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시작해 가을까지 살림꾼의 주머니 사정을 헤아려주던 고양시알뜰장터가 겨울을 맞아 휴식기에 들어갔다. 때맞춰 들려온 반가운 소식, 정발산동에 세 곳의 되살림 매장이 문을 열고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단다. 지구도 살리고 살림도 살리고, 여성과 노년층 일자리까지 만드는 착한 가게 세 곳을 둘러보았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시니어클럽 생산품 판매 및 재활용 나눔 ‘이야기가 있는 가게’
전국 최초의 노인 일자리 전문매장
어르신의, 어르신에 의한, 어르신을 위한 가게다. 고양시니어클럽을 비롯해 전국의 시니어클럽 회원들이 직접 만든 천연 수제비누와 참기름, 발효식품, 웰빙 간식, 천연 조미료와 잡화류가 있다. 판매도 어르신들이 맡는다.
‘이야기가 있는 가게’는 노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사업장에서 생산한 물품들과 재활용 기증 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직거래 장터, 재활용품 기증과 교환도 할 수 있다.
노년층에는 일자리를, 소비자에게는 질 좋은 상품을 제공할 수 있어 나눔과 순환의 문화를 만들어 갈 공간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매장이 무척 깔끔한 것이 인상적이다. 각지의 시니어클럽 생산물품들이 진열대에 곱게 포장 되어 올려 진 가운데, 참기름과 된장 종류가 눈에 띈다. 이 매장의 주력 상품이기도 하다.
후원업체에서 기증한 옷들도 다양하다. 백화점 매장에서 수십만 원에 팔던 겨울 외투가 3~5만원으로 저렴하다. 이월상품이기는 하지만 바로 입어도 손색없을 만큼 세련됐다. 기증 물품 중에는 아동복이 많다. 장난감 찻잔 풀세트도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매장 지킴이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리본공예품과 쿠션, 에코백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핸드메이드 머리핀이 1~2천 원으로 저렴하다. 중고 의류와 물품도 판매하며 기증도 받는다.
쇼핑몰(www.sysenior.com)이 개설돼 컴퓨터를 통해 집에서도 편하게 어르신들의 정성이 담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매장 지킴이 심순옥 어르신은 “일자리 창출 강좌를 듣고 급여를 받으며 천연비누 만들기 등 공예를 배울 수 있어 좋았다”며 “무언가 하는 일이 생겼다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위치 일산동구 정발산동 687번지(저동초등학교 옆)
문의 031-967-2611
특징 시니어물품, 후원기증 물품판매
한살림 워커즈콜렉티브가 만든 ‘꿈마네’
꿈꾸는 아줌마들의 되살림 공방
워커즈콜렉티브는 일종의 협동조합으로 고용주와 고용인이 따로 없는 평등한 관계의 사업장을 말한다. 유럽에서 시작되었으며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활성화 되어 있다. ‘꿈꾸는 아줌마들의 가게’라는 뜻으로 이름 붙인 ‘꿈마네’는 고양파주한살림 조합원들이 2009년 11월부터 준비했다. 김윤경, 김승희, 박숙경, 이정애, 최태선, 임정희(대표)씨 등 6명이 공동 출자해 올해 초 문을 열었다.
매장의 절반가량은 재봉틀이 놓인 작업장이다. 버려지는 물품들이 가방, 앞치마, 지갑, 냄비받침, 쿠션 등 생활 소품으로 되살아난다. 선물용으로 적합한 핸드메이드 물품들을 주문 제작하기도 한다. 매달 둘째 넷째 주 금요일에는 리폼강좌를 연다. 매달 3만 원을 내면 총 10시간 동안 공방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물품을 기증하면 친환경 수세미를 증정하며, 순 이익의 3%는 지역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한다.
매장 내 1천원 중고 옷 코너가 눈에 띈다. 특히 어린이 청바지가 다양하다. 기증 물품도 판매하지만 주력하는 분야는 리폼, 즉 되살림이다. 청바지로 만든 바구니는 디자인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아기 물건을 담아도 안전한 환경호르몬 제로의 물품이다. 넥타이로 만든 가방은 실크 소재로 부드럽다. 핸드폰 주머니, 작은 인형과 소품, 가방 등을 만든 솜씨가 수준급이다. 중고 기증품에 비해 리폼 제품은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다. 그러나 많은 돈을 들여 집안에 환경호르몬을 내뿜는 새 물건을 들일 것인지, 아이디어로 새롭게 탄생한 물품을 들일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직접 품을 들여 만든 가방과 앞치마의 매력도 만만치 않다.
김윤경 씨는 일반 기업체와 달리 사장이 따로 없이 평등한 워커즈콜렉티브 구조에 매력을 느껴 참여했다. 그는 “문을 여는 과정도 재미있었지만, 출근길에 느끼는 ‘내 가게’라는 뿌듯함은 더 좋다”며 웃었다.
위치 일산동구 정발산동 717-4번지 양지건영 3단지 정문 앞
문의 031-919-7891
특징 수작업 리폼 물품 판매, 1천원 중고코너, 공방운영
두레생협 돌봄과 나눔의 공간 ‘선물’
공정무역 커피 마시며 재활용품 나누는 사랑방
가진 것을 두루 나누는 공동체를 꿈꾸는 두레생협의 정신을 오롯이 담은 공간이다. 매장 안에는 기증받은 중고 물품과 조합원들이 손수 만든 물품들이 있다. 물품을 기증하면 ‘두루’라고 이름 붙은 지역 화폐를 적립해 준다. 그것으로 매장 내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 지역 화폐란 일정 지역 안에서 통용되는 공동체 화폐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대전의 한밭레츠가 성공 사례로 알려져 있다.
운영 책임을 맡은 박경희 두레생협 이사는 “서로에게 필요한 물품뿐 아니라 각자 가진 재능과 품을 나누는 돌봄의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싶다”고 말한다.
매장 안에는 아동복, 가방, 신발, 성인 의류, 책 등 중고 기증품들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가격도 2~3천 원 안팎으로 저렴하다. 눈에 띄는 것은 두레생협 조합원들이 직접 만든 물품들이다. 핸드메이드 비누, 천연 화장품, 수세미와 면 생리대, 퀼트 제품 들을 만든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천연 화장품은 아이크림, 달팽이 크림, 립밤 등 겨울철 피부에 필요한 제품들이 갖추어져 있다. 하얀 천위에 곱게 수를 놓은 행주는 살림꾼들의 시선을 빼앗을 만하다. 규방공예로 만든 주머니와 뜨개질로 만든 핸드폰 고리가 앙증맞다.
눈에 보이는 물건 외에 보이지 않는 재능도 나눈다. 그동안 춤 치유, 자연치유, 사찰요리 등 강좌를 열었다. 매장 안쪽에 마련된 카페에서는 페루, 동티모르에서 가져 온 공정무역 커피를 2천 원에 마실 수 있다. 반찬도 판매할 예정이다.
두레생협 조합원들로 구성된 바느질 공방 ‘수다’는 사회적 기업으로 창업 지원을 받고 있다. 헌 옷을 이용해 리폼 제품을 만드는 아이디어로 지원을 받았지만 판로가 마땅치 않던 차에 두레생협의 ‘선물’이 숨통을 틔워주었다. 김은숙 씨는 “프랑스 자수, 규방공예 등을 가르치는 교육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며 “공들여 만든 물품들이니 많이 사랑해 달라”고 당부했다.
위치 일산동구 정발산동 692-1 1층
문의 031-911-2256
특징 재능기부 강좌, 천연화장품, 손바느질 소품, 공정무역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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