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연예인 이시영이 여성신인아마추어복싱에서 우승을 해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주요 4개 부문을 석권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서 힐러리 스웽크가 열연한 여성복서 매기 피츠제럴드의 이야기를 보았다면 여성복서 이야기가 낯설지 않다. 강서구에서는 엄마가 두 딸을 거느리고 복싱 체육관을 찾았다. 어디에서도 보기 쉽지 않은 세 모녀의 복싱 사랑 이야기.
원 투 스텝으로 다져지는 체력
선유고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이인순 선생님은 결혼 22년에 접어든 관록 있는 주부다. 직업도 있고 두 딸과 남편까지 어느 것 하나 쳐지는 게 없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체력이 저하되는 걸 느끼던 어느 날 신문사이로 떨어지는 전단지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집 주변의 복싱 체육관의 홍보 전단지였다. ‘한번 가봐야지’ 얼마를 벼르다, 찾아간 체육관에는 사람들이 땀을 흘리며 운동 중이었다.
관장님과의 상담에서 마음을 뺏겨 등록을 한 후 두 달쯤 지난 어느 날 다리에 힘이 들어가 있는 걸 느꼈다. “복싱은 주먹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발로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 복싱은 스텝만 뛰어도 엄청난 체력소모가 따릅니다. 스텝에 주먹까지 뻗어주니 그 운동량은 엄청납니다.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땐 줄넘기 100번도 힘이 들었어요. 두 달쯤 지나니 20-30분 동안 줄넘기를 하고 있더군요. 느끼지 못하는 사이 엄청나게 체력이 좋아진 거지요.”
복싱은 목부터 발끝까지 전신으로 하는 운동. 순간적 힘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근력향상에 좋은 무산소 운동과 뛰면서 산소를 소비하므로 유산소운동까지 동시에 할 수 있는 운동이다. 특히 하체 힘이 좋아진다. 혼자만 건강해 지는 게 미안해 두 딸을 체육관으로 불렀다. 첫딸 김기림은 홍대 미대 시각디자인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 둘째 딸 김미선은 명덕여중 3학년의 중학생. 세 여자가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우리 모두 목소리가 커졌어요
작은 딸 미선이는 아주 소심한 성격이라서 늘 말이 없는 학생이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부담스러워 할 정도로 소극적이었다. 복싱을 한 뒤 미선이의 성격이 아주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소리가 커지고 친구들도 생겼다. 복싱을 하는 걸 알게 된 친구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절친도 사귀게 되었다.
그 절친은 곧 미선이와 나란히 체육관에 나타났다. 사춘기 소년 둘은 땀 흘리는 복싱을 즐기면서 사춘기 현상들도 많이 사라졌다. 또한 친구와 함께 복싱을 하면서 운동 전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시험 기간 중에 느끼던 체력 저하가 사라졌다. “공부도 어떤 것도 체력 아닌가요? 운동을 하면서 공부에 집중력도 생겻어요.”
이 선생님도 달리진 점이 있다. 작은 딸 미선이가 말하는 엄마의 변화는 아빠 앞에서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골프와 야구 같은 작은 공을 때리는 운동을 좋아하는 아빠는 체육관은 함께 다니지 않았지만 관심은 많이 보여준 편. 평소에는 늘 아빠가 엄마를 이기는 편이었다. 그런데 복싱을 하고 난 후 자기주장이 확실해지고 엄마의 목소리가 커졌다. 목소리 크기가 힘 아니겠냐는 미선 양은 힘 있는 여자가 되고 싶다.
목소리 커진 여자 주인공 이 선생님은 “모든 운동은 집중력 하지 않으면 할 수 없어요. 검도도 해보고 운동 이것저것 해보았지만 복싱만큼 재미있는 운동은 없는 것 같아요. 스피드와 파워를 함께 사용하는 복싱이야말로 운동의 스릴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지요.”
운동 스타일도 성격에 따라
차분한 성격의 이 선생님을 닮은 큰 딸 기림 양은 학과 공부 때문에 방학 중에만 복싱을 하는 편인데 엄마와 마찬가지로 복싱 후 체력이 증진 된 것을 느낀다. 전공의 특성상 한번 작업을 시작하면 집중과 끈기가 요구되는 디자인 공부에도 운동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기림 양이 말하는 복싱의 효과는 “샌드백에 주먹을 날림으로써 평소 스트레스 해소 효과에도 탁월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즐겁게 운동을 하게 될 경우 장기적 관리와 운동효과까지 여성들이 잘 쓰지 않는 근육을 활성화시키는 좋은 운동인 것 같아요.”
정적인 성격의 엄마를 닮은 기림 양은 줄넘기하고 샌드백을 치는 혼자 하는 운동을 즐기는 편이다. 엄마도 역시 혼자 운동 하는 것을 즐긴다. 끈기 잇는 스타일의 두 모녀는 체육관에서 인정하는 복서다. 아마 선수권 대회에 참가해도 될 수준이라는 것이 체육관 관장님의 의견이다.
반면 미선이는 스파링을 즐긴다. 링 위에서 승부욕이 생긴다는 미선 양은 상대를 보면서 동적인 운동을 하는 스파링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을 갖는다. “저는요 복싱을 하기 전에는 하루 종일 한마디도 안하는 정도였는데 복싱 하면서 말도 많아지고 활발해 졌어요. 링 위에 올라가 스파링 상대를 보면 이기고 싶다는 생각으로 몸이 가벼워져요.“
건강도 챙기고 스트레스도 없애고 무엇보다 자신감이 생겨서 좋다는 복싱 패밀리 세 모녀들이 글러브를 놓지 않는 한 건강도 스트레스도 한방의 카운터펀치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유창림 리포터 yumus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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