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산동 완산칠봉

천년고도 전주를 굽어보는 완산칠봉에 오르다

지역내일 2011-12-23

곧 비나 눈이 내릴 듯 얼씨년스러운 날씨다. 하늘엔 온통 먹구름이 가득하고 스산한 바람이 귓가를 스치는데. 하지만 바람이 세지 않아서 예상보다 날씨가 차갑지는 않아 산행을 하기엔 알맞은 날씨다. 엊그제 내린 비에 떨어진 낙엽들이 촉촉하다.
장군봉을 정점으로 일곱 개의 봉우리가 용의 모습을 닮았다는 완산칠봉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즐겁다. 



전주의 명산 완산칠봉
후백제의 도읍지이며 조선왕조의 근원지인 전주의 남쪽에 위치한 완산칠봉은 전주를 대표하는 명산이다.
주 봉우리인 장군봉(185m)을 중심으로 남쪽으로 뻗어 내리는 두 갈래의 산줄기를 내칠봉(장군봉-옥녀봉-무학봉-백운봉-용두봉-탄금봉-매화봉), 서쪽 방향의 꽃밭정이로 흐르는 산줄기를 외칠봉이라 하여 모두 13봉우리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등산객들의 산행은 장군봉-검무봉-선인봉-모란봉-금사봉-매화봉-도화봉을 잇는 외칠봉 7개 봉우리를 완주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이 산의 모든 봉우리는 채 200m가 되지 않는 야트막한 도심 야산으로 외칠봉을 다 오르자면 2시간 가까이 소요되는 시간이지만 완산초 뒷길을 이용해 장군봉(185m)까지 오르는 코스는 30분이면 다다르는 말 그대로 산책길이다.
이 산은 수령이 100년이 넘는 전나무와 삼나무가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어 사시사철 전주 시민들의 영원한 안식처로 각광받고 있다.


전주의 남산, 장군봉 팔각정에 오르다!
서울의 중심에 남산이 있다면 전주의 중심에 우뚝 솟은 산은 바로 완산칠봉이다.
예로부터 전주를 방문하는 이들은 누구나 한옥마을과 그 일대의 경기전, 전동성당, 풍남문 등을 돌고 완산칠봉에 올라 천년고도 전주를 한눈에 바라보았다는데.
먼저 완산초 뒤 진입로 부근 시민들을 위한 체육시설과 배드민턴 코트가 있는 공원을 둘러보았다. 뜨거운 여름이었다면 분명 이곳을 벗어나기 싫을 정도로 겨울임에도 삼나무 녹음이 짙다. 인근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약수터에 들러 물 한잔을 마시고 장군봉 팔각정으로 향한다.



약간 가파른 콘크리트 길로 길 가장자리엔 가을에 떨어진 낙엽들이 소복하다. 장난삼아 낙엽을 밟아보기도 하고 차 보기도하며 마지막 가을의 낭만을 만끽해본다.
10여분을 넘게 오르자 이곳이 동학운동의 전적지였다는 것을 알리는 ‘동학군전주입성비’가 보이고 발걸음을 재촉하자 갖가지 운동시설이 갖추어져 있는 공간과 주차장, 그 위로 팔각정이 시야에 잡힌다.
팔각정에 오르자 전주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뿌연 안개사이로 저 멀리 모악산도 보인다. 뺨을 스치는 정상의 바람이 시원하다.


50년이란 세월을 벗삼아 지내 온 완산칠봉
리포터가 완산칠봉을 오른다는 말에 해설사?역을 자청하는 이가 있다. 바로 장수에서 나고 자라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교부터 전주에서 살며 벌써 50년째 완산칠봉을 오르고 있다는 육익수(65·효자동)씨다.
“중고등학교 시절 시끄러운 하숙집을 벗어나 책을 들고 완산칠봉에 올라 공부를 하다 간적도 있고, 직장생활 할 땐 외지에서 손님이 오면 꼭 이곳을 안내해 드리곤 했답니다. 그러니까 완산칠봉은 우리 전주를 대표하는 산이라 해도 손색이 없지요”
완산칠봉이 완산공원으로 조성될 무렵에도 다 지켜보았다는 그는 산에 인위적인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한다는 불편한 심기를 털어놓는다.
그리고는 완산칠봉 곳곳에 녹아있는 이야기와 볼거리들을 들려준다. 먼저 완산칠봉에 터를 잡고 있는 세 개의 사찰(완산초교를 내려다보는 관음사, 장군봉 아래 칠성사, 생태습지원 쪽의 정혜사)을 차례로 찾아가 그 매력에 빠져 보았다. 관음사와 칠성사에 대한 설명은 미약하지만 정혜사는 보문종 계열의 비구니 스님들이 공부하는 불교대학이자, 기도하는 사찰이란 설명은 빼놓지 않는다. 정혜사의 사천왕문은 꼭 해인사의 어느 문과 흡사하며 도심에 있는 사찰임에도 제법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리고 옥녀봉 정상에 있는 금송아지 바위에 얽힌 전설도 전한다. 곧 이어 ''전주의 허파''로 불리며 요즘 아이들의 생태학습장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생태습지원을 둘러보는 것으로 오늘의 여행을 마무리한다.


가끔 사람들은 문명의 힘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냉정하게 군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때때로 심신이 지치고 힘들 때 자연을 찾아 맑은 공기와 바람을 쐬며 누릴 수 있는 이 기쁨이 얼마나 큰지 자연은 인간 스스로 천천히 그것을 깨우치게 한다.
내가 사는 이곳에 산이 있어 좋다. 사람들이 북적대는 전주의 중심에 완산칠봉이 있어 더 더욱 좋다.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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