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피말리는 퇴직연금 유치전

지역내일 2011-12-07 (수정 2011-12-07 오후 3:00:06)
법인세 면제 위해 기업들 가입 서둘러
올해 연말까지 10조원 추가적립 예상
자녀캠프·문화강좌 등 서비스로 차별화

"고객님의 소중한 퇴직연금을 맡겨만 주시면 전담 컨설턴트를 지정해서 재테크는 물론, 은퇴플랜에 대한 상담을 제공합니다. 또 자녀분 계시면 방학 때마다 직업체험캠프를 보내드릴뿐 아니라 건강검진우대권도 제공하고, 커피 꽃꽂이 등 문화세미나도 요청만 하시면 바로 개최해 드립니다."(A증권사)




연말을 앞두고 금융사들의 퇴직연금 유치전이 뜨겁다. 올해까지 퇴직연금에 가입해야만 퇴직금 관련 법인세를 100% 면제받는다는 점 때문에 기업들이 막판 퇴직연금 가입을 서두르고 있어 이들을 잡으려는 금융사들의 마음도 바쁘다.

◆10조원을 잡아라 =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연말까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50조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0월말 현재 총적립금이 39조1892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약 10조원 정도의 자금이 퇴직연금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10조원을 잡기 위한 금융사들의 사투는 눈물겹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금융사로부터 제안서를 받은 뒤 몇 군데를 추려내고, 이들의 설명회 등을 거쳐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정한다. 때문에 퇴직연금 관련 부서에 있는 금융사 직원들은 각각의 회사에 맞는 설명자료 작성, 설명회 개최 등으로 눈코뜰새가 없을 정도다.

◆금리로는 차별화 힘들어 = 금융사들은 금리로는 차별화가 더이상 힘들다고 보고 부가서비스 경쟁에 올인하고 있다. 기존에 퇴직연금 유치경쟁이 누가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느냐로 가다 보니 금융사들의 제살깎기라는 비판이 높아졌고,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은 금리경쟁을 자제할 것을 경고한 바 있다. 자칫하면 금융회사들의 건전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 11월말 기준 금감원에 따르면, 원리금 보장상품의 경우 1년 금리가 5% 수준으로 어디나 비슷한 경우가 많다.

부가서비스는 다양해지고 있다. 재테크·은퇴설계는 기본이고 법률자문, 인사노무 자문, CS교육 등 부가서비스의 폭이 넓어졌다. 커피나 꽃꽂이 강좌, 손톱관리 등 직원들을 위한 온갖 서비스를 제시하는 금융사도 등장했다.

◆계열사 몰아주기 여전 = 퇴직연금 유치전이 치열해지다 보니 편법·불공정영업행위도 종종 이뤄진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 퇴직연금 불건전영업 신고센터는 인터넷상에 개설하고 제보를 받고 있다.

계열사 몰아주기도 여전하다. HMC투자증권의 경우 모그룹인 현대차그룹이 올해 초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면서 시장점유율이 높아진 케이스다.

지난 국정감사 때는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이 계열사간 퇴직연금 몰아주기는 시장 교란과 수급권자의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명백한 부당행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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