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중독자는 얼마나 지나야 술을 끊으려 할까? 당장에 생명이 경각에 달렸다 해도, 결코 술을 끊으려 하지 않는 경우가 드물지 않으니 말이다.
술을 끊으려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저런 고통을 두루 겪고 퍽 세월이 지나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에서의 조사를 보면 처음 음주를 시작한 후 대개 20년 정도의 세월이 경과한 후에야 단주를 위한 치료를 찾는다고 한다. 성별로 남성은 평균 20.7년 만에, 여성은 평균 19.1년 만에 병원을 찾는다.
정확한 국내 연구 자료는 없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그 기간은 더 길어 보인다. 통상적으로 병원을 처음 찾는 알코올의존자들은 대부분 40대 중반 이후이다. 당연히 신체적 정신적 가정적 경제적 사회적 피해가 악화한 상태에서 처음으로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흥미로운 경향은 최근 들어 조금씩 더 젊은 연령의 알코올의존자들이 병원을 찾는다는 것이다. 30대도 적지 않고 20대 초반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 얼른 보기에 이는 알코올로 인한 문제를 더 빨리 인식하고 더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라 그만큼 후유증이 더 적고 회복이 빠를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사실은 지난날과 똑같이 알코올로 인한 폐해도 못지않게 심각하고, 회복도 결코 더 빠른 것 같지 않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전과 사람들이 달라지고 여건이 변화한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나아지고 사회가 개방되어 감에 따라 더 어려서부터 도수가 더 센 술을 더 많이 마시는 풍조이다. 아울러 더 빨리 후유증이 나타나는 여성들, 특히 젊은 여성들이 과음하는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알코올의 치명적인 후유증을 본인은 물론 주위 가족들조차 오랫동안 알아차리지 못하는 수가 흔하다. 그래서 그 개인의 건강은 물론 주위 사람들의 안녕과 복지와 삶이 철저하게 망가진다. 어떻게든 과음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치료를 받기까지의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예방 및 중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럼으로써 그 본인과 가족들의 오랜 세월 동안의 불필요한 고통을 줄여야 한다.
나아가 학교를 비롯한 군대 직장 등 모든 사회 조직에서 알코올 예방 교육을 일상화하고, 부모, 교사나 의사, 공무원 등 각 분야의 지도자들의 알코올에 대한 바른 태도가 행동으로 확립되어야 한다. 알코올 판매나 소비에 대한 제한과 규제를 포괄적으로 정비하고, 음주 관련 사고나 범법에 대해서는 처벌보다는 교육과 치료를 바로 연계시키는 사회적 강제가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
신 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무료 상담: 강원알코올상담센터 748-5119 ww.alj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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