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도서관 주최 독서토론대회 대상(초등부)-‘형s family''
토론 대회 참가 후 쑥 커진 내 모습
논리적으로 말하는 연습 외에 책에 대한 다양한 해석 능력 상승
지난 6일 어둠이 내린 중앙도서관의 공기가 다른 날과 달랐다. 묵직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식과 정보의 보고인 도서관은 면학의 분위기로 항상 약간의 긴장감을 품고 있지만 오늘은 그 밀도가 높다. 이 기운의 발원지는 1층 대강의실. 이곳에서는 중앙도서관이 ‘1인1책 읽기 사업’의 하나로 진행하고 있는 독서토론대회 결승이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되고 있었다.
토론은 기본은 상대방 주장 잘 듣기
초등부와 중·고등부, 일반부로 나눠 진행된 독서토론대회에서 가장 많은 수의 참가팀은 초등부였다. 총 16팀이 신청 접수를 낸 초등부에서 치열한 접전을 치르며 결승전에 안착한 해양초등학교 ‘형s family''는 상대방 주장의 허점을 정확한 논증으로 반격해 우승의 영예의 안았다. ‘형s family''의 구성원은 김태형, 이형로, 한지형이다. 모두 6학년으로 앞의 두 명은 남자, 나머지 하나는 여자다. 이들이 토론대회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도서관을 자주 다니는 태형의 엄마 덕분. “책을 빌리고 나오면서 토론대회 참가 공고문을 봤어요. 그 전에도 못 보던 것이 아닌데 그날따라 클로즈 업 되는 거예요. 신청접수 마지막 날 이었는데, 집에 와서 아이에게 애기하니 긍정적 반응이었어요. 그래서 같은 아파트 라인에 살며 교류하던 엄마들에게 전화를 했죠. 엄마들이야 무조건 환영이었죠.”
문제는 아이들을 설득시키는 것. 형로는 학원에서 귀가 시간도 늦고 지금 하고 있는 공부양도 만만치 않은데 것도 토론대회까지 나가라는 엄마 권유에 ‘no''로 반응했다. 강요는 안했지만 토론대회에 나가면 좋은 점을 조목조목 설명하는 엄마의 노력에 감동해서, 그리고 ’대회 나가면 네가 원하는 것을 하나 이뤄주겠다‘는 엄마의 당근에 ’no''대신 ‘yes''를 택했다.
홍일점 지형이도 처음엔 대회 나가는 것을 주저했다. 이유는 혼자 여자라는 것. “잘 알지도 못하는 또래 남자들과 뭔가를 한다는 게 불편했다.”고 한다. 결국 엄마의 설득을 이겨내지 못한 아이들은 신청서를 내고 며칠 후, 저녁 10시가 지난 시간에 첫 만남을 가졌다. 그날의 기억은 ‘어색함’ 이었으나 각자 이름에 ‘형’이 들어간다는 사실이 어색함을 ‘좋은 예감’으로 바꿔 놓았다.
한권의 책에 대한 집중탐구-작가의 마음이 보여요
어떻게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첫 토론회 결과는 좋았다.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대회에서 8강에 진출한 것이다. 아이들도 엄마도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토론 대회 첫 개최여서인지 도서관측의 관심도 지대해 참가자들에게 준비에 대한 사전 설명회도 해줬다. 토론수업은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확대 추세라고 하나 아직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만만치 않는 노력과 내공이 요구되는 것이 사실. 그 토양이 약한 상태다 보니 엄마들의 노력도 필요했다. 대회 선정 도서는 이금이의 ‘나와 조금 다를 뿐이야’. 이 책은 ‘나와 다르다는 것이 차이일 뿐 차별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 8강에서 4강에 오르면서 토론의 즐거움을 배운 이들도 결승전에서 만난 팀과는 손에 땀을 배는 접전을 펼쳤다.
“결승전에서 만난 팀은 여자 둘에 남자 하나로 이뤄진 4,5학년의 동생들이었는데 토론 수업 경험이 많았던 팀이었어요. 그래서인지 반론과 질문이 예리해서 애를 먹었다.”는 형로는 토론대회를 끝내고 나니 자신과 친구들이 몰라보게 성장한 것이 느껴진다고 한다.
“대회 일정이 잡히면 정해진 형식에 각자의 의견을 적은 후 취합, 통합하는 과정을 겪으며 책의 깊이를 새롭게 느꼈어요. 책을 3~4회 읽으면서 작가의 마음도 읽을 수 있었고요. 논리적으로 말하는 연습, 논제에 대한 다양한 해석 등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무엇보다 몰랐던 친구들과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성취감을 배운 것도 좋았다.”는 형로는 효과적인 토론 방법을 배우기 위해 중·고등부 토론 대회에 같이 참관해주고, 늦은 시간 모임에도 힘들어하지 않고 지지해 준 부모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내년에중·고등부 토론대회에 출전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조용조용 이야기하던 지형이가 불쑥 대답을 한다. “아, 몰라요. 준비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주위를 둘러보며) 하지만 애들아, 한 번 더 나가면 더 잘할 것 같지 않니?”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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