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사 ‘도서관친구들’ 대표 여희숙

‘선생님에서 독서 멘토로’ 책이 열어준 인생 3막

지역내일 2011-12-25 (수정 2011-12-25 오전 11:43:38)

 ‘아는 게 힘이다’는 절반만 맞는 말이다. ‘아는 걸 실천해야 힘이다’가 정답이다. 누구나 독서의 중요성은 공감하지만 책과 단짝 친구가 될 수 있는 ‘노하우(know-how)''와 ‘노웨어(know-where)''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여희숙. 우연히 도서관과 인연을 맺은 뒤 ‘책 읽어주는 사람’으로 24시간을 쪼개가며 사는 독서시민운동가다. 도서관 친구들 광진대표, 책읽은 사회문화재단 이사, 행복한 아침독서 홍보대사, EBS 독서 멘토 여기에 광진정보도서관, 민변을 비롯해 4곳의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등 그의 일상은 온통 ‘책과 관련된 일’로 채워져 있다.
 


인생 1막 ‘나는 선생님이다’
 어린 시절 그의 꿈은 선생님이었다. 진주교대를 졸업하고 마산, 하동, 광양, 포항에서 22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지냈다. “선생님은 여희숙의 천직”이라고 동료교사들이 입을 모을 만큼 아이들과의 학교생활은 즐거웠다.
 독서 지도라는 말조차 없던 시절부터 꼬맹이 제자들에게 “네가 읽고 있는 책이 너의 미래를 알려줄 것이다”를 늘 강조한 그는 ‘아이들과 함께 책 읽는 선생님’이었다. 뽀얀 먼지 뒤집어 쓴 구색맞추기식 학급문고가 아닌 꼭 필요한 책만 엄선, 알차게 꾸민 ‘교실 도서관’을 만드느라 기꺼이 손품, 발품을 팔았다.
 기업체에 근무하는 남편이 서울로 발령을 받아 3년간 주말부부로 지내다 결국 사표를 내고 서울 아차산 근처로 이사 왔다. “한동안은 학교에서 아이들 재잘대는 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주르륵 흘렀어요. 미련과 아쉬움이 많았죠.” 허전한 마음을 달래주며 그에게 새로운 인생을 열어준 곳이 바로 광진정보도서관이었다.




인생 2막 ‘도서관친구들’ 만들다
 아무런 연고도 없던 서울에서 여러 학교를 돌며 ‘비정규직’ 1일 교사 생활을 하던 틈틈이 집근처 도서관을 찾아 맘껏 책을 읽었다. 도서관 ‘단골손님’을 눈여겨보던 사서는 그에게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사업에 도움을 청했다.
 “1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났어요. 마음이 통하는 아파트 이웃과 아들 친구 엄마 15명을 모았어요. 우선 필요한 책을 살 기금부터 모아야 했어요.” 교사 시절 인연을 맺었던 출판사에 연락해 도움을 청했다. “여러 출판사들이 선뜻 반품도서를 기증해 주었어요. 그 책들을 한데 모아 책시장을 열었는데 좋은 책을 싸게 파니 인가가 높았죠. 모아진 기금으로 책 200권을 사서 도서관에 기증했어요.”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책이 첫 출발점이었다. “제 경험상 독서를 많이 한다고 아이들 사고력이 좋아지고 글 솜씨가 늘지는 않아요. 독서 후 과정이 무척 중요해요. 여럿이 책 내용에 대해 의견을 나눈 후 글로 정리하는 과정이 꼭 필요해요. 그게 바로 토론과 논술이죠.”
 여 대표는 교사시절의 노하우를 살려 토론교실, 학부모 강좌까지 알차게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아이들 독서 · 토론 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교사와 부모들을 위한 <책 읽는 교실> <토론하는 교실>이란 책도 펴냈다.
 광진도서관에서의 활약이 점차 입소문으로 퍼져 나갔다. “교사 대상 특강을 할 때마다 아이들에게 책 읽기를 강요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해요. 책이 친구가 되게 하려면 교사는 끊임없이 방법론을 연구하고 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여 대표는 늘 ‘공부하는 선생님’을 강조한다. 교통방송, KBS, EBS 등에서 진행자나 패널로 활동할 때도 그의 주장은 한결같다.
 2004년부터 시작된 도서관 서포터즈 모임은 ‘도서관 친구들’로 조직화했고 행정기관과의 갈등과 극복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더욱 탄탄하게 성장했다. 현재 그 뜻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전국에 20여 개의 지부가 생겼다.




인생 3막 독서시민운동을 꿈꾸다
“2219명. 지금까지 우리 도서관 친구를 식구들이에요. 회원들이 매월 2000원씩 낸 후원금으로 광진도서관에 필요한 책이나 비품을 사거나 다른 지역 도서관을 지원하죠.” ‘모금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붙은 여 대표. 그의 가방 속에는 늘 후원신청서가 들어있다. 철학자 강신주, 방송인 김제동 등 꽤 많은 유명인들도 그와 뜻을 함께 한다. “가슴 속에는 다들 도서관에 대한 갈증이 있어요. 지식발전소로서 도서관의 역할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하면 주저 없이 사인을 하세요.”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여 대표에게 전국 각지에서 특강 러브콜이 쇄도한다. 그의 스케쥴표에는 도서관과 학교에서의 강의 일정으로 빼곡하다. 먼 길 마다 않고 달려간 여 대표는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들려주며 새로운 도서관 친구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시간을 쪼개 성공회대 NGO대학원에서 공부도 병행하고 있다. “전에는 ‘교육’이 내 인생의 모든 것인 줄 알고 살았는데 이제는 어느덧 ‘독서 시민운동’이라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어요.” 그는 환하게 웃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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