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수능채점결과 발표 후 고3들은 대입에 몰두하고 있다. 진로를 위해, 미래를 위해 어느 길이 최선일까 조바심이다. 하지만 대학진학과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고3들도 있다. 그중 한 명인 천안천일고등학교 이경태(3)군. 이군은 2013년을 대학이 아니라 ‘금융감독원’과 함께 시작한다.
내 미래에 겉멋은 없었다
“천안은 비평준화 지역이라 제 성적으로는 평범한 인문계밖에 진학할 수 없었어요.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을까도 확실치 않았고요. 더구나 적성은 뒤로 한 채 100% 취업이 가능하다는 대학과 학과 선택을 하는 선배들 모습을 보았어요. 그래서 저는 아예 방향을 전환해 특성화고 진학을 결정했습니다.”
처음에는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교복에 따라 달라지는 눈빛도 신경 쓰였다.
상황도 생각과 달랐다. 입학 당시만 해도 고등학교 졸업 후 금융권 취업이 쉬운 건 아니었다. 기회조차 없었다.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선택한 길인데 아쉬워한들 무슨 소용 있나. 차라리 그 시간에 실력을 키우자며 각종 자격증을 갖추기 위해 땀을 쏟았다.
마침 학교 측의 지원도 이군의 계획에 힘을 보탰다. 천일고등학교는 학원 수강 없이도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교내특기적성 수업 및 오후 방과후 학교를 마련하고 있다. 학업능력 배양을 위한 야간 자율학습도 철저하다. 그 시간을 통해 이군의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쌓였다.
“3년 동안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며 전산회계, 정보기술 자격증 등 6종목을 취득했습니다. 진학과 취업 사이 갈등이 생길 때는 선생님들과 상담을 하며 마음을 다졌지요.”
올해 고졸 출신 취업문 확대는 이경태군에게 기회였다. 하지만 환경이 갖추어졌어도 준비되지 않았다면 오늘의 결과는 없었을 것. 묵묵히 준비하고 실력을 갖춘 이군은 지난달 21일 한국산업은행, 25일 금융감독원 합격이라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후배들의 길이 되어야지요”
“한국산업은행, 금융감독원 두 곳 다 좋은 곳이에요. 그중 한 곳을 선택해야 하니 행복한 고민이지요. 하지만 어디에서 더 능력을 보일 수 있을까 고민해보니 금융감독원이었어요. 취업되었다는 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니까요.”
원하던 결과를 이루었으니 잠시 휴식을 취할 법도 하다. 하지만 이군은 “이번 금융감독원에 취업한 고졸 출신이 5명이다. 우리가 잘 해야 후배들에게도 기회가 더 많아지지 않겠느냐”며 “취업을 위해 열심히 준비 중인 후배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더 부단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군은 직무에 관련한 금융관련 자격증 및 영어공부에 열중이다. 야간대학 진학도 계획하고 있다.
“서민금융지원팀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올해 초 저축은행 사건을 보며 서민들이 보상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후순위채권이라는 용어조차도 서민들에게는 낯설잖아요. 그분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요.”
이경태 군은 어려운 일이 닥치면 좌절보다 극복하기 위해 더 열심히 뛴다. 긍정의 열정은 4년 후 훌쩍 더 성장할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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