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5일, 신목고등학교 신관 3층 영어전용교실에는 영자신문반 회원들이 모여 ‘신목포스트’ 2011년 11월호 신문을 마무리하기 위한 편집회의가 한창이다. “‘카다피의 향후 행보’에 대한 기사를 카다피가 사망한 관계로 급히 수정하여 ‘리비아 사태’에 대한 분석 기사로 늘리고 ‘카다피 사망 이후 리비아의 전망’으로 수정하겠습니다.” 카다피의 갑작스러운 사망 외에 또 다른 당황스런 사건이 있으니 바로 스티브 잡스의 죽음이다. “‘스티브 잡스의 퇴임에 대한 시기와 그 이후 애플의 방향’에 대한 주제로 컨셉을 잡아 기사를 작성했는데, 스티브 잡스가 사망했기 때문에 내용을 ‘스티브 잡스의 일대기’로 소개하면 어떨까요?”
여느 신문사 마감 시간 못지않게 열띤 토론과 기자정신을 발휘하는 신목포스트의 회원들, 주제를 정하고 편집회의를 거쳐 신문이 인쇄되어 나오기까지 그들만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신목고에서 발간되는 특별한 신문 ‘신목포스트’
신목고등학교에는 특별한 신문이 발간되고 있다. 학생들이 만들고 학생들이 발행하는 ‘신목포스트’. ‘신목포스트’는 신목고의 소식을 유일하게 전해주는 신문이기도 하지만 영어로 나오는 특별한 신문이기도 하다. 한 학기에 한번씩, 벌써 3년째 5호 신문을 발간했고 이달에 6호 신문이 나올 예정이다. 신목뉴스부, 사회부, 정보부, 문화부로 나누어 신목에서 일어나는 일을 중심으로 양천구, 대한민국 더 나아가 세계의 소식을 전해주는 ‘신목포스트’, 역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신목고등학교의 유일한 소식지임이 틀림없다.
‘신목포스트’를 이끌고 있는 서정연 교사. 올해 처음 영자신문반을 맡은 후부터 잡지면 잡지, 신문이면 신문 손에 잡히는 대로 읽고 스크랩하고 기사체와 잡지체에 대한 공부도 했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신문을 만들까 욕심을 내다보니 아이들에게 ‘다시 쓰라’는 말을 많이 했던 것 같다”며 “영자신문이라는 특성상 일부 아이들에게만 읽혀진다는 현실을 극복하고 전교생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신문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인다.
영자신문반은 1학년 8명, 2학년 9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교소식, 사회소식, 문화소식 등 각자가 관심 있는 분야를 맡아 토론을 거쳐 주제를 정한 뒤, 기사초안 작성→카페에 올린 기사초안 참삭→1차 기사 수정 →원어민 참삭을 거쳐 최종 통과된 기사가 신문에 실리게 된다.
EQ 84가 IQ 84로 바뀐 사연
영자신문반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이채민양, 반기문영어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할 만큼 영어와 토론분야에 인정받고 있다. “신목포스트에서 기사를 쓰는 것이 외교관이나 신문기자가 되고 싶은 꿈을 이루어 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전한다. 전예슬양은 문화부에 소속되어 슈프림팀 쌈디, 신보라를 인터뷰했다. 사실 고등학생이 아무런 인맥도 없이 연예인을 섭외하기란 쉽지는 않을 터. 신목기자들도 ‘뜨거운 형제들’ 촬영현장에 무작정 찾아가 부상까지 당하면서 어렵게 인터뷰 약속을 잡고 기사를 쓰면서 나름 기자로서 자부심도 느끼게 되었다고. 그런데 어찌 이런 일이…. 마지막 판의 오?탈자를 확인할 때까지 분명 슈프림팀 쌈디가 가장 관심 있게 읽은 책은 EQ84였는데, 아뿔싸! 인쇄되어 나오고 보니 IQ84였던 것.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가지고 고교생활의 잊지 못할 기자생활을 하면서 추억을 쌓아가고 있는 이들. 글 쓰는 것이 어렵고 힘들지만 인쇄되어 나오면 내가 쓴 기사를 읽어줄 친구들이 있기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신목포스트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윤형원양은 사회현상에 관심이 많아 사회부 소속이다. 장래희망도 경제학과로 진학해 신용분석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윤리적인 소비에 대한 기사를 썼는데 농협이나 생협 사이트를 조사하고 관련 서적을 뒤적이며 자료조사를 할 때, 장래 나의 꿈과 연관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한다. 미국과 러시아에서 7년 정도 거주했던 윤영빈군은 “기사를 영어로 쓰는 것이 색다르다”고 표현한다. 교육부에 소속되어 ‘집중이수제’와 ‘왕따, 사회문제’에 대한 기사를 썼다. 유승현군은 울산현대청운고에서 전학을 왔는데 거기서도 영자신문반에 소속되어 있었다. “청운고는 학교홍보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신문을 만들었기 때문에 교내 행사 위주지만 신목포스트는 학생을 위한 신문이기에 자신만의 색깔을 표현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이과반도 대입에서 논술준비를 해야 하니 영자신문반에 지원하여 기사를 써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전한다. 유 군의 말대로 이과이면서 신목포스트의 기자생활을 하고 있는 박진서양, 학교의 생생한 뉴스를 전해주는 신목뉴스부다. “모든 학생들이 알고 있는 사람을 취재하여 기사를 쓴다는 것은 너무나 조심스럽다”고 전한다. 영문학과에 진학하고 싶은 한유진양, “기사를 쓰고 찾아보고 의논하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어 신목기자단이 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임보현양은 중학교 때부터 소식지부에서 글을 썼고 장래 희망도 기자다. 기자가 되기 위해선 책임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알려준다. 강민지양은 2학년 때 가입한 케이스. 다른 동아리들의 회원모집이 모두 끝이나 오갈 데 없는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신목포스트에 지원했다. “초고 안을 올려놓으면 수정하라는 것이 많아 힘들었는데 선생님과 진실한 대화를 나눈 후 실력도 많이 늘고 기사를 읽고 반박하는 글을 쓸 수 있는 자심감이 생겼다”고 전한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매개체가 있어 당당한 아이들, 비록 신문의 가치를 몰라주고 파리 잡는데 쓰일지라도 아이들 손에 신문이 들려있다는 것만으로도 신목포스트 기자들은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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