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학부모 소규모 간담회

아무 탈 없이 유학 목표 이룰 수 있기만 바랄뿐

학업 및 취업에 대한 고민 커…스마트폰 이용해 수시로 소통

지역내일 2011-12-19

유학은 아이나 부모 모두에게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경제적인 부담이나 안전에 대한 염려 등과 같은 기본적인 문제에서부터 현지 적응이나 졸업 후의 진로에 대한 고민까지, 감당해내야 할 일들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강남 유학생 학부모들이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소규모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진로에 대한 고민이 큰 조기유학생, 이제 막 한 학기를 마치고 겨울방학을 맞아 귀국할 미국대학 1학년 학생, 대학원 진학을 계획하고 있는 미국 대학 3학년 학생 엄마들이 허심탄회하게 나눈 유학 스토리를 정리해 보았다.


간담회에 참석한 학부모
김은정씨 -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3학년(여)
박지영씨 - 미국 사립 약대 1학년(남)
정민아씨 - 미국 커뮤니티칼리지 1학년(여)
이성지씨 - 캐나다 조기유학 9학년(남)
* 참석자들의 요청에 의해 가명 사용


- 유학을 보내게 된 계기는
김은정씨 : 외고 국제반에 진학한 후 본격적으로 유학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미국 아이비리그를 목표로 지원에 필요한 활동과 SAT 및 AP 점수를 전략적으로 준비했다.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된다는 점에서 외고에 진학한 것이 유학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박지영씨 : 국내 국제학교에 다니면서 IB와 SAT 점수 준비를 해서 미국 약대에 진학했다. 국내 대학에 진학시키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국내 학력 인정이 안 되는 학교였기 때문에 검정고시를 봐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정민아씨 : 외고에 진학한 후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토플 점수를 준비해 아이가 목표로 하던 국내 대학에 지원했지만 합격하지 못했다. 그럴 경우 재수를 선택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국내 입시 상황에서 1년간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더 해도 목표 대학에 합격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 답답했다.
아이가 조기유학 경험이 있어서 영어에 자신이 있었고 현지 관리를 맡아줄 유학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유학을 결정하게 됐다. 처음부터 미국 대학 진학 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커뮤니티칼리지를 거쳐 상위권 대학으로 편입할 계획을 세우고 떠났다.


이성지씨 : 큰 아이는 국내 입시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파악하지 못한 채 무조건 부족한 성적만 끌어올려보자는 식으로 아무 전략도 없이 입시를 치렀다. 그러다 보니 작은 아이에게는 공부에만 중점을 두기보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발휘하면서 스스로 진로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관리형 조기유학을 보내게 되었다. 국내 중학교 2학년 과정을 마치고 떠나 유학생활을 한지 1년 정도 지났다.


- 현지 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나
김은정씨 : 현지 집값이 워낙 비싸기도 하지만 학교 기숙사의 장점도 커 기숙사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강의실이 가깝기 때문에 시험 기간에는 밤새워 공부를 하다가 편한 옷차림 그대로 뛰어나가기도 한단다. 2학년부터는 1인실이 제공돼 좀 더 편하게 생활하고 있다. 기숙사 건물 지하에 간단하게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조리실이 있어서 식사는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 먹거나 인근 식당에서 사먹기도 하면서 직접 해결하고 있다.


이성지씨 : 현지인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고 있는데 영어 습득에는 도움이 되지만 식구들이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등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아이가 힘들어 하기도 했다. 홈스테이 가정을 바꿀 수는 있지만 또 어떤 가족을 만나게 될지 염려스러워 계속 머무르고 있다. 방과 후 관리를 해주는 곳에서 한국 음식을 간식으로 제공해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정민아씨 : 딸이라서 대학생인데도 안전에 대한 염려 때문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관리형 유학 형태를 선택했다. 그랬더니 음식이나 안전한 케어는 만족스럽지만 수업이 끝나면 관리자가 아이를 바로 집으로 데리고 오는 바람에 학교 친구들과 교류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아이도 그런 점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학교 외에 집에서는 한국어만 사용한다는 것도 문제다.


- 유학비용은 어느 정도인가
이성지씨 : 관리형 유학이고 국내 학교로 복귀할 계획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학비와 홈스테이 비용, 방과 후 국내 학과목별 지도 비용 등이 모두 포함돼 연간 6천만원 이상이 든다.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아이가 현지 학교에 너무 잘 적응해서 유학 기간을 6개월 더 연장한 상태다.


정민아씨 : 커뮤니티칼리지의 학비는 국내 대학 수준이며 관리형유학에 대한 비용을 따로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은정씨 : 예상한대로 아이비리그 유학비용이 만만치가 않아서 부담스럽다. 학비와 기숙사비, 생활비 등 연간 1억원이 든다. 처음에는 대학만 마칠 생각이었는데 아이가 대학원 진학에 대한 뜻을 밝히는 바람에 앞으로 어느 정도의 비용이 추가될지 끝이 안 보이는 지경이다.


박지영씨 : 1학년 학비와 기숙사비를 합쳐 6~7천만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것 같다. 아직 한 학기만 마친 상태라 그 외의 추가적인 비용은 발생하지 않았다. 장기적인 유학비용에 대한 부담은 마찬가지이다.


- 유학을 보낸 부모로서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김은정씨 : 유학 준비를 스스로 했을 정도로 다부져 학점 관리나 선후배들과의 교류까지 잘 하고 있기 때문에 큰 고민은 없는 편이다. 하지만 워낙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 대학이다 보니 좋은 성적을 내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 문제다.
여학생인데도 그야말로 예쁘게 꾸밀 시간조차 없이 공부에 절어 있어야 겨우 학점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그 스트레스 때문에 아이비리그에 진학한 친구들 중에서 휴학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물론 장기적인 유학비용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 게다가 미국의 불경기 여파로 대학원을 졸업한다고 해도 과연 현지 취업이 가능할지에 대한 고민 역시 크다. 차 조심, 사람 조심하라고 항상 당부하는 건 기본이다.


박지영씨 : 인근에 사는 친척 덕분에 필요할 때마다 세세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걱정이 덜한 편이다. 하지만 신입생으로서 정해진 학교 커리큘럼에 따라 좋든 싫든 어려운 공부를 해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부담이라고 한다. 둘째도 있는데 언제까지 큰 아이 유학 뒷바라지를 해야 할지가 늘 고민이다.


정민아씨 : 미국 대학 시스템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보냈기 때문에 늘 불안한 마음이다. 토플 점수도 높고 수업에 대한 적응도 빨라서 편입하는데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는 하지만 과연 잘한 선택이었나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이성지씨 : 영어 실력이 다소 부족하지만 수영이나 축구 등 운동에 재능이 있어서 학교생활을 아주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사춘기에 부모 곁을 떠나 갑자기 자유로운 환경에 놓이면서 혹시라도 나쁜 영향을 받지는 않을지 늘 걱정이다.
아이는 그곳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니고 싶어 하지만 미국으로 옮겨야 할지, 6개월 후에 국내 학교로 들어와서 국내 대입 준비를 하는 것이 나을지 아직 고민하고 있다.


- 아이와 어떻게 소통하고 있나
정민아씨 : 카카오톡(이하 카톡)을 하면서 수시로 대화를 나눈다. 처음 미국으로 보냈을 때에는 아이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서 울고 다녔을 정도다. 그러다보니 카톡으로 거의 연애편지를 쓰다시피 한다. 아이가 적응하기 힘들어 했을 때에는 진로에 대한 의논도 할 겸 한 번 다녀오기도 했다.
아이가 혼자 어려움을 삭히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부쩍 성숙해진 모습을 보니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박지영씨 : 아이 혼자 멀리 떠나보내고 나니 너무 서운하고 마음이 짠했다. 그래도 워낙 무던한 성격이라 전화 통화를 할 때마다 늘 웃으면서 학교생활이 재미있다고 해 걱정이 덜하다. 스마트폰 덕분에 소통이 훨씬 수월해져서 다행이다. 카톡과 무료 국제전화로 언제든지 대화를 할 수 있으니 이제는 그다지 멀리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다.
남자아이라 술을 많이 마실까봐 걱정도 되고 차가 있는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사고라도 날까봐 염려스러워 수시로 잔소리를 한다.


김은정씨 : 유학을 보낸 첫해만 눈물도 나고 보고 싶기도 하다가 이제는 그저 잘 지내기만 바랄뿐 담담해졌다. 3학년이다 보니 이번 겨울방학 때에는 전공과 관련된 회사의 인턴십을 알아보느라 처음으로 귀국하지 않을 예정이다.
평소 짧은 대화는 카톡으로 하고 의논할 일이 있을 때에는 메일이나 전화로 연락을 한다. 혹시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친한 친구의 연락처를 같이 알아두는 것이 좋다. 혼자 유학생활을 하다 보니 가족을 더 챙기고 특히 동생 걱정을 많이 한다. 동생과도 카톡이나 이메일로 소통을 해 이제는 둘째가 이성 친구 문제 등 부모에게는 말 못할 얘기도 누나에게 의논하는 등 의지를 많이 하는 편이다.


이성지씨 : 관리형 유학이라서 전화는 주 1회만 할 수 있다. 그 대신 수업을 받고 있는 장면을 홈페이지에서 동영상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든 아이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국내에 있을 때에는 공부하라는 말만 하느라 제대로 된 대화도 나누지 못했는데 이제는 일상생활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아이의 생각에도 귀를 기울이면서 사이가 훨씬 더 좋아졌다. 마냥 어린 줄 알았던 아이가 혼자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부모 생각도 많이 하고 진로에 대한 고민도 하는 등 성숙해졌다.


- 끝으로 유학을 통해서 아이가 무엇을 얻기를 바라나
박지영씨 : 워낙 유학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투자한 만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하지만 그동안 부모가 시키는 대로만 해왔던 아이가 스스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글로벌한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하지 않을까. 취업이 어려운 것에 대한 고민은 국내외가 따로 없기 때문에 미리 걱정하지는 않는다.


김은정씨 : 고생 고생해서 명문대학에 진학을 해도 공부 경쟁이 너무 심하고 대학원 진학에다 취업에 대한 고민까지, 유학생들이 넘어야 할 산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부모가 해줄 수 있는 만큼 해주고 그 속에서 아이가 행복해한다면 하나의 길을 열어준 셈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기회를 얻었으니 아이도 적극적으로 도전해서 자신의 길을 찾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성지씨 : 국내 학교에서는 아무런 의지가 없었던 아이가 유학 중인 학교에서 운동실력으로 인정을 받으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진학 목표까지 생기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국내 학교로 다시 들어온다고 해도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다른 생활 전반에 대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꿈을 구체화시켜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성취할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정민아씨 : 갑자기 유학을 떠났기 때문에 여러 가지 예상치 못했던 문제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그럴 때마다 아이 스스로 고민해서 해결해나가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아이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지금은 그저 자신이 목표로 하는 대학으로 편입해서 잘 적응하고 취업까지 성공할 수 있기만 기도한다.


- 간담회 후기
2012학년도 국내 대학 입시가 아직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유학생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양쪽 모두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입시나 취업의 어려움은 국내외가 따로 없기 때문이지요.
조기유학생 부모는 조기유학을 거쳐 대학 유학을 선택한 선배 부모들로부터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지한 조언을 들었습니다. “조기유학부터 시작하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영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1~2년 정도 전략적으로 다녀온 후 준비를 해서 대학 유학을 가는 것이 더 낫다. 미국 대학은 아이의 성향이나 능력, 관심분야를 고려해 정확한 정보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라고.
미국 대학 유학생 부모들은 명문대 진학이 전부가 아니라 대학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 실질적인 학업능력의 중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습니다. 최근 해외대학 입학을 보장한다는 프로그램이 갈수록 늘고 있는 가운데 자칫 입학에만 중점을 두는 부모들에게 꼭 필요한 조언이겠지요.
스마트폰의 등장이 유학생 부모들의 걱정을 덜어주는데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카톡이나 무료 국제전화로 언제든 아이와 소통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스마트폰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때가 있지요. 바로 아이가 아플 경우입니다. 가까이 있으면 그럴 때 보살펴주고 맛있는 음식이라도 해줄 수 있지만 너무 멀리 있으니 그저 안타까운 마음만 더하지요.
그래도 그런 모든 어려움을 견뎌내면서 성숙해지고 글로벌한 시각을 가질 수 있으리라 믿기에 유학생 부모들은 힘을 냅니다.

장은진 리포터 jkumeu@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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