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웃고 넘길 수만은 없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볼 일이 있어 밖에 나가 있었더니, 딸이 “엄마, 나 화장실 갔다 와서 숙제 계속해도 돼?”라고 전화를 했다는 것입니다. 함께 있던 엄마들이 그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웃었지만, 이것이 과연 웃고 넘길 일인가 싶었습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는 이런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근무하던 유치원 개나리반에는 한 학기 동안 등장인물과 옷, 바탕 색깔이 거의 비슷한 그림을 2장 볼 수 있었습니다. 5살 된 지현이는 곁에서 엄마가 ‘이거 해라, 저거 해라’지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혼자 등장인물이나 색깔을 선택해서 그림을 그리는 일이 정말 힘겨운 일이었던 것입니다. ‘헬리콥터 부모’라는 신조어를 알고 계십니까?
미국에서 생겨난 이 말은 헬리콥터처럼 아이 주변을 맴돌며 사사건건 간섭하는 부모를 말합니다. 미국 타임지에서 헬리콥터 부모에 대한 사례를 보면 다섯 살이 되도록 연필을 제대로 잡지 못할 때엔 가정교사를 붙이고, 아이들 놀이용으로 나무 위에 지은 집에 광대역 통신망을 깔며, 무릎이 두 번째 까질 때는 집에 있는 그네를 없애버린다고 합니다. 그들은 또 학교나 놀이터, 농구장 등 아이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나타난다고 합니다.
아이들 성적에 관해서는
헬리콥터보다 성능 좋은 스텔스기 수준입니다
중간고사를 치룬 자녀가 OMR카드를 작성하지 못하여 0점 처리되자 학부모님이 아이가 답안지를 작성했는지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교사에게 책임이 있다고 항의했다고 합니다.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안내 방송을 듣고 답안지를 작성하는 시간까지 배분해야하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아이는 넘어지면서 달리기를 배우고, 양칫물을 몇 컵이나 마셔가면서 양칫물 뱉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공부는 더욱 그러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성적보다는 고학년 때, 초등학교 고학년 때 성적보다는 중학교, 고등학교 때 성적이 더 향상되기를 원하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초등학교 때만이라도 아이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십시오, 아이가 낮은 점수도 받아보고 높은 점수도 받아보면서 자신에게 적절한 공부방법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십시오, 많은 삶의 지혜가 그러하지만 특히 공부는 아이가 넘어져 가면서 스스로 찾은 공부법을 통해 중, 고등학교 공부의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문의 : kimklan@kw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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