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 입시 준비를 하다가 뒤늦게 미국 대학 유학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위한 유학 프로그램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토플 점수도 없을 정도로 유학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돼있지 않은 학생들일수록 신중한 선택과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미국 대학 유학을 하나의 새로운 기회로 삼으려고 하는 학생들이 고려해야 할 점에 대해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보았다.
올바른 정보 바탕으로 대학 선정부터 신중해야
미리 계획을 세워 장기간 준비를 한 것이 아니라 갑자기 자녀의 유학 결정을 내린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름이 알려진 대학인지 정도만 막연하게 따져보고 학교를 선정하는 경우가 많다. 비교적 잘 알려진 대학에 입학하는 것만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조건 미국 대학에 입학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므로 대학 선정부터 신중해야 한다.
미국 대학을 선정할 때 주로 참조하게 되는 랭킹은 단순히 인터넷상에 떠도는 정보가 아니라 현지의 자료를 확인해보는 식으로 올바른 정보를 얻어야 한다. 물론 각 기관에서 평가한 대학순위의 객관성 여부도 중요하다. 또한 대학의 규모도 중요하므로 제대로 된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정도인지 여부를 파악해봐야 한다. 학교 규모와 더불어 자신이 원하는 전공이나 특정 프로그램이 있는지, 분교에서 본교 캠퍼스로 편입이 가능한지도 꼼꼼하게 살펴보고 선택해야 한다.
대학 인근에 있는 대도시와의 거리 역시 중요한 요소이다. 스탠리프렙 한국지사의 더글러스 리(Douglas D. Lee) 대표는 “대학 캠퍼스가 대도시와 너무 가까운 곳에 위치한 경우 생활비가 많이 든다거나 유흥 등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반대로 소도시에 있을 경우 인턴십이나 유명 인사들의 학교 방문 등 대도시가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대도시에서 차로 2~3시간 정도 거리인 경우가 가장 적당하다”고 말했다.
영어 준비만으로는 대학생활 적응 어려워
영어 준비가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토플 점수 없이 입학을 보장하는 프로그램이나 어학 과정을 이수 한 후 정식으로 입학할 수 있는 조건부 입학 프로그램 등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일정한 수준의 영어 준비 과정만 거친 후 입학했을 경우 대학생활을 해내는데 있어서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부모들은 어학 과정이나 토플 준비를 마치면 진학 후에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미국 대학 교육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 대학의 경우 입학하는 것은 어느 정도 쉬울 수도 있지만 들어가서 좋은 성적을 내기가 아주 어렵기 때문이다.
메리트 아카데믹 컨설팅의 최옥경 원장은 “각 대학별로 필수 과목이 있는데 인문학이나 사회학 등 배경지식이 필요한 과목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비판적인 사고로 주제를 다루고 고차원적인 리서치 페이퍼를 작성하는 것도 주입식 공부에 익숙해진 한국 학생들이 특히 어려워하는 부분이다”라며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영어 실력만으로는 좋은 성적을 받을 수가 없고 그렇게 되면 결국 상위권 대학 편입이나 대학원 진학도 힘들어진다”라고 말했다.
유학생활이 시작되면 학과목 선정에서부터 전공 선택 등 학생 스스로 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유학 준비가 안 된 학생들일수록 이런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고 휴학까지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대학 내신 역시 인턴십이나 편입, 대학원 진학, 사회진출 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기 때문에 신경을 써야 한다.
유학 목표에 따른 계획과 학습 태도 중요
자녀가 국내 대학 입시에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해서 갑자기 유학을 결정한 부모들은 미국 대학 입학에만 급급해 장기적인 계획이나 진로에 대한 전략도 없이 보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입학은 단지 행정적인 절차일 뿐이므로 그것보다 진학 후 학생들이 미국 대학생활에서 부딪칠 환경에 대해 미리 알고 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미국 대학 유학의 목표가 단지 입학만이 전부가 아니라 제대로 공부를 하고 경력을 쌓아 졸업 후의 진로까지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면 적어도 2학년까지의 계획은 세우고 떠나야 한다. 편입이나 대학원 진학, 취업을 위한 준비가 1학년 때부터 시작돼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한국 유학생들은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바로 귀국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아무 생각 없이 쉬면서 시간을 보내지만 이 기간 동안의 계획도 미리 나와 있어야 한다. 다음 학기의 어려운 과목이나 필수과목 등에 대한 이수 전략을 세워 미리 공부를 해야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1, 2학년 때 실패를 경험하고 3학년 무렵에야 비로소 깨닫게 되지만 그때는 이미 늦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성공적인 유학생활에 대한 계획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학생의 학습 태도이다. 국내 학교에서 중하위권 성적을 유지했던 학생들이라면 학습 습관이나 태도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학생들이 영어 준비만 됐다고 해서 미국 대학에 가면 학습 태도가 좋게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더글러스 리 대표는 “대부분 새로운 환경에서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유학을 떠나기는 하지만 학습 태도가 잡혀있지 않은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방법을 모르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를 해주면서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국내의 획일적인 교육 시스템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학생들도 능동적이고 자신만의 관심분야가 뚜렷하게 있다면 이런 학생을 선호하는 미국 대학에서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진로에 맞는 편입 전략 세워야
커뮤니티칼리지(Community College)를 거쳐 주립대로 편입을 하거나 비교적 입학이 쉬운 주립대로 진학해 상위권 대학으로 편입하는 것을 목표로 유학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바로 4년제 대학으로 진학할 준비가 덜 된 학생들에게는 커뮤니티칼리지가 편입을 위한 좋은 발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커뮤니티칼리지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학생의 의지나 성향을 고려해서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커뮤니티칼리지에는 편입을 목표로 입학한 학생들도 있지만 직업훈련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진 학생들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학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학생들의 경우 스스로 면학 분위기를 형성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비록 커뮤니티칼리지는 편입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는 하지만 좋은 대학으로 편입을 하려는 학생들이 많은 만큼 경쟁률도 높은 편이다.
최옥경 원장은 “상위권 대학 편입을 목표로 우선 입학이 수월한 곳으로 진학을 할 경우 상위권 대학 편입 확률도 그만큼 낮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성적이 우수하다면 커뮤니티칼리지에서 그 주의 주립대로 편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주립대에서 명문대로 편입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면서 “편입을 할 때 우수한 내신도 중요하지만 편입을 하고자 하는 이유가 뚜렷하지 않을 경우 교수들로부터 좋은 추천서를 받을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목표 대학으로 편입을 했다고 하더라도 처음부터 그 대학에 진학한 우수한 학생들과 경쟁해서 3.0 이상의 성적을 얻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더글러스 리 대표는 “미국 대학 타이틀이 필요한 경우 상위권 대학 편입만을 목표로 하면 되겠지만 대학원 진학이나 취업이 목표인 학생들이라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편입하는 식으로 전략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미국 대학을 졸업해도 결국 취업을 못한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어떤 경력을 만들어서 취업 경쟁력을 높일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움말 메리트 아카데믹 컨설팅 최옥경 원장
스탠리프렙 한국지사 더글러스 리 대표
장은진 리포터 jkumeu@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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