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도 시무식을 하는 이 순간부터 민선 5기 사람이 중심인 사회, 주민과 함께 하는 행복 유성을 본격적으로 열어나가려 합니다.”
올 신묘년을 맞이하면서 허태정 유성구청장이 말했던 신년사다. 허 구청장은 신년사에서 밝힌 ‘사람이 중심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외형적인 사업보다는 인간의 미래와 가능성에 투자하는 사업에 주력해왔다. 또 하나의 기치 ‘주민과 함께 하는 행복 유성’ 건설을 위해서는 ‘일방통행식’ 행정 대신 ‘맞춤식 주민참여’ 행정을 펼쳤다.
실제 유성구는 올해 행정의 중심을 복지와 교육에 두고 사업을 펼쳤다. 행복누리봄 사업, 꿈나무 과학멘토 사업, 작은도서관 조성 사업, 친환경 무상급식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지난달 정부합동평가에서 복지부분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행복누리봄’ 사업, 이름이 생소한데.
행복누리봄은 ‘세상을 봄처럼 늘 희망 있게 가꾼다’는 뜻의 순우리말인 ‘누리봄’과 행복유성의 ‘행복’이 결합된 유성구 복지브랜드다. 유성구를 늘 행복하고 희망찬 도시로 가꾸기 위한 종합복지 사업이다. 어린이 청소년 장애인 여성 노인에게 필요한 10개의 복지시책이 올해 추진됐다. 이 가운데 희망나눔 연료뱅크, 교복지원 사업, 꿈씨 장학금 사업, 이주여성 모국방문 사업 등은 큰 성과를 이뤘다.
장애인을 위한 복지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
장애인을 위한 사업은 혜택은 소수가 받지만, 돈은 많이 들기 때문에 경제논리로 따지면 효율성이 떨어진다. 장애인과 같은 소수자의 문제는 효율성보다는 사회구성원으로서 동등한 기회를 보장해주는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장애인 복지 사업으로 ‘장애학생 방과 후 교실 운영’ ‘장애인 보장기구 수리비 지원’을 하고 있다. 내년에 더 확대하는 문제로 의회와 충돌이 있었지만, 의회도 결국 내 뜻을 이해해줬다.
‘꿈나무 과학멘토’ 사업에 대한 반응도 좋던데.
‘꿈나무 과학멘토’ 사업은 청소년들에게 과학에 대한 흥미와 탐구정신을 심어주고 미래 과학자를 지역에서 길러내기 위한 사업이다. 대덕특구의 정부출연연구소 7개가 초ㆍ중학생을 대상으로 ‘과학자와 함께 하는 과학교실’ ‘신나는 과학캠프’ 등을 진행했다.
‘작은 도서관 조성사업’도 의욕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나.
공공도서관이 멀고 문화 여건이 열악한 지역의 주민들이 스스로 도서관을 운영, 평생학습의 장으로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걸어서 10분 안에 갈 수 있는 작은 도서관 10개를 만들 계획이다. 올해엔 관평동 동화초에 ‘동화마을 도서관’, 장대동 유성문화원에 ‘온천마을 도서관’을 개관했다.
올해 유성구의 또 다른 화두가 ‘맞춤식 주민참여’ 행정이었는데 .
‘맞춤식 주민참여’ 행정은 주민의 참여와 소통을 통해 모아진 의견을 행정에 반영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민참여 예산제다. 동별로 3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해주고 각 동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사업을 시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주민자치위원회를 열어 주민들이 필요한 사업에 대한 제안 설명을 하고, 즉석 전자 투표를 실시해 우선순위를 결정하도록 했다. 반석동의 경우 반석천 주변의 지저분한 벽에 반석초 학생들이 그림을 그린 타일을 부착하겠다는 제안이 선정되었다. 주민들의 반응이 뜨거웠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더 확대시킬 예정이다.
‘생각꾸러미 공원 사업’도 주민참여 행정의 좋은 사례로 보이는데.
‘생각꾸러미 공원’은 공원을 주로 이용하게 될 어린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공원 조성 계획 단계에서 어린이들의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922명의 어린이가 참여할 정도로 호응이 높았다. 어린이들의 의견을 수렴해 시간, 로봇, 생태, 미로 등 4가지 테마로 덕명지구와 교촌지구에 공원을 꾸미고 있다.
지자체 중 최초로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 운영 기관으로 선정됐다.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는 청소년이 스스로 목표를 정해 성취하면 포상을 해주는 제도이다. 공부에 매달려 사는 요즘 청소년들에게 부족한 자기 개발, 도전 정신, 공동체 의식 등을 함양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광역 운영기관으로 신청했다. 대전 최초로 은장을 포상 받은 2명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20명이 포상을 받았다.
학부모 입장에서 보면 유성구에 술집, 모텔 등 향락시설이 밀집돼 있는 것은 여전히 불만스럽다.
과거에 유성온천이 관광특구로 지정되면서 소비향락시설이 밀집되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유성온천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소비향략시설을 더 활성화시키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는 시대의 흐름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이다. 가족 휴양지이면서 문화관광지로 탈바꿈해야 유성의 상권이 살아날 수 있다. ‘2012년 대한민국 온천대축제’가 유성에서 열리는데, 국내외를 대표하는 온천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를 계기로 유성이 소비향락의 중심지에서 문화관광지로 바뀔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유성구가 클린도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고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길거리에 지저분한 쓰레기가 많이 눈에 띈다.
쓰레기 수거현장 주민참여 프로그램, 장애인ㆍ노약자 생활폐기물 배출 도우미, 구민자율참여 거리 청소 등을 펼쳐 클린도시 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었다. 상금도 1억원이나 받았다. 하지만 쓰레기 불법 투기가 완전히 근절된 것은 아니다. 단속으로 한계가 많으므로 주민들이 함께 노력해주길 바란다. 클린도시 이미지가 손상되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겠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국가 업무가 지속적으로 지방으로 이양되고 있는데, 감세 정책과 경기 침체로 지방 재정이 열악하다. 그래서 유성구청장 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을 모두 실천하지 못해 아쉽다. 신성동에 보건지소를 설치하는 것, 저소득 가정의 학생들을 위해 200억 규모의 장학재단을 설립하는 것 등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약을 실천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유성구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 해 동안 아낌없는 사랑으로 성원해주신 점 감사드린다. 내년에도 주민들이 더 편안하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주민과 함께 하는, 주민을 위한 행정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겠다. 유성구 홈페이지의 ‘구청장에게 바란다’를 통해 의견을 제시해주면 적극 반영하겠다.
전소연 리포터 azuma0@naver.com
인간 허태정을 만나다
“점자 명함으로 장애인과 소통을”
허태정 유성구청장은 점자 명함을 가지고 다닌다. 점자 명함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장애인과의 소통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허 구청장이 점자 명함을 들고 다니는 것은 남다른 가족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걸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됐다.
허 구청장은 중증장애 1급인 처남과 뇌출혈로 쓰러진 장인과 함께 살았다. 한집에서 중증장애인 두 명과 생활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가족 중 누군가 꼭 지키고 있어야 되는 일, 옷에 변이 묻으면 씻겨주는 일 등 힘든 일이 많았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내를 대신해 처남을 돌보기 위해 일찍 퇴근했다. 목석처럼 거실 한쪽에 앉아 있어야 할 처남이 보이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4학년인 아들이 옷에 변을 묻힌 처남을 씻기고 있었다. 허 구청장은 그런 아들이 정말 자랑스러웠다.
허 구청장은 “처남으로 인해 아이들이 새로운 생각과 가치관을 갖게 됐다”며 “3년 전 세상을 떠난 처남은 우리 가족에게 짐이 아니라 큰 선물이었다”고 말했다.
허 구청장은 “한 달에 한번은 꼭 휴양림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는데, 구청장이 된 후엔 시간을 통 낼 수 없었다”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병어조림도 자주 못해준다”고 안타까워했다.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구청장이 된 후 너무 바빠서 정작 내 가족과의 소통은 못하고 있다”는 자책이다. 실제 허 구청장은 틈날 때마다 가족들을 위해 요리를 한다. ‘아빠표 병어조림’이 대표 음식이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묻자 허 구청장은 “여름휴가 때, 자전거 타고 제주 올레길을 돌면서 정치인의 가족으로 사는 스트레스를 풀어준 일”이라며 웃었다.
전소연 리포터 azuma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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