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로 시작한 항공기, 미래 꿈이 되다

빛날인- 보성고등학교 황세현 ‘전국과학전람회 대통령상 수상자’

지역내일 2011-11-13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과학대회로 전국의 과학영재들이 모이는 전국과학전람회에서 올해 서울지역 학생이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서울의 학생이 대통령상을 수상한 일은 11년 만의 경사. 성과를 낸 주인공은 보성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황세현 군이다. 서울시교육청과 보성고의 위상을 전국적으로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터뷰를 할 만한 사람이 아닌 것 같다”며 수줍은 미소와 함께 이야기를 시작한 황군. 이번호 빛날인은 남다른 생각과 열정 뿐 아니라 겸손함과 바른 인성까지 지닌 황세현 군이다.


궁금증에서 출발한 항공기 조작 연구
  황군의 과학전람회 수상작은 ‘P factor 토크의 크기와 이로 인한 항공기 조작에 관한 연구’다. 비행기가 왼쪽으로 기울거나 선회하는 가장 큰 요인인 P factor의 구체적인 원인과 그 영향을 수학ㆍ물리적으로 해석했다.
  “항공기에 관심이 많아서 공부하던 중에 P factor 때문에 쌍발기에서 나타나는 왼쪽 엔진고장이 오른쪽 엔진 고장보다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좀 더 깊이 알아보다가  P factor에 대한 연구가 미진하고 P factor에 대한 정량적 값이 없기에 항공기 안전에도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중학교 때부터 의문점을 가졌던 P factor(프로펠러 항공기에서만 나타나는 좌 선회 경향의 4가지 원인 중 하나). 그것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연구를 시작했다. P factor의 정량적 크기를 구하기 위해 ‘P factor 계산기’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지난 1학기를 몽땅 투자했다. 그러다 시험기간이 되면 내신준비에 집중하는 등 정신없이 보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는 적분, 벡터 등 수학 원리와 그동안 쌓아온 컴퓨터 지식이 몽땅 활용됐다.
  황군은 “결과적으로 P factor를 증가시키는 8개의 요인을 찾아 풍동실험에서 증명했고 비행 시뮬레이션 실험에서는 항공기에 미치는 영향과 P factor 토크 사이의 관계가 밀접하다는 걸 증명했다”고 힘들지만 신났던 연구과정을 설명했다. 연구결과물로는 만든 ‘P factor를 기계적으로 보정해주는 장치 모형’은 현재 특허출원 과정에 있다.


‘놀이’에서 파생된 창의력, 꿈
  황군은 중1때까지 많이 놀았다고 얘기했다. 이때 한 ‘놀이’가 창의력을 키웠고 관심분야를 발견해 연구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고 자부한다.
  “놀 수 있도록 그냥 둔 것이 부모님이 해주신 일 중에서 가장 고마운 점이라 생각해요. 어린 시절에 접한 놀이가 지적인 것으로 진보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놀이에서 지식으로 건너는 단계를 도와주는 것은 주변 환경인데 제 경우는 아빠가 영향을 많이 주셨어요.”
  평범한 놀이를 즐기다 과학상자 조립을 즐겨하게 됐고, 중학교 때는 또 다른 놀이를 찾다 비행시뮬레이션에 푹 빠졌다. 컴퓨터와 항공기의 매력에 점점 빠져든 황군은 중학교 때는 정보올림피아드대회, 서울학생과학탐구대회 등에 출전해 두각을 나타낸다. 이 과정에서 과학자였던 꿈은 항공엔지니어라는 구체적인 형태로 바뀌었다.
  관심분야에 대한 지식은 비행시뮬레이션 온라인 카페와 파일럿들이 읽는 전문서적을 통해 쌓았다. 황군은 스마트폰에 다운받아 틈틈이 읽고 있는 영어원서를 보여줬다. “이건 조종사들이 읽는 책이라 항공기 조작 중에 나타날 수 있는 현상에 대처하는 방법이 주로 담겨있어요. 그래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나 원리 등이 설명되어 있지는 않아요. 여유가 생기면 이유를 추리해보고 인터넷에서 찾아보는데 직관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요.”


기계항공공학․인문학 공부할 계획
  10월말 과학전람회 부상으로 일주일간 미국에 다녀왔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곳은 NASA JPL(미국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 황군은 “항공엔지니어가 꿈인데 이웃산업인 우주공학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며 “다큐에서 봐 온 것들이 실물로 전시되어 있고 우주에 갈 복제로봇이 있어서 관심 있게 봤다”고 말했다.
  황군의 연구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 P factor 계산기 프로그램을 개선하기 위해 현재 C⁺⁺프로그래밍 언어를 틈틈이 공부하고 있다. C⁺⁺언어로 프로그램을 변환시키면 연산속도가 개선돼 파일 입출력이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황군은 “당연히 대학에서 기계항공공학을 전공하겠지만 인문학을 함께 공부하고 싶다” 면서 “연구를 통해 나온 결과가 공학적으로 지배하는 부분이 중요할 것이지만 결국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에 관한 가치 판단력을 기르고 싶어서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궁극적인 공학의 목표 실현을 위해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겠다는 것.
  학교 공부를 넘어서 관심분야에 대한 연구와 도전을 끊임없이 해온 황군. 그의 앞날과 우리의 미래과학이 함께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 시간이었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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