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하나, 벌써 2009년의 일이지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부인인 미쉘 오바마와 부르스를 추는 동영상이 네티즌 사이에 화제가 되었다.
장면 둘, 얼마 전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 기간 중 모 방송사가 생중계한 후보자간 토론프로. 사회자가 생뚱맞게도 열띤 논쟁을 잠시 가라앉히려는 듯, 각자 좋아하는 노래를 묻고 불러보라고 한다. 남성후보의 선곡이나 노래실력도 별로였지만, 내가 보기에 참 민망한 장면은 여성후보자가 평소에 자주 부른다며 꺼내든 열창 카드가 ‘서울의 찬가’ 였으니....
자유롭고 융통성 있는 다중인격자가 되자
오바마 부부의 댄스를 보며 ‘초강대국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취임식장에서 참 경망스럽네.’라고 생각한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오히려 대통령 취임식이라는 딱딱한 행사에 유머와 낭만을 더한 그 친화력이 얼마나 부러운지.
반대로 두 번째 예를 보면서 참 안타까웠다. 노래야 각자 취향이 있는 것이기에 가곡이던, 팝송이던, 아이돌의 댄스곡을 좋아하던 그 사람의 감정을 존중해야 한다. 그래서 인기 높은 정치인이 하필 관변곡의 성격이 짙은 ‘종이 울리네, 꽃이 피네’노래 부르는 것을 비꼴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만약 그녀가 조금만 다른 선곡에 적당한 액션까지 곁들여 수백만 시청자를 흐믓하게 했다면 투표를 앞둔 사람들의 표심이 얼마나 흔들렸을까라는 상상을 해보니 안쓰러웠던 것이다.
‘노동의 종말’, ‘엔트로피’ 등의 저서로 유명한 미래학자 제레미 레프킨은 그의 또 다른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미래에는 세상 모든 상황이 연극무대와 같다고 했다. 그리고 세상이라는 연극무대에 맞춰 낮에는 성실한 직장인, 사랑할 때는 로미오와 줄리엣, 아이와 놀 때는 삐에로처럼 말과 행동을 연극처럼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그렇게 해야 생존 할 수 있다고 했다. 옛날 같으면 일관성 없는 사람이라고 흉이 될 지도 모르는 다중 인격이 장점이 된다는 것이다.
끼와 열정으로 나의 브랜드 가치를 올려라
엄청난 교육열로 인한 세계 최고의 대학 진학률이 말해 주듯이 우리 사회는 지적 부문만 따지면 인재과잉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아직 우리사회의 인재 판단 기준이 점수, 간판, 수상경력 등 스팩에 목을 메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진정한 개인의 능력 다시 말해 지적인 부문 뿐 아니라 인성, 소통의 능력, 개인적 매력, 인내, 리더쉽 등의 능력이 더욱 대우 받을 날이 오고 있고, 벌써 왔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들은 일찍부터 입시경쟁에 갇혀 자기를 표현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국내 대학에서 강의하는 많은 외국석학들이 지적하는 바는 늘 비슷하다. 한국 학생들은 똑똑한데, 토론이나 프리젠테이션 능력이 떨어진는 것. 21세기에는 자기를 표현하는 사람이 매력이 있으며, 열정이 있다고 인정받는다. 비슷한 정도의 지식과 내면을 가졌다면 자기 표현력이 뛰어나고,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 훨씬 훌륭한 성과를 남길 가능성이 크다.
세상에 대한 자신감, 뮤지컬로 키울 수 있어
간혹 어린 학생 가운데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오는 친구들이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이런 결심을 한 배경에는 화려한 무대 주인공의 이미지만이 있음을 많이 본다. 뮤지컬 배우의 길이 험난하다는 식의 훈계조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뮤지컬 입문의 목적을 전문 배우의 길로 한정지으면 뮤지컬을 익히면서 얻을 수 있는 많은 즐거움을 놓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뮤지컬은 종합예술이다. 문학, 춤, 연기, 노래는 물론 의상, 무대미술에 조명, 음향공학까지 인류가 오랫동안 축적한 예술과 테크놀로지가 현대적인 장르로 정착한 것이다. 하지만 이 복잡한 예술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이다. 사람 내면의 순수한 감정들을 끄집어 내어 기술을 입히는 것이 핵심. 자신의 감정이 연기와 춤, 노래로 표현이 될 때 그 감정들은 새로운 것들로 변화한다. 그것은 자신감, 창조성, 성취욕, 땀에 대한 믿음, 날 억압하던 스트레스에 대한 해방 같은 것들이다.
꿈은 꾸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루기 위해 존재한다. 어떤 분야든 새로이 시작하는 건 두렵고 불안하다. 할 수 있을까 하는 자신감 결여 때문일 수도, 자신을 바라 볼 다른 이의 시선이 불편해서 일수도 있다.
하지만 꼭 재능을 타고나야만 그 분야에 발을 디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경험하고 도전할 권리는 있다. 다만 그걸 막고 있는 최대의 적은 자기 자신 뿐. 위축되어 있는 자신을 자유롭게 풀어주고 감정이 이끄는 대로 나를 놓아줄 용기만 있다면 자신이 융통성 있는 열정적인 사람으로 변화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바로 뮤지컬이 그렇게 만들어 줄 것이다.
기고자
한애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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