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너 달 술을 끊었다고 알코올의존이 바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단주생활로의 변화가 따라야만 한다. 이는 과거의 삶의 방식의 전면적인 개편을 뜻한다. 의식주 전반에 걸쳐서 사고방식, 감정 처리, 대인관계, 인생관과 가치관 등이 변화하여 일상이 규칙적이고 규범적이고 균형적이라야 한다.
가장 먼저 규칙적인 생활이 필요하다. 과음을 자주 하다 보면 생활이 불규칙해지고 상궤에서 벗어난 일탈적 생활로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과 조화가 깨지기 쉽다. 그러한 생활 습관이 오래 되어 전혀 불편하지 않을뿐더러, 이를 자신의 개성이자 자유로운 삶의 특성이라고 옹호한다. 이런 삶의 방식을 지속하다보면 결국에는 음주 재발의 위험이 따를 뿐이다. 하루라는 인생의 시간을 규칙적으로 사는 것, 무엇보다 제 시간에 일찍 자고 제 시간에 일찍 일어나는 생활이라야 재발로부터 더 안전하다.
밤낮이 없는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규칙적 수면의 중요성을 모른다. 그 의미를 이해한다 해도 예전의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습관을 길들이기는 무척 힘들다. 그래서 습관을 제2의 천성이라 하지 않는가. 습관을 고치자면 아무리 간단한 것일지라도 서너 달 이상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모든 일에서 100일을 기념하는 것이 그 때문일 것이다.
제 시간에 맞춰 제 때 식사하기.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기, 놀 때 놀고 집중할 때 집중하기를 연습하자. 시간뿐 아니라 금전적 소비, 감정적 투입, 이완과 휴식 등 다른 모든 활동에도 일정한 규칙을 갖고 사는 것이 평안한 삶이다. 삶에 기본적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 단주생활의 첫걸음이다.
인간은 본디 자유를 추구하는 존재이다. 지난날 술을 원했던 마음 중에는 속박과 구속의 답답함으로부터 해방과 자유의 추구가 그 원인인 수도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단주를 위해 규칙적인 생활을 권하면, 무언가에 매인 듯 자유로운 영혼을 구속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거부하는 수가 흔하다.
인간은 머리가 좋아 주위의 여러 정보를 알아내 모든 선택과 결정을 자기 스스로 내려야 자유롭다고 여긴다. 그렇지만 인생의 여러 국면들은 상상 이상으로 다양하고 복합적이라 인간의 뇌를 수천 배 능가하는 슈퍼컴퓨터로도 바로 계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생존에 필수적인 기본적인 삶에 미리 질서를 확립해 뇌에 여유가 남겨야 더 미묘한 현실에 부닥쳐 자유롭게 사고하고 대처할 수 있다. 회복을 위하여 가능한 규칙적인 삶으로 단순하게 살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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