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가 왔나봐요"
20일 낮 12시 10분쯤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점심시간 교대 근무를 준비하던 임영희(32·사회복지도우미)씨는 수화기를 놓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주민센터 인근 우리세탁소 옆 도로에 주차된 승합차 밑에 돈 상자가 있으나 가져가라''는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달려가 확인해 보니 복사용지 상자에 5만원권 뭉치와 함께 환하게 웃는 돼지저금통이 담겨 있었다. 저금통에선 10~500원짜리 동전 24만2100원이 나왔다. ''어려운 이웃 도와주십시오. 힘 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쪽지만 남긴 채 ''얼굴없는 천사''가 다녀간 것이다. 2000년 초등학생 손에 들려 전달한 것을 시작으로 12년 째 성탄절 전후 비슷한 방식으로 몰래 성금을 놓고 사라진다. 그렇게 기부한 성금이 1억9700여만원, 올해 5024만2100원을 더하게 됐다.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은 주변으로 확산돼, 노송동 주민들은 올해부터 10월4일(1004) 나눔축제를 열고 전주시는 기부금으로 저소득층 1759세대에 연탄과 쌀, 현금으로 지원했다. 지역연극단체는 기부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노송동 엔젤''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천사의 선행은 모두에게 따뜻한 정과 희망을 안겨주는 소중한 일"이라며 "시민을 대신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성금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소중히 쓰겠다"고 말했다.
전주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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