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Feel받아 떠난 경주 남산

남산 보물 찾으며 천년고도 신라 느끼다

지역내일 2011-11-20 (수정 2011-11-20 오후 6:13:29)

  정확히 1년만이다. 아이들 역사교육차 작정하고 찾았던 경주를 1년 만에 다시 찾게 되리라 상상도 하지 않았던 일. ‘1박2일’ 경주유적답사편이 방송된 후 우리 가족의 잔잔하던 마음은 파도치듯 다시 경주로 향하게 됐고 바로 단행됐다. 이번 경주여행은 ‘경주남산 보물찾기’라는 거창한 타이틀까지 달았다. 더구나 든든한 파수꾼인 남편 없이 떠나는 아이들과 나만의 여행이라는데 더욱 도전심이 발동했다.




노천 박물관, 경주 남산
  자연그대로의 경주를 만난다는 생각에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한 일은 도서관에 가서 경주에 관련된 책을 빌려온 일이다. 아이들 수준에 맞게 여러 권의 책을 빌려 틈틈이 돌려가며 읽게 했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도 다시 보며 며칠 후에 만날 경주의 진면목에 마음 설레 했다.
  4시간여를 꼬박 달려 도착한 경주IC. 화려하고 웅장한 신라의 관문답게 입구부터 확실한 인상을 심어준다. 경주남산 등반코스에 관한 정보와 자료를 얻기 위해 경주IC근처에 있는 ‘서라벌관광정보센터’를 찾았다. 1박2일 방송 덕에 우리처럼 경주 남산 등반을 위해 경주를 찾는 이들이 많은지 센터에 들린 관광객들 대부분이 남산 트래킹을 문의하는 분위기. 일단 남산지도를 받아들고 등산코스에 대해 안내받았다.
  “1박2일에 나왔던 남산 7대 보물 탐방 코스는 6시간이 넘게 걸리는 긴 코스에요. 삼릉계곡에서 출발해 반대편에 있는 통일전으로 내려오는 코스기 때문에 구간이 만만하지 않아요. 차를 가져온 경우에는 하산한 후에 콜택시를 불러서 다시 삼릉으로 돌아와야 됩니다.”
  서라벌관광정보센터 직원의 설명이다. 방송에서는 산행과정보다 결과에 초점이 맞춰졌기에 쉽게 생각하고 남산을 찾는 사람이 있지만 결코 쉬운 산이 아니라는 것. 만반의 준비를 하고 떠나왔다고 생각했건만 나 역시 처음부터 경주남산을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고 등산화도 없이 짐을 꾸린 건 아닌지 후회가 밀려왔다.




보물 찾아 꾸역꾸역 오르다
  여행 둘째 날, 초등학생인 세 아이를 앞세워 드디어 남산 등반에 나섰다. 경주남산에 있는 7대 보물을 모두 보고 싶다는 아이들을 달래서 일단 5개의 보물을 보고 하산하는 걸로 목표수정을 했다. 우리가족이 잡은 코스는 삼릉계곡에서 시작해 금오봉 정상을 거쳐 용장사곡 삼층석탑, 설잠교를 지나 용장마을로 내려오는 구간. 이 코스는 신라시대 석불을 시대적으로 만날 수 있는데, 선각으로 된 여섯 분의 불상이 두 개의 바위 면에 그려진 선각육존불, 방송에서 아프리카 불상으로 표현했던 삼릉계곡 선각여래좌상, 통일직후의 아름다우면서도 힘차게 타오르는 불꽃이 아름다운 석조여래좌상, 남산에서 유일한 고려초기의 마애여래석가좌상,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바위 위에 세운 석탑인 용장사곡삼층석탑 등 방송에 소개된 다섯 가지 남산의 보물을 구경할 수 있다.
  오전9시30분, 점심도시락과 물, 간식거리를 챙겨 삼릉주차장으로 향했다. 등산로 입구에 있는 경주국립공원사무소 직원에게 다시 산행구간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등반지도 2장을 받아들었다. 1박2일에서 소개된 탐방코스가 자세히 안내된 남산 7대 보물 탐방코스도 있다.
  들뜬 마음으로 삼릉에 들어섰다. 삼릉은 계곡어귀에 3개의 능이 있어 삼릉계라 하는데 계곡이 깊고 여름에도 찬 기운이 돌아 냉골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사과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잘 익은 사과를 구경하면서 힘들어도 계획한대로 무사히 올라갔다 오자고 아이들과 다짐까지 했다.
  이제 본격적인 산행 시작. 오를수록 바위산의 면모가 제대로 들어났지만 확실한 목표가 있기에 무조건 직진. 등산을 싫어하는 4학년 둘째아들이 복병이라 생각했건만 다람쥐처럼 신나게 올라갔다. 그런데 1시간 넘게 헉헉대며 산을 올랐건만 보물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한 기운이 감지돼 주위를 보니 등산로에는 우리 뿐 아닌가. 지도대로라면 벌써 보물 3개를 거치고 금오봉이 얼마 남지 않았을 법한데 지금까지 본 불상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그때서야 처음부터 우리가 길을 잘못 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계획보다 약간 돌아서 금오봉을 밟는 것이니 그대로 갈 수밖에 방법이 없다.




드디어 남산 보물을 대면하다
  2시간여를 걸어 금오봉에 도착하니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점심을 먹고 용장사곡 삼층석탑으로 향했다. 이곳으로 가는 길에는 정말 아름다운 소나무들이 많이 보였다. 드디어 자연암반을 기단삼아 하늘에 맞닿을 듯 우뚝 서있는 용장사곡 삼층석탑이 보였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산꼭대기를 기단삼아 석탑을 완성한 석공은 무슨 생각을 하며 이 탑을 완성했는지 대단하다.
  보물을 제대로 구경하지 못한 우리 가족의 하산길은 다시 삼릉이 됐다. 보물을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이정표를 꼼꼼히 살펴가며 내려왔다. 다행히 하나둘씩 보물이 눈에 들어왔다. ‘부처님이 앉아계신 곳에서 앞을 바라보라’고 했던 유홍준 교수의 팁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총 5시간이 소요된 우리 가족의 남산 보물찾기는 막을 내렸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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