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목성이다”
시끌벅쩍 북일초 옥상 천문대에서 아이들의 환호성이 터진다. 오른쪽 하늘엔 초승달이 수줍은 신부마냥 얼굴을 살포시 내밀었다 사라지곤 하고, 왼쪽 하늘엔 오롯이 빛나는 별 하나 있으니 바로 목성이다.
인후동 북일초교를 찾은 시간은 오후 6시. 하지만 동지가 다가오는 겨울의 초저녁 밤은 이미 칠흑 같은 어둠뿐이다. 북일초의 천문대는 우리지역 전북아마추어천문회(회장 황원호)에서 2000년 7월에 전국에서 초등학교 최초로 설립하였으며 오늘은 보수완료기념 관측회가 있다고 하여 그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별이 좋고 달이 좋아 만난 사람들
전북아마추어천문회(이하 전아천)는 전북지역의 천문 발전을 위하여 천문인들간의 상호교류 및 정보교환을 위해 만든 동호회이다. 그들은 동호회 활동을 통하여 서로의 천문수준을 향상시키고 일반인들의 천문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 것은 물론 전북지역 천문 인구의 저변 확대와 천문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정성을 쏟고 있다.
1994년 전북과학교육원에서 40명의 회원으로 ''전북천문동호회''라 칭하고 활동을 해오다 1999년에 ''전북아마추어천문회''로 명칭을 변경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리고 전북대와 원광대의 천문관련 학생동아리에도 아낌없는 후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활동중인 회원수는 40여명 정도이며 20대에서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관측활동에 가장 적극적인 이들은 역시나 혈기왕성한 30대이다. 매월 초에 정기관측회를 통해 모임을 가지지만 흐린 날은 번개(?)로 대신할 때도 있다고.
전북지역에 기반을 둔 20세 이상의 성인 남녀 중 별을 사랑하는 사람, 천문 매니아가 되려는 사람, 별생별사 할 사람이면 자격조건이 된다고 하니 그 동안 밤하늘의 별들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이들이면 그 조건이 충분하다.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초등 3학년 때 부터 무척 별을 좋아했었어요. 그 당시엔 망원경도 구하기 어렵고 돈도 없어 렌즈 두 장을 이용해 직접 망원경을 만들어 밤마다 별을 보곤 했지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별을 좋아하지 않더라구요. 아무래도 유전적으로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 듯 합니다”
황회장은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함이 못내 섭섭한 모양이다.
하지만 리포터에겐 그저 까만 밤하늘의 점으로만 보이는 별들을 “밤하늘에 보석이 박혔다”는 최상급 표현을 주저하지 않는 것을 보니 그가 별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애틋한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자다가 벌떡 일어나 밤하늘의 별을 본적도 있고, 갑자기 장비를 챙겨 훌쩍 어디론가 떠나 자리를 펴고 별을 보다 잠깐 차안에서 잠이 들어 새벽에 눈을 떠보면 그날 밤 귀신한테 잡혀가지 않았음을 감사하게 될 때도 있죠. 밤에는 몰랐는데 아침에 깨어보면 공동묘지일 때도 있으니 말입니다. 회원들 중에도 별 보러 갔다가 귀신 봤다는 사람도 있고 등골 오싹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사람들도 꽤 있지요. 아무래도 밤에 해야만 하는 일이다 보니 그런 가 봅니다”
지나간 일이니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그 당시엔 얼마나 놀랐을지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황회장은 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보다 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밤하늘을 보면 경이로움과 마음에 평온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초보자들에게 가을에서 봄까지 산으로 별을 보러 갈 경우 산은 평지보다 춥기 때문에 동계복장을 꼭 준비해야 한다는 충고도 잃지 않는다.
어두운 밤하늘에서 밝은 희망을 보는 사람들
달을 보려면 보름날을 찾겠지만 별을 많이 보려면 보름날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 황회장의 설명이다. 이것은 바로 우리가 흔희 육안으로 도시보다 농촌에서 많은 별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밝으면 밤하늘의 별이 적게 보인다는 것, 바로 광해 때문이라고.
북일초를 찾은 날, 몇몇의 학부모들과 어린이들이 줄을 서서 설레는 마음으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린다. 이 학교 아이들은 졸업하기 전 누구나 하늘의 별 몇 번쯤은 보고 떠난다는 게 통상적이라고.
박소현(북일초 4년) 학생은 “그냥 눈으로만 보던 달과 별을 망원경으로 가까이 볼 수 있어 정말 신기해요. 다음에 크면 꼭 우주여행을 한번 해 보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또 아이들의 안전을 부탁하며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지키시는 장세돈 교감선생님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을 위해 이러한 공간이 우리학교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자랑인지 모릅니다. 여기에서 불씨를 피워 앞으로 우리나라 천문과학에 큰 이바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으니 교육자로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말하며 전아천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몇걸음 밖이 보이지 않는 어둠속이지만 서로의 노고를 헤아리며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전아천도, 학교도, 아이들도 모두가 있어 긴긴 겨울밤의 하늘은 더없이 밝다.
어린시절 엄마손을 잡고 늦은 밤 집에 돌아 갈 때 밤하늘의 달과 별이 내가 좋아 자꾸 나를 따라온다며 괜한 억지를 부린 기억이 있다. 그때가 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시절로 추억하는데. 이젠 그때의 그별을 다시 보고 싶어도 레고블럭 같은 도시의 아파트 창가에서 보기란 쉽지가 않다.
우리나라에서 겨울철 가장 잘 보이는 별자리가 오리온자리라고 하는데 올 겨울 온가족이 함께 하는 별나라로의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도 좋은 듯 쉽다.
문의 : 전북아마추어천문회 www.astrojeonbuk.co.kr
김갑련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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