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사람들 - 순수아마추어밴드 ‘포크박스’

귀 기울여 들어봐요, 바람 같은 우리의 노래

지역내일 2011-11-10

 


키보드가 연주하는 익숙한 멜로디는 분명 파헬벨의 캐논이었다. 그 뒤로 흘러나온 노래는 윤도현 밴드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다. 분명 8090 포크송을 부른다고 들었건만, 장르를 초월한 이들의 음악은 폭을 가늠할 수 없었다. 지난달 16일 호수공원, ‘제1회 고양 아마추어 스트리트페스티벌’ 시상식이 열리는 현장에서 ‘포크박스’를 만났다.


음악의 꿈 놓지 못해
포크박스는 지난달 1일 라페스타에서 열린 ‘제1회 고양 아마추어스트리트페스티벌’에서 라이브밴드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순수아마추어밴드로 드럼 박경일, 키보드 윤현숙, 이도현 씨가 기타와 보컬을, 이재관 씨가 기타와 리드 보컬을 맡고 있다.
“소싯적엔 뮤지션의 꿈들을 갖고 살았고 지금은 각자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에요. 음악의 끈을 놓을 수 없어 팀을 만들었죠.”
무역업을 하는 이도현 씨를 제외하면 이들은 생업도 음악과 관련되어 있다. 피아노 강사인 윤현숙 씨를 비롯해, 김헌진 씨와 박경일 씨는 사운드 엔지니어, 이재관 씨는 고양아람누리 음향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2010년에 팀을 꾸렸다. 포크, 락, 재즈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섭렵하던 이들이 모이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요양 중인 리드 보컬을 불러내고, 기타와 키보드 연주자를 삼고초려하면서 이들이 결심한 것은 “컨셉 있는 팀으로 활동해 보자”는 다짐이었다. 


자유로운 느낌을 연주한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결성 후 왕성한 활동을 벌여 왔다. 4개월가량 연습해 지난 3월 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9월에는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단독 콘서트를 벌였다. 이들은 기존의 노래를 그대로 따라하지 않는다. 각자 노래에서 받은 영감을 갖고 재해석해 연주한다. 연주하는 날의 날씨, 관객의 구성 등에 따라 달라진다. 즉흥적인 연주는 현장에서 빛을 발한다. 고양시 아마추어스트리트페스티벌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도 관객과 호흡하는 그들의 역량을 심사위원들이 높이 산 까닭일 것이다.
“다들 음악에 한가락씩 하신 분들이에요. 마음속에 피어오르는 영감을 자기도 모르게 손끝으로 표현하게 되고 그것을 다른 멤버들이 편안하게 받아주니까 자유로운 연주가 가능해요.”
키보드 윤현숙 씨의 말이다.
어쿠스틱한 음악을 지향하는 이도현 씨와, 강렬한 락의 느낌을 소화하는 김헌진 씨가 한 무대에서 어우러질 수 있는 것은 각자의 기량이 받침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도현 씨는 포크박스 멤버들을 일컬어 “반쯤 소리에 미쳐 있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소리를 새로 만들어 내는 데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그들만의 음악’이 아니다.
이재관 씨는 “라이브 무대는 무대다워야 한다”고 말한다. 포크박스의 무대는 ‘박자대로 악보대로’보다 ‘관객이 쉽게 동화될 수 있는가, 함께 즐길 수 있는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날 연주한 곡도 아침에 결정했단다. 같은 곡이라도 다음 연주 때는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며 이들은 시원하게 웃었다.


거부할 수 없는 밴드활동의 매력
각자 역량이 출중한 이들이 굳이 밴드로 활동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이재관 씨는 “밴드는 사람 관계”라고 말한다.
“음악을 놓고 얘기하는 것이 술 한 잔 하기 위해 만나는 것보다 더 즐거워요. 이래저래 십 여 년 함께 하다 보니 이제 서로 추억을 생각하는 밴드가 됐네요.”
이재관 씨에게는 대학 선배로, 음악과 인문학의 길을 이끌어 준 드러머 박경일 씨의 말이다.
김진헌 씨는 무대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을 밴드의 장점으로 꼽는다.
“1시간 동안 땀에 젖어 연주한 적이 있어요. 무대에서 모두 쏟아낼 수 있다는 것이 밴드의 좋은 점이에요.”
각자 가진 색깔은 그대로 간직한다. 그러나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멤버의 감성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호흡한다.
“혼자서 통기타 들고 노래하다가 주말에 모여서 즉흥적으로 음악적인 시도를 하면 배우는 게 많아요. 혼자 하는 음악을 뛰어 넘는 거죠.” (이재관 씨)


시대를 위로하는 노래
포크박스의 고정 레퍼토리는 동물원의 ‘우리가 세상에 길들기 시작한 후부터’, 김광석의 ‘일어나’ 등이다. 동물원의 ‘우리가 세상에…’는 이들이 연주하는 곡들 가운데 유일하게 원곡의 느낌을 살리는 곡이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대답할 수 없는 것들이 아직 너무도 많아
하지만 성큼성큼 앞서가는 세상을 따라
우리도 바쁜 걸음으로 살아가고 있잖아’
-동물원의 ‘우리가 세상에 길들기 시작한 후부터’ 가사 중에서


어린 시절에는 올 것 같지 않았던 ‘어른’의 삶을 사는 일이란, 노래하는 이들에게도 듣는 이들에게도 아플 때가 많다. 그러나 아픔이 슬픔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는 것은, 함께 나누는 ‘친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노래를 부르고 들으며 한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는 것, 그것으로 이미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것이 포크박스가 대중들의 박수를 좀 더 크게 받는 이유가 아닐까.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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