지저분한 것 없이 모두 잘 정돈되어 있었다. 함께 간 딸과 친구들이 가장 좋아했던 공주드레스 역시 망설임 없이 입혀 줄 만큼 깨끗했고, 볼풀 역시 걱정 없이 들여보낼 수 있어 좋았다. 두 시간을 종횡무진 누비며 놀았지만 양말바닥이 깨끗한 것으로 보아 바닥 청소 상태도 양호한 듯. 매주 토요일 버블쇼며 매직쇼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엄마들을 위한 리본공예나 요리강좌도 마련되어 있다.
간단 이용 tip
엄마 입장료 4000원(음료 포함)
이유식을 제외한 외부음식 반입 불가
문의 031-275-0508
■수내동 ‘안델센'
엄마 마음이 더 편한 모임 장소
가까운 이웃과 커피 한잔 하고 싶어도 고만고만한 아이들을 데리고는 갈 만한 곳이 마땅치 않고 우리 집으로 오라 하자니 우리 애들도 못 참아주시는 아래층인데 다른 집 애들까지? 고개가 절로 가로 저어진다. 그럴 때 가면 좋은 곳이 안델센이다. 짐에 함께 올라가 숨바꼭질도 해주며 적극적으로 놀아주는 놀이씨터들 덕에 편안히 수다 떨다 올 수 있었다. 장난감 놀이보다는 신체놀이를 좋아하는 활동량 큰 우리 아이가 놀기에 좋았던 곳. 키즈카페에 가게 되면 입장료 외의 먹거리 때문에 지출이 발생하기 마련이지만 안델센은 꼭 내부에서 판매하는 음식을 사먹어야 하는 부담이 없어 상대적으로 경제적 부담이 적은 것도 장점. 외부 음식 반입에 대한 제한이 없어 아이들이 먹을 음료수나 간식거리를 챙겨가도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비치된 배달 음식메뉴판을 보고 먹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시켜 먹을 수도 있어 편리했다.
간단 이용 tip
엄마 입장료 5000원(음료 포함)
지하 주차장 두 시간 무료(시간 초과 시 요금 부과)
문의 031-719-2300
정혜정 리포터 hc0913@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