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가게 문을 닫아야 할 늦은 시간, 엄마와 아들 둘은 자리에 앉아 미안한 표정으로 단 한 그릇의 우동을 시켰지요. 그 다음 해에도 12월 마지막 날이 되면 그들은 어김없이 가게를 찾아 우동 한 그릇을 시켰습니다. 지쳐 보이지만 서로를 위하는 모습에 저는 눈치 채지 못하게 1인분 반을 담았지요. 혹시 그들의 자존심이 다칠까 걱정하면서요.
그런데 그 다음 해 12월 마지막 날, 그들은 나타나지 않았어요. 몇 년이 지나도 그들은 다시 오지 않았지요. 이후 저는 그 손님들의 자리를 언제나 비워두고 있습니다. 그들이 꼭 오기를 바라면서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따뜻한 이야기가 연극으로 찾아온다. 연극 ‘우동 한 그릇’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가 알려진 구리 료혜이의 단편소설 <우동 한 그릇>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가난하지만 서로를 아끼는 모자, 혹시라도 마음에 상처가 될까 걱정해 그들 모르게 배려하는 가게 주인 등 그들의 소통이 전하는 따뜻함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연극 역시 그 내용을 생생하게 전하며 사랑을 받았다. 2003년 첫 공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17만명 이상의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우동 한 그릇''은 세대를 초월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소설을 읽어 내리는 듯 담담하게 다가오는 연극은 어려웠지만 마음은 오히려 더 풍족했던 지난 과거를 통해 자칫 사라져가는 사랑, 배려, 인내 등을 보여준다.
코끝 찡한 겨울, 뜨거운 국물 한 모금은 매서운 칼바람을 막아주는 고마운 친구다. 모락모락 김 오르는 국물에 얇게 썬 유부와 파 한가득 얹은 우동 한 그릇은 마음까지 그득 채운다.
연말, 서로의 존재를 다시 한 번 바라보고 확인할 때다. 겨울에 찾아온 공연은 함께 나눌 수 있는 따끈한 우동을 끓인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 연극 ‘우동 한 그릇’
일정 : 12월 17일(토) 오후 3시, 7시
공연장소 : 아산시청 시민홀
관람연령 : 8세 이상
관람료 : 개인 7000원 / 20인 이상 단체 5000원
예매 및 문의 : 아산문화재단 문화예술팀. 041-534-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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