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청소년들의 등대지기같은 멘토를 만났다.
‘사파동 머슴’ 또는 ‘버럭 김원장’으로 불리는 고집스런 남자, 사)경남장애청소년문화진흥센터(이하 센터) 김인식 원장(37)이 그 주인공이다. 장애 청소년을 향한 한결같은 사랑과 바위도 녹일 만한 열정의 청춘이 십 수 년 세월과 더불어 센터에 녹아 있다.
문화 활동이 장애를 푸는 열쇠라는 생각으로
사)경남장애청소년문화진흥센터(이하 센터)는 장애 청소년들에게 문화 활동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특수 교육에도 한계가 있어 지적·자폐 장애 및 발달 장애청소년들이 졸업 후 사회 진출은 커녕 무방비로 방치되는 현실을 고민하다 ‘문화가 답’이겠다는 결론을 냈어요. 예술이나 사회경제 부분이 총 망라된 문화라는 맥을 통해야 다양한 교육적 혜택이 있을 거라는 계산에서 비롯된 거죠.”
그 계산은 맞아 떨어져 천광이나 혜림학교 또는 일반학교에 다니며 방과 후 이곳(복지관 수준의 실비만 냄)을 이용하는 학생들은 1박2일 주말캠프, 장터 UCC교육, 문화강좌, 미술, 난타, 체육, 무용, 게이트볼 등 정말 다양한 문화 활동을 누린다.
센터를 이용하는 30명의 장애인 외에 자원봉사자가 학생만도 100명을 넘고, 후원자 25명 등 전체 회원이 600명, 직원 5명과 10명의 강사 이르는 안정적 구조에 지적 자폐성 발달 장애를 가졌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저소득지원도 받을 수 있다.
학생들은 어쩌다 빠지게 되는 날이면 집에서 난리가 날 정도로 이곳을 재밌어하고 그리워하는데, 장애 비 장애 따로 없이 서로 이끌어 주며 서로에게 큰 힘이 돼주기 때문이다. 거의 한 달간 지속되는 여름방학 개밥바라기 국토순례 때는 전국과 해외에서까지 모여들 정도로 봉사자들에도 인기 있는 곳이다.
봉사 동아리 통해 장애 처음 접해
김 원장과 장애 청소년과의 만남은 대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원대 체육학과생으로 ‘새마음’이라는 동아리에서 동보원 애리원으로 봉사활동 다니던 어느 날, 특수교육을 전공한 선배가 장애인 주말 물놀이 봉사를 권한 것이 첫 인연이 됐다.
“실내 수영장에서 함께 노는 거였는데 정말 손이 많이 필요했다어요. 이후 그 일에 더욱 매료돼가면서 왜 이렇게 이들에 대한 교육 혜택이 부족할까? 부모들은 수영장에서 옷 갈아입히고 노는 것을 왜 어려워하는 걸까? 등에 대한 고민이 깊어갔고 그 답답함을 풀고자 서울로 오가며 관련 공부를 했어요.”
이화여대에 처음 개설된 수중재활치료나 행동장애, ADHD 등에 대해 배우면서 급기야 체육대학원을 그만두고 새로 특수교육학을 전공하면서 2001년 사파동 그의 아버지 집 지하에 ‘신나는 운동교실’을 열었다. 이용 인원만도 50명으로 사비 털어 열심히 일하며 법인을 추진, 4년 만에 사)경남장애청소년문화진흥센터가 설립됐다. 이후 2009년부터 약간의 지원과 함께 한 달 전 경남도의 도움으로 대방동으로 확장 이전, 현재에 이르기까지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인테리어 공사는 모두 시민의 힘으로 이뤄졌다며 “이곳은 시민들의 공간이다”고 강조한다.
장애인 타운 하우스가 최종 목표… 고집스레 이룰 터
김 원장은 도시권 내에 장애인 마을을 세우는 것을 40대에 이룰 목표로 정하고 있다. 지금도 끼리끼리 어울려 여행하고 볼링치고 영화 보러 다니는 등 밝게 살고 있는 학생들이 마을의 중심이 되는 타운스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즐기는 것 하고 싶은 욕구가 다를 게 없는 청소년들은 장애 비장애나 문화적 차이가 없는 만큼, 성인이 돼서도 지역 사회 일원으로 당당한 생활인으로 자리 잡고 살 수 있을 거라는 바람과 믿음이 그 소망의 근간이라고 한다.
일을 잘 하려면 청소년에 대해 잘 알고 멀티 교사가 돼야 한다는 고집으로 체육관련 자격증, YMCA 1기 레크리에이션 강사, 재활치료사, 청소년지도사(청소년지도CEO 최연소자로 뽑힘), 미디어 교육 및 다양한 연수에 참가하고 배운 것을 봉사자들에게 전수하는 김 원장. “모두가 말렸지만 정직한 고집이라는 생각으로 지탱해왔다”며 ‘고집스럽다’는 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자 자기 철학이라고 한다. 더불어 팔용 장터와 ‘꽃들에게 희망을’에서의 봉사활동이나 걷기동아리 어깨동무 뚜버기 회장 등을 맡아 사파동 머슴 역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종교는 없지만 이혜인 수녀와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심어준 이태석 신부를 존경한다는 김 원장에게 직원들은 엄지손가락 추켜세워 말한다. “우리 원장님은 아이디어와 추진력이 무엇보다 돋보인다. 멋진 사람이다”라고.
(사) 경상남도장애청소년문화교육진흥센터 283-2572
윤영희 리포터 ffdd7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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