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사람이면 배드민턴을 칠 줄 안다. 단순히 셔틀콕을 배드민턴채로 받아 넘기는 것뿐이지만 대부분은 ‘배드민턴을 친다’고 말한다. 하지만 배드민턴을 배운 사람들은 다르다. 서브부터 그 차원이 다르고 강력한 스매싱 한 번이면 상대방이 두 손을 드는 건 시간문제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다 알고 쉽게 접하지만 경제를 제대로 배운 사람은 다르다. 우리는 매일매일 합리적인 선택을 하며 살아야 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많은 교과목 중 합리적인 선택을 가르쳐주는 과목은 경제뿐이다. 너희가 경제를 열심히 배워야 하는 이유다.”매년 학기 초 박여진 일반사회(경제)교사가 첫 수업 시간에 하는 말이다.
경제, 누구나 알아야하는 기본과목
교사를 꿈꾸던 대학 4학년, 부푼 꿈을 안고 나간 교생실습. 자신이 가르치는 것에 큰 변화를 보이던 학생들을 보며 ‘꼭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회교사가 되리라’ 다짐한 대학생 박여진. 20여년이 지난 지금 그는 ‘살아있는 경제’를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영고등학교 교단에 서 있다.
“학생들이 경제 과목을 어렵게 생각해 사회탐구영역에서 경제를 선택하는 학생들은 그리 많지 않죠. 반드시 배워서 알아야하는 기본 과목인데... 특히 배움의 기회조차 적은 이과학생들은 더 안타깝습니다.”
체험경제교사연구회 팀장을 맡고 있는 그는 체험경제에 대한 수효는 폭발적으로 늘어가고 있는 반면 경제과목 자체에 대해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다. 그래서 체험경제와 경제과목을 적절히 활용하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업에 필요한 다양한 수업자료를 직접 만들어 수업에 활용한다. 특히 이과학생들을 위한 그의 수업은 색다르다. 경제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영화에 나오는 경제적인 주제를 수업의 테마로 잡는다. 경제와 관련된 직업이나 경매 등의 흥미로운 주제에 경제이론을 접목시키는 것이다.
“재미있는 주제를 영화를 보며 공부하니까 학생들의 흥미도 높아져요. 경제현상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통해 대입면접에 필요한 프리젠테이션 능력도 키워가구요.”
열정이 묻어나는 동아리 SEP
박 교사의 경제에 대한 열정은 그가 담당교사로 있는 동아리 시사경제반 SEP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입학사정관제가 본격화되기 전인 수년 전부터 이미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시사경제반은 한 마디로 ‘체험경제를 위한 동아리’이다. 기업탐방, 우리동네 경제학, 경제이슈 따라잡기 등 다양한 주제로 동아리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 ‘강동아트센터가 우리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판매에 대한 찬반’ 등 실생활에서 접근하기 쉬운 주제로 재미있고 쉽게 경제를 터득하고 있다.
활동 자체는 학생들의 몫이지만 활동을 계획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에는 박 교사의 큰 힘이 더해진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졸업생들을 불러 강의를 진행하고 동아리의 발전을 위해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 또한 박 교사의 몫. 올해부터는 대학교 경제동아리와 연계한 포트폴리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영어로 경제를 가르치는 대학연합 ‘유스이코데미아’ 학생들의 수업을 지난 2학기부터 진행하고 있어요. 또 대학생 튜터(tutor)들과 함께 하는 포트폴리오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죠. 훌륭한 튜터들이 많아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매년 발간되는 SEP 동아리 매거진 ‘HERMES’는 그가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하는 보물1호들이다.
경제에 대한 관심 늘었으면
한영고등학교는 KDI 경제한마당과 증권경시대회에 많은 학생들이 참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단체상과 참가우수상도 여러 번 수상했다. 역시 그 중심에 박 교사가 있다.
“경제한마당이나 증권경시대회는 다른 과목 경시대회와 달리 우수한 영재를 뽑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에 관심을 갖고 경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는 자리죠. 많은 학생들이 대회에 참가하는 것만으로 ‘경제’과목을 선택합니다. 그 관심이 진로에까지 이어질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고 그것에 집중하는 박 교사. 그가 현재 맡고 있는 반만 9개 반에 달한다. 3학년 학급 담임교사, 강동구명문교육프로그램 독서토론논술반과 학습능력 UP프로그램 담당교사 등 다양한 반을 맡고 있지만 그의 하루하루는 즐겁기만 하다. “학생들을 위한 중요하고 소중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 컨설팅장학지원단과 창의인성연구회, 전경련 경제교육 자문위원과 생글생글자문위원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박 교사. 그가 있기에 한영고 ‘경제’는 앞으로도 계속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다.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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