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척이건만 봄처럼 따사롭던 11월의 끝자락에 보수동을 찾았다. 평일이어서인지 다소 한산해 보이는 골목에는 책으로 둘러싸인 자그마한 서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 왔다. 언제부터인가 책방 골목은 책을 찾는 사람들과 골목 자체를 관광 온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보수동 책방 골목
전국 유일의 헌책방 골목
책방 골목에서 만난 김성봉(35·대신동)씨는 중·고등학교 시절 자주 찾곤 했었다며 오늘은 서울 출신이라 책방 골목이 처음인 와이프와 함께라고 했다. “학창 시절 인기 있었던 잡지며 만화를 사러 왔었죠. 참고서도 할인을 해줘서 많이 이용했어요”라며 추억을 떠올렸다.
달인으로 소개됐던 충남서적의 남명섭 대표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헌책방 일을 한지도 40년 정도 됐어요. 1박2일에 소개된 뒤로 부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 코스가 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지요”라며 대단한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충남서점 1층과 2층에는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공간만을 남긴 채 모든 공간이 책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대체 몇 권쯤 되는지 아시냐고 물었더니 수십만 권쯤 되지 않겠냐는 답이 돌아왔다. 늘 가지런히 정리돼 있는 서점 풍경을 보다가 겹겹이 쌓여 있는 책들을 보고 있자니 세상의 온갖 지식과 정보가 망라된 보고에 온 느낌이었다.
아이를 위한 영문법 만화책을 3천원에 샀다. 누군가 열심히 읽은 뒤 다음 주인을 위해 기꺼이 내어놓았을 책. 이전 주인도 우리 딸도 모두 남는 장사다.
보수동책방골목문화관 ‘닑다’
‘보수동책방골목문화관’은 보수동 책방골목의 역사성을 알리고 책과 관련한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2010년에 설립됐다. 교육 콘텐츠를 비롯해 음악·미술 등 문화예술 전반을 공유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상설전시실과 이벤트관, 사무실과 북카페, 하늘정원을 갖추고 있다.
매월 다양한 전시와 공연, 프로그램으로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는 문화관은 현재 내부사정으로 12월에는 김형찬의 우크렐레 강좌와 통기타 강좌 프로그램만 특별 편성돼 있는 상태다.
문화관의 애칭인 ‘닑다’는 ‘읽다’의 중세어로 책을 읽고픈 우리 모두의 마음을 담은 표현이다. 문화관 설립으로 보수동 책방골목은 한층 더 수준 높은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동네 주민들은 물론 보수동을 찾는 시민들에게 편안한 쉼터 역할을 하고 있는 문화관은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고 오전 10시에 문을 연다.
켜켜이 쌓여 있는 책
보수동에 가면 책방 골목에 아니 들릴 수 없다. 수십 년째 새책과 헌책 냄새가 배여 있는 곳. 쌓여 있는 헌 책을 보면 예전에는 누군가의 소중한 책이었음이 떠오른다. 소용이 다했든지 아니면 책장에만 꽂아두는 것보다는 또 다른 주인을 찾는 것이 더욱 가치있는 일이라는 판단에 이 곳으로 왔을 게다. 읽히는 것으로 생명을 이어가는 책. 보수동의 책들은 지금 또다시 읽어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tip 부산 원도심 체험
40계단 문학관
1950년 한국전쟁 당시의 역사와 애환이 담겨 있는 40계단을 테마로 건립된 복합역사문화공간이다.
부산근대역사관
일제 강점기인 1929년에 지어진 건물로 전시내용은 외세의 침략과 수탈로 형성된 부산의 근현대역사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개항기 부산, 일제의 부산수탈, 근대도시 부산, 동양척식주식회사, 근현대 한미관계, 부산의 비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밖에도 부산광역시립중앙도서관, 부산세관박물관, 부산타워. 민주공원 등 가족과 함께 둘러볼만한 곳이 도처에 있다.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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