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남시 명예시장(체험객?)이다
시작은 놀라움이었다.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시장 직을 체험해 보고 정책제언과 시정 참여의 기회를 확대한다는 계획. 시장님과 함께 시정의 주요행사나 회의에 참가하고 방문 민원인을 상담, 사업장을 방문한다는 공지문은 리포터의 가슴을 뛰게 했다.
“역시 5대 민선 시장님은 뭔가 다르구나.”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나름의 포부와 계획을 담은 지원서를 작성해 보내고 성남시장이 된다면 어떤 일들을 해볼까 머릿속에 잠시 재미난 상상도 해보았다.
운(?)이 좋았던 건지 단박에 명예시장으로 뽑혔고 주변 지인들도 축하와 관심을 보여주었다. 리포터 역시 성남시장이 하는 일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살짝 긴장과 설렘을 갖고 참여하게 되었다. 12월 7일, 약속한 날짜가 되었고 제 30대 1일 명예시장 직 체험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틀에 박힌 프로그램, 시청체험 객이란 인식밖에
전날부터 기대감과 긴장으로 다소간 잠도 설치며 일찌감치 도착한 성남시청.
자치행정과 담당 공무원들이 리포터를 반갑게 맞아 주면서 명예시장으로서의 하루 일과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명예시장이란 명패가 민망할 정도로 실망의 시간들을 맞아야 했다. 정형화된 시청투어일정을 소화하느라 체력보다 마음의 기운이 더 빠지는 시간을 보내야 했던 것.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날 리포터는 1일 명예시장이 아닌, 1일 시청투어가 더 적절하다 싶은 프로그램에 30번째 체험 객이었다.
명예시장 위촉패를 받고 난후 이어지는 하늘북카페, 장난감 도서관, 체력단련실, 시청 홍보관, 구내식당… 모두 시청을 알리고 홍보하기 위한 체험 코스.
이재명 시장님의 일과를 간접적으로 체험해보고 경험 할 수 있을 거라는 리포터의 기대는 순진한 오해(?)에 지나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앞서 다녀간 명예시장님들의 보고서를 들여다보아도 1대부터 마지막 30대 명예시장까지 어쩌면 그리 똑같은 프로그램으로 운영되었는지…
성남시 명예시장에 지원했던 분들이 과연 전시된 홍보 공간이 보고 싶어 바쁜 시간을 쪼개어 참여하셨는지 물어보고 싶었던 시간들이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자치행정과 담당 공무원들이 매주 수요일 똑같은 일정을 소화하느라 얼마나 지루했을까 오히려 위로해 주고픈 마음이 컸던 하루.
지원자의 특성에 맞는 맞춤 명예시장 운영해 주시길
그런데…내년에도 성남시 명예시장 운영을 이어간다는 자치행정팀장님의 말씀.
성남시민을 위한, 성남시민에게 좀 더 다가가기 위한 명예시장 운영이라면 내용과 프로그램 운영에 조금은 성의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적어도 이재명 시장님은 매일 북카페와 시청 홍보관 투어는 안하실테니.
리포터는 이날 1일 명예시장 운영에 얼마나 많은 공무원들이 시간과 노력을 쓰고 계셨는지 알게 되었다. 그분들의 노력과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창의적인 운영의 묘를 기대해 보는 건 어려운 일일까?
적어도 초등 3학년부터 고등학생, 60대 할아버지ㆍ할머니, 30~40대의 청장년 모두에게 똑같은 코스의 시청 투어 프로그램을 명예시장이라 명명하며 운영하지는 말아주시길.
내년에도 똑같은 내용이라면 ‘시청투어프로그램’으로 공고문을 내셔야 맞는 표현인 것 같다.
끝으로 성남시 제 30대 명예체험객(?)으로 제언을 하자면 지원자의 특성과 상황에 맞는 맞춤형 명예시장 운영이 필요할 듯 보였다. 30명의 명예시장 지원자들은 나이와 성별, 계층이 다른 그야말로 성남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안테나였다. 이분들의 다양한 입장과 어려움, 고민들을 시장님이 먼저 다가와 듣고 성남시의 미래 비전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눈다면, 전시성만이 아닌 ‘시민이 주인인 성남시’가 되는데 조금은 가까워지지 않을까.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주부 리포터의 성남시 1일 명예시장 운영 일지>
09:50~10:00 - 성남시청 6층 자치행정과 도착
10:00~10:20 - 명예시장 위촉패 수여받고 부시장님과 기념사진 찍음
10:20~11:00 - 2011년, 성남시 주요 시정 업무 보고 받음
11:00~12:00 - 하늘북카페, 장난감 도서관, 체력단련실, 홍보관 등 시청사 주요시설 관람
12:00~13:00 - 시청 구내식당에서 중식 및 휴식
13:00~14:30 - (주)온디자인(사회적기업) 방문->대표님 취재 및 인터뷰 진행
14:30~15:00 - 근무소감 작성 및 퇴근
☞ 참고로 제 1대부터 30대까지 모든 명예시장의 운영 내용이 동일함. 다만 점심 식사 후 방문처만 관내 복지관, 수도사업소 등 4~5 곳 중에서 택일.
<성남시 명예시장 체험에 얽힌 사소한(?) 에피소드>
# 에피소드 하나-명예시장은 진짜 시장을 만날 수 없다?!
명예시장이 되면 이재명 시장님과 만나 짧게나마 담소도 나누고 성남시의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까, 내심 기대와 함께 은근히 걱정도 됐던 게 사실.
그런데 웬걸, 명예시장 체험 내내 단 한 번도 시장님을 만나지 못했다. 사실 위촉패 정도는 직접 주시지 않을까 기대했던 리포터의 실망은 ‘역시나’로 마무리.
연말이라 바쁜 시정활동에 여념이 없으실 시장님의 하루 일과를 감안한다고 하지만 명색이 명예시장이란 이름을 걸고 진짜 시장님을 만나도 볼 수 없다면 내년엔 참가 의사 제로다.
# 에피소드 둘-명예시장 방문, 처음 듣는데요
명예시장 체험 직전 금요일에 전화해 해당일 관내 견학 처를 밝혀 달라는 담당자님의 말씀.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시간이 촉박해 리포터가 원했던 잡월드(오픈 일을 앞두고 있어 거절)나 안철수 연구소(시간이 촉박해 거절당했다고 하심)가 아닌 ‘온디자인(사회적기업)’을 투어하게 된다는 일방적 통지에 당황스러웠다.
해당 기업에서도 명예시장 방문 계획을 전혀 모르고 그저 신문사 취재로만 알고 있었다니 더 황당.
게다가 방문 처 위치를 잘 몰라 찾아가는 과정에서 허둥지둥 헤매는 경험을 추가해 주시는 센스(?)까지. 사전 답사는 바라지 않더라도 방문 처 위치정도는 확인해 주시는 성의는 무리일까. 실제 시장님이 방문하셔도 그렇게 하셨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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