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포커스-결혼이민여성들로 구성된 ‘무지개 인형극단’

지역내일 2011-12-26 (수정 2011-12-26 오후 12:57:12)

알록달록 다문화, 무지개로 뜨다



“와, 코끼리 좀 봐.” 아이들의 신나는 웅성거림이 모두를 들뜨게 한다. 산타클로스 모자를 쓴 깜찍한 아이들을 위해 준비된 공연은 <우린 모두 한가족>. 행복한 동물 아파트에 이사 온 코끼리가 여러 나라에서 온 동물들과 함께 어울리며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내용이다.
인형극은 신선했다. 서투른 한국말로 표현되는 대사가 오히려 아이들의 흥미를 자아냈다. 인형극을 공연하고 있는 무지개 인형극단 단원들이 결혼이주여성이들이기에 더욱 흥미로운 무대였다. 모두 다른 나라에서 왔지만 아이들에게 즐거움과 함께 새로운 문화를 소개한다는 사명감에 하나로 똘똘 뭉쳐졌다.


손수 인형 제작과 공연까지
무지개 인형극단은 2009년 성남YWCA에서 결혼이민여성들을 대상으로 창단되었다. 처음에는 우리말과 글을 가르치는 것에서 시작되어 인형극 교육을 받고 손수 인형 제작과 공연까지 이루어내며 다문화 시대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 극단의 리더를 맡고 있는 이아리(40`태국)씨는 창단부터 함께 해 온 창립 멤버. 극단에 새로운 회원이 들어올 때마다 자상하게 이끌어주는 맡언니의 역할을 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어려움이 많았어요. 대본을 외우고 인형을 만드는 게 너무 어려웠죠. 지금은 회원들이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가 되어 가족같은 느낌이 들어요. 일년에 12회에서 15회 정도의 공연을 하는데 앞으로 공연을 더 많이 하고 싶어요.”
다와수랭(39`몽골)씨와 온드라(30`몽골)씨는 몽고전래동화를 각색한 <수호의 하얀 말>을 인상깊은 작품으로 꼽았다. 몽골의 전통악기인 마두금이 만들어지게 된 이야기인데 몽골의 악기와 문화를 동시에 알릴 수 있어서 더 좋았다고.


다문화 가정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에 대한 봉사
이 극단의 단원들은 주로 중국, 몽골, 태국, 베트남, 일본에서 온 여성들로 다문화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고 간단한 노래나 춤을 배워보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호응이 좋다고 한다.
장옥경(성남YWCA 다문화 담당 간사)씨는 “무지개 인형극단이나 다문화 강사 활동이 단지 새로운 문화를 이해시키는 것뿐만이 아니라 다문화 가정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그동안 혜택을 받았던 다문화 가족이 사회에 봉사한다는 큰 의미를 담고 있다”고 전한다. 앞으로도 다양한 인형극을 제작하고 외국의 전통 무용을 공연하는 새로운 무용단을 선보이고 싶다고.
웅엔티깜(34`베트남)씨는 창립 멤버로 활동하다가 개인 사정으로 잠깐의 공백기가 있었지만 무지개 인형극단이 그리워 다시 합류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극에 나오는 동물을 보며 동물원에 간 것처럼 좋아하고 웃어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씩씩하게 말한다.


성남은 경기도에서 다문화 자녀가 가장 많은 도시
오늘 공연을 한 곳은 판교자연어린이집. 백정숙 원장은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사회엔 세계가 한가족이라는 인식이 더 강해질 것이므로 다문화 교육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한 달에 두 번 다문화 강사를 초빙하여 다문화 수업을 하는데 오늘은 무지개 인형극단을 초청하여 인형극을 공연하는 뜻 깊은 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성남은 경기도에서 세 번째로 다문화 가정이 많고 다문화 자녀가 가장 많은 도시이다. 이렇게 우리 지역은 이미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지만 이해하려는 노력은 아직 부족한 게 현실이다. 무지개 인형극단과 같은 바람직한 대안이 많아질수록 더욱 풍요로운 지역 문화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오너르 자르갈(27`몽골)씨와 풍려가(34`중국)씨는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한다며 “사람들이 다문화 가정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좋겠어요. 저희 무지개 인형극단도 소문이 많이 나서 바쁘게 공연하러 다니고 싶어요”하고 웃는다.
이혜경 리포터 skyhyeky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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