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과 청소년 통합밴드 ‘샤이니너스(Shine in us)’

보이는 것 너머 음악으로 하나된 그들, 아름답게 빛나네

지역내일 2011-11-28 (수정 2011-11-28 오후 7:42:11)

지난 9일 고양어울림누리 별모래극장에서는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청소년들로 결성된 통합밴드 ‘샤이니너스(shine in us)’의 공연이 열렸다.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떡일만한 유명 밴드의 공연은 아니었지만 공연장은 관객으로 넘쳐났다. 400여명이 넘는 관중들은 이들의 공연에 열광했고, 그들이 보여준 감동의 무대는 따뜻했다. 겨울의 길목에서 ‘샤이니너스’팀을 만났다. 보이는 사람과 보이지 않는 사람, 어른과 청소년. 얼핏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그들을 하나로 만들어 준 것은 음악이었다. 보이는 것 너머 음악으로 하나가 된 그들은 아름답게 빛났다.




편견은 마음의 장애,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 줄어들길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김호현)에서는 장애인식개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통합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참여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벗고,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으로 어깨동무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 어세연 사회복지사는 “장애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이나 캠페인은 많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진정한 의미의 통합에 대해 고민하다가 샤이니너스를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4명의 시각장애인과 5명의 비장애 청소년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9명으로 구성된 샤이니너스는 음악 감독 김형민씨의 지도로 탄탄히 음악실력을 쌓았고, 여느 밴드 못지않은 멋진 공연을 펼쳤다.
고양시 시각장애인연합회 박찬식 회장은 샤이니너스에서 베이스 기타를 연주한다. 박회장은 “학교와 학원생활로 바쁠 텐데 어린 학생들이 열심히 연습에 참여해 주었다”며 “덕분에 좋은 공연을 펼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공연을 통해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좀 줄어들길 희망한다”며 “길을 잃고 헤매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중산고 2학년 오승은 학생은 비장애 청소년 참가자 중 보컬을 맡았다.
“학교 안 울타리에서만 살아온 저에게 샤이니너스는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처음 시각장애인밴드를 만났을 때 낯설음은 잠깐이었어요. 시각장애인을 만나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느끼는 생소함 같은 것이었죠.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도 나누며, 연습을 해온 지난 시간이 너무 소중하게 생각됩니다. 아빠같고 삼촌같은 분들과 함께 무대에 설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편견은 마음의 장애라는 것도 깨달았답니다.”




샤이니너스는 오랜 시간 기억될 소중한 추억
시각장애인 밴드팀은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보이지 않는 장애를 극복한 팀이다. 연주만 듣고서는 그들의 장애를 알아채기 어렵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결과다. 그들의 노력하는 모습은 청소년들에게 큰 자극이 됐다. 중산고 2학년 이나희 학생은 이번 공연에서 베이스기타를 연주했다. 악기하나 다룰 줄 모르지만 샤이니너스가 무작정 좋아 함께하고 싶었단다. 그래서 그 때부터 베이스 기타를 배웠다. 이나희 학생은 “뒤늦게 베이스 기타를 배우며 정말 연습을 많이 했는데, 삼촌들은 늘 우리보다 더 많은 연습을 하셨다”며 “그런 삼촌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큰 가르침이 됐다”고 전했다. 일렉기타를 맡은 장성중 3학년 송진석 학생은 “삼촌들은 정말 실력있는 밴드라고 생각한다”며 “그 실력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연습에서 나온 결과라는 사실에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중산고 1학년 명지훈 학생은 키보드 연주자다. 키보드 파트너인 김형중씨는 시각장애인 밴드팀에서도 중증장애를 안고 있다. 함께 공연준비를 하며 형중씨의 동선을 체크해주고, 키보드 앞에 앉혀주는 역할은 지훈 학생의 몫이었다. 유독 말수가 없는 지훈 학생은 형중씨와 음악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읽어가며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이제 고3이 되는 승은 학생과 나희 학생은 올해를 끝으로 샤이니너스 활동을 중단한다. 그 자리는 아마 또 다른 후배들이 채워갈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살짝 허탈했습니다. 즐겁고 보람된 시간을 함께 해온 누나들과 이젠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컸거든요. 샤이니너스와 함께했던 소중한 시간을 우리 모두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아요.”(성사중 3학년 김형기 학생)

사진제공 마이대디 스튜디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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