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소외된 자들을 섬기는 게 제가 하는 일입니다.”
천안의 밥퍼 목사로 불리는 박승일 목사. 일요일을 제외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천안역에서 무료급식을 하는 박승일 목사를 오뚜기사랑나눔터에서 만났다.
추운 새벽 따뜻한 밥은 생명
매일 아침 6시 40분. 박승일 목사는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들고 천안역으로 간다. 박 목사가 천안역에서 무료급식을 시작한 지는 만 4년이 넘었다. 설날과 추석에도 쉬지 않는다. 성탄절이 일요일이 아니면 이 시간을 어기지 않는다.
왜 꼭 아침밥을 챙겨주냐는 질문에 박 목사는 “따뜻한 음식은 하루 중 가장 한기 드는 새벽에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녹여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00년 만에 폭설이 내렸다는 지난해 겨울도 그는 천안역에서 밥을 펐다. 날씨 탓에 한번쯤 쉴 만도 하지만 하루 한 끼로 버티는 사람들을 위해서 멈출 수가 없었다. 지난 8월 천안역 서부광장 무료급식소를 이용하고부터 사람들이 비를 안 맞아도 된다는 사실이 더 기뻤다.
박 목사는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길에 걸린 펼침막이 가슴에 확 와 닿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죽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일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글귀를 본 순간 무료급식이 봉사가 아닌 사명감으로 다가온 일이란 생각이 확고해졌다.
박 목사가 이끄는 제자비전교회 신도들의 도움과 아버지 하는 일에 흔쾌히 돈을 보내는 자식들. 후원도 있지만 무료급식을 우선으로 하다 보니 형편이 넉넉지 않아 전기, 가스가 끊기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함께 어려움을 겪었으면서도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자식들이 있어 뿌듯하다. 지난해 큰아들이 결혼했을 때 이바지 음식을 들고 천안역 광장에서 어려운 이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며 기뻐했던 기억은 박 목사가 나눔을 계속해야 할 이유가 되었다.
새 생명에게 희망을
박 목사는 비전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아내를 따라 우연히 차상위계층 아이들과 필리핀의 아이타부족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아이타부족은 필리핀인조차 꺼리는 피나투보 화산 지역의 원주민이다.
“아이가 아이를 낳고 있었어요. 새 생명이 태어나도 축복받지 못하는 이들을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교육의 부재로 감당 못할 식구만 불어나는 아이타부족의 삶은 빈곤의 대물림이었습니다.”
신도를 늘리는 것보다 나눔을 실천하는 일이 더 중요한 박 목사는 아이타 부족을 위해 지난해 대나무교회를 세웠다. 1년 전부터 매달 급식비를 보내 현지 목사의 도움으로 토요일마다 무료급식을 하고 있다.
아이타부족을 깨우쳐주고 싶은 박 목사는 학교를 세우려고 계획 중이다. 아직 땅만 겨우 마련해 둔 상태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그는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영어와 현지어인 따갈로어를 배우고 있다.
“누가 그러더군요. 도와주기 때문에 그들이 일을 안 한다고…. 그러나 그들은 돌봐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내가 다 먹고 나서 남을 돕겠다면 평생 못할 겁니다. 나눔은 실천입니다.”
후원 문의 박승일 목사 010-7301-0675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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