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고된 업무에 시달린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더듬더듬 책을 읽으면 어느새 눈꺼풀이 천근만근. 하지만 다시 시작한 배움을 멈출 수 없다. 그렇게 야학의 밤은 깊어갔다.
야학은 마음껏 배우지 못했던 시대를 대변한다. 풍족하고 배움이 넘치는 요즘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라 여기기 쉽다. “배움에 지금보다 좋은 때는 없으니까요”라는 광고문구는 과장이 아니다.
하지만 야학은 지금도 불을 끄지 않았다. ‘천안중등야간학교’는 배움에 목마른 사람들을 따뜻하게 품는다.
요즘도 경제적 이유로 학업중단 많아
염남훈 교장은 2001년 개교 후 10년 동안 천안중등학교를 운영해오고 있다. 염 교장은 “예전 야학이 가난한 환경으로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던 사람들의 장소였다면 요즘은 배움을 놓친 4, 50대와 함께 학교부적응, 따돌림, 학습 장애 등으로 학업을 중단한 10대 청소년들이 야학을 많이 찾는다”며 “특히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이 매년 중학교 150명, 고등학교 500명 등 전체학생의 1.35%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공부를 포기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천안중등야간학교는 학업을 놓친 청소년들이 검정고시를 거쳐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돕는다. 염남훈 교장과 자원봉사 교사들은 그들에게 힘이 된다. 반에서 수업을 같이 받는 어른들의 절절한 조언도 중요한 원동력이다. “젊은 시기를 지나 지금에 이르니 배움이 다 때가 있다” “배울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모른다” 등 삶을 통한 조언은 청소년들에게 중요한 지표가 된다.
10년 이상 자원봉사한 교사들의 힘
천안중등야간학교는 지난 22일(목) ‘2011년 후원의밤’ 행사를 열었다. 염남훈 교장은 이날 행사를 통해 10년 이상 자원봉사를 해온 조정순·기병모 교사에게 감사패를 통해 고마움을 표현했다.
“조정순 교사는 복자여고 퇴임 후 사회·국사를 가르치다가 지금은 낮 시간 성인 대상 영어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기병모 교사는 천안서여자중학교 과학교사로 있으면서 야간학교에서도 중등부 과학을 지도하고 있지요. 이분들 외에도 많은 자원봉사 교사들이 배움을 향한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함께 합니다. 이분들이 있어 천안중등야간학교가 이어져 올 수 있었어요.”
동시에 후원자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충무병원은 건물을 무료로 사용하게 하고 신토불이 강경호 대표는 후원회장을 맡아 도움을 준다. 염 교장은 “천안중등야간학교는 후원자, 자원봉사 교사들과 함께 앞으로도 사랑과 나눔, 희망을 만들어 나가는 밑거름이 되겠다”고 말했다.
염남훈 교장은 지금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문화가정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현실에서 그들의 학업실패에 눈을 돌린 것. 염 교장은 “매해 1000여명 정도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늘어나는데 이들이 학교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관심과 학업지원은 누구라도 꼭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천안중등야간학교는 교육비도, 어떤 비용도 필요하지 않다. 필요한 것은 오직 배우고자 하는 의지다. 천안중등야간학교는 배움에 대한 열정을 연료로 겨울밤을 따뜻하게 밝힌다.
문의 : 041-575-5004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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