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여고 기후변화조사 동아리 ''구메구메''

대전기상청 기후변화조사 동아리대회 최우수상 수상!

지역내일 2011-11-11 (수정 2011-11-11 오후 1:10:08)

가을비가 촉촉이 복자여고 교정을 적시는 날 구메구메를 만났다. 구메구메는 김수희 길수정 박한솔 이혜진 학생이 모여 만든 기후변화조사 동아리다.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과 해결방안을 알리고 사람들의 인식개성을 위해 기꺼이 몸 바칠 준비가 돼있다는 복자여고 4인방이다. 



* 왼쪽부터 이혜진 박한솔 곽승철(교사) 김수희 길수정양 

구메구메는 ''남모르게, 틈틈이''의 뜻을 지녔다. 구메구메란 뜻처럼 사람들 모르게 틈틈이 지역기후변화에 대해서 조사하고 조금이나마 지역사람들이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서 복자여고 4명의 2학년들은 의기투합했다.
지난 5월 대전지방기상청이 대전충남지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동아리를 공모했다. 총 21개팀 124명이 선정되었고 서면심사를 거쳐 또다시 10팀으로 축소되어 경합을 벌였다. 이 대회에서 구메구메는 가장 우수한 활동을 한 팀에게 주어지는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복자여고의 스티브 잡스
복자여고에서 지구과학을 담당하는 곽승철 선생님을 먼저 만났다. 선생님이 인터뷰에 응하기 위해 노트북을 열고 자료를 찾아 보여주는데 스티브잡스가 바탕화면에 포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셀 수 없이 많은 파일들이 잡스의 얼굴을 뒤덮고 있었다. 과학을 담당하는 곽승철 선생님과 잡스 사이에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은 잡스처럼 검정 터틀넥을 입고 있었다.
선생님은 구메구메를 이끈 지도교사로서 차분하게 말을 시작했다. 설명하는 내내 학생들의 노고를 칭찬하기 바빴다.
구메구메는 기후변화 사례를 천안 내에서 찾아 대회기간 동안 기후와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실험하여 데이터화했다. 농업 산업 보건 생태의 4분야로 나누어 데이터를 정리하고 동영상에 담았다. 하나같이 PPT 일색이었던 기후변화조사 동아리대회에서 구메구메의 동영상은 진솔한 그들의 조사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특히 숲의 전연율 조사는 참신했다.
곽승철 선생님은 "처음엔 막막했다. 기후변화에 어떻게 접근할 것이며 모두가 스스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가까운 이야기를 어디서 느낄 수 있는지 어떻게 주변과 연계시켜야 할 지 방향설정에 어려움이 있었다. 기후변화의 사례를 천안 내에서 찾기로 하고도 막상 자료 구하기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특히 농업일지 구하기가 어려워 애를 먹었다"고 했다. 또한 "나는 학생들 스스로 발견하게끔 소스를 던지는 역할을 했다. 학생들이 큰 틀과 사소한 실행계획도 직접 세웠고 실전에서 발로 뛰는 고생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우리들만의 색깔로
착실한 리더 역할의 김수희양은 구메구메에서 가장 많은 활동을 했다고 친구들이 입 모아 칭찬했다. 수희양은 "공부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동아리활동에 매달리기는 쉽지 않았다. 타지에서 와서 아는 사람도 없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질문해야 했고 낯선 곳으로 조사를 떠나야 했다"며 "내가 친구들을 모았기 때문에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 공부만 하다가 세상에 도전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리더십을 발휘해서 본인이 더 수고하는 따뜻한 감성이 돋보이는 친구였다.
박한솔양은 "친구들을 많이 못 도와줘서 미안하다. 수희랑 혜진이가 밤을 많이 샜다"며 멋쩍어 했으나 다른 친구들이 오히려 "동영상 만드는 컴퓨터 작업 많이 했잖아"라고 추켜세워 준다. 한솔양은 친구들의 수고에 먼저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혜진양은 "문서 정리하고 사진 찍고 자료 만드는 담당이었다. 애들이 4인4색이라 역할분담이 확실했고 보람 있게 잘했다"며 친구들의 활동에 감사하고 동아리활동의 보람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길수정양 역시 "1등해서 보람 있다. 하지만 친구들을 많이 못 도와줘서 미안하다"며 얼굴에 미안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자 친구들은 "행동대장인 너 없어서 우리 천안역 사건도 생겼잖아"라며 까르르 웃음보가 터졌다.
천안역을 지나는 시민들을 붙잡고 설문을 해야 하는데 마침 수정양이 없었다. 결국 목표의 절반도 못 채우자 수희가 폭발해서 가버렸다. 이때 각종 아이디어와 개그를 담당한 수정양의 역할이 지대했다고.



세상을 향한 가능성을 열다
구메구메를 통한 동아리활동은 진로와도 연관이 크다. 여고 2학년에 발로 뛴 동아리활동과 그들의 성과는 각자의 인생에 있어서 커다란 터닝 포인트가 될 지도 모른다. 세상을 더 품을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그들 스스로 터득했기 때문이다.
수희양은 "3학년 올라가면 더 열심히 공부할 거다. 진로 설정한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다. 그 일을 즐기면 성공도 뒤따라온다고 생각한다"며 의지를 다졌다.
혜진양은 "배운 것이 정말 많았다.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의 동아리활동은 득이 훨씬 많다. 사회에 참여한다는 의미가 깊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정양은 "사람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은 있으나 그 심각성과 대안은 모르고 있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많은 홍보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현했다.
한솔양은 "그저 앉아서 문제집 한권 더 푸는 게 중요했던 고등학생에서 살짝 벗어나 발로 뛰었다. 처음 해보는 일이 참 많았고 많이 컸다"는 생각을 했다고.
곽승철 선생님은 "대전팀들은 인력풀이 좋았다. 활동규모도 크고 연구소도 가고…. 천안은 그런 환경이 없어 아이들이 어려움이 많았지만 훌륭하게 해냈다"며 미소를 지었다.




직접 부딪히고 고생해서 얻은 성과는 말로 표현 못할 성취감을 안겨준다. 구메구메는 말했다. 비록 고3에 접어들어 동아리를 후배들에게 물려주지만 후배들은 더없이 좋은 기회와 시간들을 갖게 될 거라고. 하나의 계기가 상상치 못한 변화를 가져온다고 말이다.
노준희 리포터 s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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